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2019 한국영화 기대작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06 10:00
  • 호수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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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주년, 믿고 보는 감독과 배우들 컴백 예고

한국영화 전체 관객 수는 2018년 6년 연속 2억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태로운 기록이다. 《신과 함께-인과 연》(2018)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제작비 100억원 이상의 대작들이 흥행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명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신 비수기에 개봉한 영화들의 깜짝 흥행과 《리틀 포레스트》 《미쓰백》 등 적은 예산으로도 알차게 내실을 기한 작품들이 기대 이상의 기쁨을 준 한 해이기도 했다. 거대 자본에 의존하는 대신 작품의 내실을 키워야 한다는 뼈아픈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한국영화는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을까. 《의리적 구토》(1919)로부터 달려온 한국영화 100주년. 절치부심의 각오로 달려 나갈 2019년 한국영화 기대작들을 꼽았다.

스타 감독과 배우들 컴백 

일단 믿고 보는 감독과 배우들의 컴백이 예고돼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일찌감치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 한동안 세계시장까지 염두에 뒀던 봉 감독이 《마더》(2009)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토종’ 한국영화다.

주인공은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의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IT 기업을 운영하는 박 사장(이선균)네 과외교사 면접을 보러 가는 이야기다. 그 외의 부분은 베일에 싸인 이 영화는 앞서 봉 감독이 “SF도 아니고 호러도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송강호와 《옥자》에 출연했던 최우식을 제외하고 이선균·조여정·박소담 등은 감독과 이 작품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다. 독특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봉 감독이 트리트먼트를 쓰고, 《철원기행》(2014) 등을 연출한 김대환 감독이 각본을 썼다. 5월 열리는 칸국제영화제 초청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1990년대 ‘충무로 트로이카’를 이뤘던 배우들의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가 컴백한다. 최민식은 한석규와 손잡고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선보인다.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대왕, 그와 뜻을 함께했지만 역사에서 사라진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최민식은 장영실을, 한석규는 TV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 SBS) 이후 또 한 번 세종대왕을 연기한다. 두 배우의 만남은 《쉬리》(1998) 이후 20년 만이다.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세종대왕이 등장하는 또 한 편의 영화가 있다. 송강호·박해일 주연의 《나랏말싸미》가 그 주인공. 세종대왕의 훈민창제를 둘러싸고 역사가 기억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건져 올리는 작품이다. 특히 그간 여타 작품을 통해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훈민정음 창제의 숨은 공신인 신미대사 캐릭터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세종대왕을 송강호가, 신미대사를 박해일이 연기한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 이하 《불한당》)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힌 설경구는 무려 네 편의 출연작이 대기 중이다. 전도연과 함께 출연한 《생일》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일본의 동명 희곡이 원작이다. 명문 중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고, 가해자들의 부모가 학교에 소집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설경구는 가해자 학생의 아버지이자 접견 변호사로 출연한다. 조진웅과 호흡을 맞추는 《퍼펙트 맨》에서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로펌 변호사를, 《불한당》 변성현 감독과 다시 한번 손잡은 정치 드라마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가제)에서는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꿈꾸는 정치가로 출연한다. 1970년대 박정희와 김대중 후보의 대선 뒷얘기를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남과 여》(2015) 이후 한동안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전도연은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생일》 외에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돌아온다. 일본 소설이 원작으로, 절박한 사정을 지닌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는 스릴러다. 원작은 욕망이 인간을 어디까지 잔혹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전도연이 맡은 연희 역할은 ‘파격적이고 강렬한 캐릭터’라는 설명 외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는 인간의 심연을 그려내는 데 실패가 없는 최고의 연기 기술자다.

 

독특 소재 & 흥행작 속편들 잇따라 

외연 넓히기에는 실패했지만, 2018년 한국영화는 소재와 장르 다양화 측면에서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9년에는 그 흐름이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중 하나가 ‘오컬트’ 접전이다. 하정우와 김남길이 의기투합한 《클로젯》은 아내가 죽은 후 딸과 소원해진 아빠(하정우)가 퇴마사(김남길)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500만 관객을 모은 《검은 사제들》(2015)로 한국에 오컬트 붐을 일으켰던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를 내놓는다. 종교 문제를 조사하던 목사(박정민)가 신흥 종교와 관련된 공간을 수사하면서 초현실적 사건에 휘말린다는 내용이다. 이정재·유지태도 출연한다. 《청년경찰》(2017)로 데뷔전을 치른 김주환 감독의 《사자》 역시 오컬트 장르영화다.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 안 신부(안성기)와 함께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의 존재들에 맞서는 이야기다.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도 속편으로 돌아온다. 《타짜》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타짜-원 와이드 잭》은 전설적 타짜인 짝귀의 아들 도일출(박정민)이 도박판의 설계자 애꾸(류승범)를 만나 고수의 세계에 입문하는 과정을 다룬다. 《돌연변이》(2015)를 만든 권오광 감독이 연출한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2016)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인 《반도》를 선보인다. 강동원과 이정현의 출연으로 화제다. 좀비 크리처를 《부산행》보다 한층 실감 나게 구현할 작품으로 알려졌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의 속편 《해적: 도깨비 깃발》도 제작이 진행된다. 1편에 출연했던 김남길과 손예진이 다시 한번 뭉칠 것을 논의 중이다. ‘바둑 액션’을 선보였던 《신의 한 수》(2014)는 스핀오프 《귀수》로 돌아온다.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은 남자의 복수극으로, 권상우가 타이틀 롤을 연기한다. 동명의 OCN 드라마를 토대로 한 스핀오프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드라마 캐스팅 그대로 김상중과 마동석이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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