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최시중, 직접 2000만원 돈봉투 전달했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12.28 09:42
  • 호수 15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2008년 추석 당시 ‘돈봉투 살포’ 폭로한 정두언 前 의원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2008년 추석 직전 20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정 전 의원은 그동안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MB 멘토’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적 있다”고 말한 바 있지만, 최 전 위원장의 이름을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시사저널의 2012년 보도 내용과도 일치한다(2012년 1월30일 ‘[단독] 최시중, 친이계 의원들에게 수천만원 뿌렸다’ 기사 참조).

시사저널은 12월26일 정 전 의원이 운영하는 서울 마포의 일식집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2008년 추석 직전 광화문 조선호텔에서 최 전 위원장이 직접 20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으며, 이를 확인한 뒤 돌려줬다”고 밝혔다. 이어 “나 외에도 정태근·김용태 의원에게 1500만원을 건넸으나 모두 돌려줬다”고 말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핵심 인사였던 정 전 의원은 이후 이 전 대통령 측과 갈라섰다. 정 전 의원은 최 전 위원장과 그의 양아들로 불린 정용욱 전 방통위원장 보좌역에 대해 “수많은 자금을 관리했고, 여기서 새어 나간 돈도 상당할 것”이라며 “최 전 위원장의 심복이었던 정 전 보좌역이 귀국해 입을 연다면 새로운 ‘핵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최시중 전 위원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어떤 역할을 했었나.

“대선 당시 홍보파트를 담당했다. 언론사 기자들 관리와 여론조사 등을 맡았다. 시사저널이 최근 추적한 정용욱 전 보좌역은 대선 때도 최 전 위원장 밑에서 실무를 맡았다.”

최 전 위원장은 소위 ‘MB 멘토’로 불렸다. 어느 정도의 위상이었나.

“SD(이상득 전 의원)의 친구이기도 했고, 실제로 파워도 SD와 동급이었다. 보통 대선캠프에는 자금이 많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SD와 최 전 위원장은 캠프의 지원 없이도 직접 자금을 끌어올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었다. 특히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과는 막역한 사이였다. 캠프 핵심인사들의 회의 자리에 술에 취한 최 회장을 데리고 MB에게 인사를 시킬 정도였다. 결국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나. 최 전 위원장은 대선캠프 사무실 외에도 여의도에 별도의 사무실을 냈었다. 이 사무실에 수많은 사람들이 소위 ‘줄’을 대기 위해 다녀갔다. 또 최 전 위원장이 단골인 한정식집에도 사람들이 최 전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많이 다녀갔다고 한다.”

방송에서 “‘MB 멘토’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최 전 위원장 아닌가.

“맞다. 2008년 추석 직전 최 전 위원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당시 나는 김용태·정태근 의원 등과 함께 MB와 대립각을 세우던 시기였다. 광화문에 있는 조선호텔 식당에서 만났는데, ‘최시중 메뉴’가 아예 따로 있더라. 이곳에서 사우나와 식사를 한 뒤 출근하는 듯했다.”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눴나.

“최 전 위원장은 ‘광우병 집회 등 정권에 부담 가는 일들이 많은 이유가 대선 공신을 챙기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아서 그냥 듣고만 있었다. 시국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이미 대립각을 세우던 시기였던 터라 별 의미는 두지 않았다.”

돈봉투는 어떻게 받았나.

“최 전 위원장과의 자리가 끝나고 난 후 일어날 때였다. 최 전 위원장이 ‘차에 뭘 실어놨으니 받아두라’고 말하며 일어났다. 헤어진 뒤 의원회관에 도착해서 보니 2000만원이 든 돈봉투였다. 곧바로 최 전 위원장에게 돌려줬다. 최 전 위원장은 돌려받은 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다른 의원들도 돈봉투를 받았나.

“내가 아는 선에서는 정태근·김용태 의원에게도 돈이 전달됐다. 이들은 당시 나와 가깝게 활동하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함께 세우던 이들이었다. 나까지 포함해서 3500만원이 전달됐지만 모두 돌려줬다. 나중에 들어보니 돈봉투를 전달하기 전 최 전 위원장이 기업인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다고 하더라. 이 중에는 A저축은행 전 회장도 포함돼 있었다. 일종의 ‘모금’을 했던 것이 아닌가 짐작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이 이처럼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우선 세간의 평가대로 ‘MB 멘토’이지 않나. 대통령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 중 한 명이었다. 그중에서도 SD와 더불어 첫손에 꼽히는 실세였다. 이 때문에 그에게 줄을 대려는 인사들은 차고 넘쳤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종편 창립 문제 등으로 인해 방통위의 파워가 막강했던 시기였다. 최 전 위원장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

최 전 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린 정용욱 전 방통위 보좌역은 어떤 역할을 했나.

“한마디로 최 전 위원장의 ‘몸종’ 같은 역할이었다. 최 전 위원장의 모든 심부름과 주요 실무를 정 전 보좌역이 처리했다고 보면 된다. 정 전 보좌역은 수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최 전 위원장과 그 주변 인물들의 아주 내밀한 얘기까지 다 알고 있다고 보면 된다. 누굴 만나서 어떤 얘기를 나누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소상히 알 것이다.”

정 전 보좌역이 곧 귀국할 의사를 내비쳤다. 어떤 의혹들이 규명될 수 있을까.

“우선 최 전 위원장과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곧 MB의 비리이기도 하다. 2007년 대선 직후 최 전 위원장 측의 횡포를 보면 상상 이상이었다. 인수위 때도 SD와 최 전 위원장 측의 인사 청탁이 굉장히 많아서 힘들었다. 또 자금 부분에서도 많은 의혹이 있다. 정 전 보좌역의 입이 새로운 ‘핵폭탄’이 될 수 있다. 정 전 보좌역은 아직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 그만큼 터질 게 많을 것이다.”


 

※연관기사

[단독] 7년 해외 도피 중인 ‘최시중 양아들’ 정용욱씨 포착
‘최시중 양아들’ 정용욱의 입, MB 2심 재판 ‘판도라 상자’ 될까
‘MB 비리 의혹’에 드리워진 ‘최시중 그림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