부산 최장수 구름다리 ‘자성고가교’가 사라진다
  • 부산 =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8.12.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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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부산도심 지켜온 부산 첫 구름다리…안전 문제로 철거

반 세기 동안 도심을 지켜온 부산의 최장수 구름다리인 동구 범일동 자성고가교가 해체된다. 내년 1월3일부터 철거공사를 시작해 9월29일까지 완료된다. 구름다리 형태로 설치된 자성고가교는 지난 1969년 건설된 부산 최초의 고가교로, 경부선 철로로 끊긴 원도심을 연결하는 핵심 교통인프라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건립된 지 49년이 지나면서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과도한 유지·보수 비용 탓에 철거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안전진단 결과 별 이상이 없어 보수·보강만 하면 된다고 버티던 부산시도 2015년 철거로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3년째 미뤄오다 민선 7기 들어 시민소통창구인 ‘OK 1번가’에 올라온 시민의견을 부산시가 전면 수용했다.

시는 올해 추가경정 예산과 내년 예산을 통해 시비 총 83억 원을 마련했다. 현재 기계 장비와 차량 통제 입간판 설치 등 공사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자성고가교 철거에 따라 시민 교통안전 확보와 미 55보급창, 자성대 공원 일원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원도심 개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부산시는 ​기대하고 있다. 자성고가교가 사라지면 현재의 입체교차로 대신 평면교차로가 설치된다. ​

  

오거돈 시장은 12월18일 오전 동구 자성고가교 철거공사 현장을 방문해 “많은 시민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된 공사인 만큼 순조롭게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2월18일 오거돈 부산시장(가운데)이 부산 동구 자성고가교 철거현장을 방문해 건설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부산시

 

 

자성대공원 일원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원도심 개발에 탄력

 

자성고가교는 길이와 폭이 각기 다른 3개의 다리로 구성돼 있다. 500m 내외에 부산 최고의 전통시장과 좌천 가구거리, 자성대 공원, 조선통신사 역사관, 매축지 마을, 정공단이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한때 철거 대신 뉴욕의 하이라인파크 같은 보행공원으로 재탄생시키는 계획도 검토됐지만 예산과 기술적인 문제 탓에 철거로 방향을 정했다. 


수명을 다한 시설물이 해체의 길을 걷는 것은 어찌 보면 정해진 이치이다. 인근 주민들은 자성고가교 철거가 지역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반대로 올해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구름다리를 아쉬워하는 이도 있다. 서울시 사례처럼 부산시도 어떤 식으로든 자성고가교의 흔적이나마 남겨놓았으면 하는 것이다. 49년 동안 시민과 함께한 상징물이었기 때문이다.

자성고가교 인근에서 30년 간 미싱업을 하고 있는 김갑균(55)씨는 “산업화시대 도시의 총아였던 자성고가교가 건설된 지가 너무 오래다 보니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고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민원도 제기됐다”면서도 “자성고가교가 지닌 역사성을 감안해 기념비 하나쯤을 세우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2014년 철거된 아현고가도로가 지닌 역사성을 감안해 다리이름을 새긴 기둥과 표지판 등을 역사박물관에 보존하고 있다.

 

1969년 부산 최초로 건설된 자성고가교. ⓒ김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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