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법③] “‘위험의 외주화’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김종일 기자
  • 승인 2019.01.04 10:55
  • 호수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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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1980년, 동일방직 노동자들과의 만남은 노동문제를 그의 사명으로 만들었다. 그때부터 40년 가까운 시간을 노동 상담가로 살아왔다. 노동계의 현실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해 온 글로 1994년 전태일 문학상을 받았다.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을 거쳐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비정규직이다. 노동운동의 현실을 다룬 최규석 작가의 인기 웹툰 《송곳》의 주인공 구고신 소장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하종강 교수는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 참사로 세상을 떠난 후, 자신의 SNS에 글을 남겼다. ‘노동자들이 일하다 왜 죽어야 하는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답을 구해 본다’고 했다. 노동계의 많은 사람들이 싸워왔음에도 ‘김용균’들은 계속해서 발생했다. 온도계 공장에서, 지하철역에서, 화력발전소에서 사고는 왜 반복됐을까. 어떻게 해야 이 사고들이 반복되지 않을까.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그 ‘절실한’ 답을 얻기 위해 하 교수를 만났다. 

수십 년간 자신의 삶이 된 노동 현장이지만, 아직도 하 교수는 담담하지 않았다. 사고를 언급하며 붉어진 눈시울이 그가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노동자를 대해 왔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하 교수는 “비정규직은 안전 조치를 요구할 권리조차 봉쇄당한다”며 “안전보건 관련 업무의 외주화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 시사저널 고성준

2017년 1957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졌다. 왜 사고가 반복된다고 보나.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노동자의 인명을 경시한다. 기업은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은 스스로 안전보건에 투자한다. 노동안전보건에 투자하는 것이 40배의 경영 성과를 가지고 온다는 논문도 있다. 외국은 ‘기업 살인법’이라는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으로 기업을 통제한다. 영국에서는 기업 연 매출액의 250%에 이르는 54억6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사례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김용균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산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의 범위가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특수고용형태로 포함된 학습지 교사, 캐디, 택배기사 등도 예전에는 모두 정규직이었다. 노동 상담을 40년 동안 하면서 그들이 비정규직으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들이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도금이나 수은·납·카드뮴을 사용하는 유해 위험작업의 사내 도급만 원천 금지됐을 뿐, 김용균씨가 담당했던 발전소 운영이나 정비 등은 여전히 도급계약이 가능하다. 이 사건 때문에 개정됐는데 해당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나. 원청 책임 의무가 커지긴 했지만, 인력·설비 운용 방식은 여전히 하청업체가 정한다.”

노동자들의 인권과 안전 보장을 진전시킨 부분이 있나.

“김용균 사건 이전까지 거의 진전이 없었다. 작업을 중지할 경우 근로자가 바로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노동자가 위험 상황에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 자체는 개정안에 명시되지 않았다.”

작업중지권은 왜 중요한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전, 노동자들은 5층 바닥이 갈라져 1층이 보였다고 증언했다.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이 있었다면 고객들과 직원들을 대피시킬 수 있었다. 세월호 때도 배가 위험해서 퇴직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노동자들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바뀐 내용 중 하나는 산업재해와 관련한 정부의 교육 의지 피력이다. 정부의 의지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1994년 스웨덴 에스토니아 선박 사고 이후 스웨덴 정부는 안전교육을 강화했다. 기업체 관리자가 되려면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한국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매뉴얼을 마련하고 만능주의화하는데, 더 중요한 것은 안전교육이다. 안전교육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 한국은 오히려 사고의 원인이 노동자에게 있는 것처럼 판단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나아진 점이 있다고 보나.

“정부는 달라지려 했다. 쌍용차 해고자 복직 등의 결과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경영계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주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연 정부가 소외된 계층을 선택하고 전선을 펼치는 것이 가능할까 싶다.”

웹툰 《송곳》을 보면 선진국에서는 노동에 대한 교육을 일찍부터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은 초등학교에서 모의 노사 교섭 수업을 하고, 프랑스는 고등학교 사회 수업의 3분의 1일을 교섭 전략을 짜는 데 할애한다. 캐나다의 중학교 교장은 교사 노조가 파업할 예정이니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고, 중학생들은 파업을 지지하는 집회를 연다. 파업을 대하는 태도가 한국과 다르다.”

한국에서는 노동 관련법 집행도 엄정하게 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뭔가.

“식민지 문화와 군사정부를 거치면서 접대 문화가 토착화됐고, 관련법 집행에 엄정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에 큰 성장을 거치면서 ‘경제 염려증’도 생겼다. 세월호 등 사고에 대해 너무 슬퍼하면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것들부터 시작해, 수천억을 횡령한 재벌 총수가 처벌되면 나라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논리도 이와 상통한다. 모든 인륜과 도덕 위에 경제가 군림하는 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

아직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과 건강에 대한 보고서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산안법이 개정된 뒤 경제지 기사나 일부 경영학과 교수들 반응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졸속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반기업 악법’ ‘작업 중지 명령 땐 대기업들 수천억 손실 우려’ 등 기사의 제목을 보라. 한국 사회가 산안법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어떤 제도적 후속 장치가 필요한가.

“안전보건 관련 업무의 외주화를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비정규직은 안전 조치를 요구할 권리조차 봉쇄당한다. 외주화의 논리는 전문업체에 맡긴다는 것인데, 실제로 하청업체의 안전관리비는 1.5%에 불과하고, 연구개발비는 0.5%에 그친다. 노무비가 90%다. 사실상 인력 파견 회사지 전문업체가 아니다. 서울메트로(현재는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는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2인 1조 작업이 불가능한 구조를 충원하기 위해 418명을 직고용했다. 직고용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면 된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정부가 미국 노사 관계 전문가를 초청해 열었던 세미나가 있었다. 이때 일리노이주립대학 교수가 한 말이 생각난다. 노조를 부인하는 것은 장애인에게 휠체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거나, 결식아동의 밥그릇을 뺏는 행태라고 했다. 무노조 경영철학을 가진 기업의 제품을 국민이 소비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노동문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식견은 아직 보수화돼 있다. 그것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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