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책임진다더니, BMW 결함 은폐 의혹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12.28 21:36
  • 호수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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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자 ‘고객 탓’, 리콜할 땐 ‘환경 탓’…정부 “결함 알고도 숨겼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자처해 온 BMW코리아가 2018년에 이어 2019년 새해에도 계속 ‘품질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발생했던 BMW 차량의 연쇄 화재 원인이 근본적인 설계 결함이라는 정부 발표가 나오면서다. 더 큰 문제는 BMW가 결함을 은폐·축소하고 리콜을 고의로 지연한 정황까지 드러났다는 점이다. 3년 전 화재 발생 초기에 ‘기술적 결함은 없다’고 자신했던 BMW의 말이 줄줄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BMW가 수백억대의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브랜드가 고객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고객 만족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겠다.”

2016년 2월4일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자체적인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제도를 신속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당시 2015년 한 해 동안만 9차례에 걸쳐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내놓은 일종의 사과문이었다. 그러면서 차량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내외적인 기술안전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또 서비스센터에서 기술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차량 정비를 위해 기술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BMW코리아는 이를 ‘고객 신뢰 제고를 위한 대책’이라고 명명했다.

 

2018년 12월24일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앞 도로를 달리던 BMW 320 차량에서 불이 났다. ⓒ 뉴시스

 

BMW “결함 No…도의적 책임지는 것”

다만 전제가 붙었다. 이 같은 제도를 발표하는 것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고 명시했다. 즉, 연쇄 화재 발생 원인은 부품 결함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일 가능성이 크지만 고객 안심 차원에서 보상을 진행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사측은 그 근거로 독일 본사 화재감식팀 및 BMW코리아 기술팀의 차량 감식 결과, 일부 화재 차량의 경우 외부수리업체에서 불량 부품을 사용하고 차량을 개조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화재로 전소된 차량 중에서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정기적 관리·정비를 받은 고객에 한해서만 보상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BMW 측은 이 같은 보도자료를 내놓으며 ‘적극 보상’이라는 표현을 썼다. 보상 수준이 자사의 잘못을 뛰어넘는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BMW의 대책 발표 뒤에도 BMW 차량의 화재는 계속됐다. 2015년 이후에도 3년간 BMW 차량의 주행 중 화재 사고 신고 건수는 100여 건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BMW도 부랴부랴 리콜을 발표했다. BMW는 2018년 7월과 10월 제출한 리콜계획서와 대국민 기자회견(8월) 등을 통해 차량화재 원인이 EGR쿨러 균열에 따른 냉각수 침전물이라고 밝혔다. 다만 냉각수 누수가 발생해도 높은 누적주행거리와 운행조건, 바이패스 밸브열림 등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제한적 상황에서만 화재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자사 차량 부품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특수한 주행 환경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설계 결함은 아니라는 분석이었다. 



국토부 “BMW 해명 거짓…결함 은폐 정황”

그러나 BMW코리아의 해명이 ‘소비자 기만’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BMW 화재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8월에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이 12월24일 BMW가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한 결함을 은폐·축소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BMW가 밝힌 화재 발생 원인이 잘못됐으며, 이는 BMW의 ‘실수’가 아닌 고의적인 ‘거짓말’이라는 게 국토부의 조사 결과다.

국토부는 리콜 등 후속조치의 경우 BMW가 결함을 은폐하거나 축소하고 늑장 리콜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동일한 엔진과 EGR이 장착된 모델이 1차 리콜(7월, 42개 차종 10만6317대)에서 제외됐고 이는 시정 대상 축소와 늑장 리콜에 해당된다고 전했다. 당시 조사단은 1차 리콜 대상 발표 이후 BMW 측에 해명을 요구했으며 지적을 받은 BMW는 2차 리콜(10월, 52개 차종 6만5763대)을 실시했다.

국토부는 결함 은폐·축소 및 늑장 리콜 여부도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BMW는 국내에서 주행 중 차량 화재 사고가 화제로 떠오르기 약 3년 전부터 부품 결함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20일에야 EGR 결함과 화재의 상관관계를 인지했다고 발표했지만, 독일 본사에서는 지난 2015년 10월 EGR쿨러 균열 문제 해결을 위해 TF를 구성하고 설계변경을 추진하는 등 화재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착수한 정황이 포착됐다. 2018년 7월에는 BMW 내부보고서에 EGR쿨러 균열과 흡기다기관 천공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사실도 확인됐다.

국토부 측은 “4월 BMW가 실시한 환경부 리콜은 현재 진행 중인 국토부 리콜과 원인 및 방법이 완전히 동일한데 적어도 해당 시점에는 국토부 리콜이 필요하다는 점을 BMW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리콜이 실시되기 이전인 2018년 상반기에 제출의무가 있었던 EGR 결함 및 흡기다기관 천공 관련 기술분석 자료를 최대 153일 지연해 지난 9월에야 정부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향후 BMW를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늑장 리콜에 대해서는 대상 모델 총 39개 차종, 2만2670대에 해당되는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늑장 리콜 과징금은 2016년 6월30일 이후 제원통보를 받은 차종부터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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