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골프, 규칙은 쉽게, 방식은 흥미롭게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2.28 10:57
  • 호수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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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골프,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던가. 세계 골프계도 2019년에는 골프 규칙부터 프로골프 단체들의 스케줄과 경기방식, 그리고 대회 출전에 큰 변동이 생긴다. 골프 규칙은 프로나 아마추어 골퍼들이 플레이하는 데 보다 쉽게, 경기방식은 골프 마니아들에게 보다 흥미를 주기 위한 것이다.

 


 

그린에서 깃대 꽂고 퍼트해도 된다…바뀌는 골프 규칙

새해에는 골프 규칙이 확 바뀐다. 세계 양대 골프기구인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2019년 1월1일부터 적용할 골프 규칙을 새로 내놓았다. 눈에 띄는 골프 규칙은 경기시간 단축과 복잡한 규칙을 최대한 간소화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점이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더 엄격해졌다. 특히 바뀐 규칙 중 일부는 프로골프투어 등 공식 경기에서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흥미롭다.

먼저 샷이나 퍼트를 준비할 때 그동안 캐디가 뒤에서 봐주던 것이 금지된다. 신속한 플레이를 유도할 목적이지만 캐디에게 많이 의존하는 선수들은 그만큼 불리해졌다. 그린에서 의도하지 않게 볼이 움직여도 벌타가 없다. 또 자신의 순서가 된 플레이어가 샷을 하기까지 40초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전보다 5초 줄어들었다.

홀까지 남은 거리와 상관없이 준비된 사람이 먼저 플레이하도록 한 일명 ‘레디(Ready) 골프’가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도 모른다. 안전상 깃대부터 거리가 먼 선수부터 볼을 치던 방식이 변경된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자칫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습관처럼 급하게 자신의 볼을 먼저 치려는 골퍼들의 안전 문제가 골프장의 골칫덩어리가 될 수 있다.

공식 대회에는 적용되지 않는 개정 내용도 있다. 아웃 오브 바운스(OB)가 난 경우 2타를 받고 볼을 잃어버린 곳에서 플레이하는 것이나, 더블파 등 해당 홀의 최다 타수를 제한하는 최다 타수(맥시멈 스코어) 규정, 거리측정기 사용 등이 대표적이다. 아마추어들은 OB를 냈을 때 원위치로 돌아가지 않고 2벌타 뒤 볼을 잃은 위치에서 플레이를 이어가도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 골프장들은 대부분 OB 특설티를 설치해 놓아 그곳에서 친다.

특히 아마추어는 모든 홀 스코어를 ‘더블파’까지만 적는다. 국내 아마추어들 사이에서는 암묵적 동의 속에 이미 보편화된 규칙인데 규정을 정한 것이다. 분실구를 찾는 시간이 5분에서 3분으로 줄었고, 찾던 볼이 실수로 움직여도 벌타가 없다.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샷을 할 때 두 번 이상 치는 투 터치를 하면 1벌타가 부과됐으나 이것도 없어졌다.


KLPGA, 10개 대회 출전금지 & 1억원 벌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올해부터 국내 투어 보호를 위해 ‘초강수’를 두는 등 투어 대회 운영 규정을 대폭 손봤다. ‘나가는 자’는 막고, ‘들어오는 자’는 환영하는 식이지만 해외 투어 출전 제한에 힘을 실었다. KLPGA투어 대회와 같은 기간에 열리는 해외투어 출전은 1년에 3회만 허용한다. 특히 해외투어 대회에 출전한다는 이유로 KLPGA투어 메이저 대회에 빠지면 최대 10경기 출장 정지와 최대 1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처벌 강도의 수위가 초특급으로 높아졌다.

우수한 선수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함이지만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협회가 우려 속에서도 이 같은 규정을 도입한 것은 우수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조금이라도 막아보자는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새해 미국에 진출하는 이정은6(22·대방건설)을 비롯해 KLPGA 역대 상금왕과 톱스타들이 예외 없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떠난 탓이다.

선수가 해외투어로 무대를 옮기는 것은 선수 개인사여서 어쩔 수 없다. 그러나 KLPGA투어 선수가 국내 대회를 불참하고 해외투어에 출전하는 것은 가능한 한 막아보겠다는 것이 협회의 의지다. 3개 정도 해외투어에 나가려면 국내 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 출전해야 하는데 시즌 내내 KLPGA투어가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결코 쉽지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이 자신의 스폰서 대회나 메이저급 대회에 빠지면 스폰서 입장에서 ‘대회를 계속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고 불쾌해할 것은 뻔한 일이다. 톱스타들이 출전하지 않으면 대회의 갤러리가 크게 줄어들고, 점점 외면받을 것이라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KLPGA투어는 내년부터 LPGA투어와 J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를 대상으로 정규 투어 특별 시드권을 부여한다. 이보미(30)를 비롯해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 KLPGA투어에 출전하려면 초청 또는 추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번 특별 시드권은 엄청난 혜택이다. KLPGA투어는 이런 선수들에게 심사를 거쳐 출전 자격 10번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특별 시드를 준다는 방침이다. 한국인 선수가 아니라도 LPGA투어나 JLPGA투어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선수라면 이사회 심사를 거쳐 KLPGA투어 시드를 주기로 했다.


PGA, 메이저 대회 4~7월 몰아서 한다


메이저 대회를 단기간으로 묶었다. 3월부터 초대형 대회가 줄줄이 열린다. 이는 톱스타들이 투어에 장기간 불참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5월에 열리던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3월로 앞당겼고, 8월에 열리던 PGA챔피언십을 5월로 이동시킨 것이 가장 눈에 띈다. 4월 마스터스부터 5월 PGA챔피언십, 6월 US오픈, 7월 디 오픈까지 메이저 대회가 매달 거르지 않고 개최된다.

현재의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시스템도 변한다.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4개에서 3개로 줄이고, 특별보너스도 상금을 100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로 올렸다. 특히 새로운 보너스 1000만 달러도 생겼다. 정규시즌 마지막 대회인 8월5일 윈덤 챔피언십 종료 후 페덱스컵 포인트 기준 상위 10명이 ‘윈덤 리워드’가 후원하는 상금을 받는다. 총 1000만 달러로 1위 200만 달러, 2위 150만 달러 등 순위에 따라 10명에게만 이 보너스가 돌아간다.

가장 큰 변화는 플레이오프에서 최종전까지 우승을 해야 보너스 1500만 달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1차전 노던스트러스트오픈(총상금 925만 달러)에 125명, 2차전 BMW챔피언십(총상금 925만 달러)에 70명,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총상금 925만 달러)에 30명이 출전한다. 2차전이 끝나고 투어챔피언십 직전 순위에 따라 포인트 대신 타수를 차등 적용한다. 1위는 10언더파, 2위는 8언더파, 3위는 7언더파, 4위는 6언더파, 5위는 5언더파로 시작한다. 6〜10위 선수는 4언더파 등 5명씩 순위대로 타수가 달라져 26〜30위는 1언더파로 출발한다. 그만큼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가 높을수록 최종전 우승 확률이 높아진 셈이다.

PGA투어와 KLPGA투어의 대회 운영 변경은 방법은 다르지만 자국의 골프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새롭게 도입한 골프 규칙과 대회 운영방식이 성공하려면 협회, 선수, 스폰서 간의 효과적인 전략과 전술, 그리고 마케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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