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알려줬다는 불로장생약, 석창포
  • 이경제 이경제한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07 17:00
  • 호수 15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경제의 불로장생]
귀와 눈을 밝게 하며 목청을 좋게 하는 효능

기원전 109년 한 무제가 숭산에 돌로 도궁을 짓도록 명하고 직접 올라갔다. 총애하는 동봉군과 동방삭을 데리고 가서 목욕재계한 후에 신을 찾는데, 그날 밤에 선인이 나타났다. 선인은 자신이 구의산(九山)에서 왔는데, 숭산의 돌 틈에서 창포를 찾으러 왔다고 했다. 그중 한 치에 아홉 마디가 있는 것을 찾아 복용하면 장수할 수 있다고 하여 채취하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이야기가 끝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신선답게 중요한 말만 전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역시 수많은 신선들을 만나본 무제는 이분이 바로 중악 숭산의 신선인데 자신에게 알려주기 위해 나타나신 것이라고 신하들에게 설명하고 창포를 채취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아홉 마디가 있는 창포를 2년간 복용한 후에 무제가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했다. “내가 원래 뜨거운 음식을 좋아했지만, 창포를 복용할 때마다 열이 올라와 괴롭고 불쾌하여 그만두어야겠다”고 했다. 따라갔던 신하들은 진작 먹기를 포기했었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원푸드 테라피, 1~2개월만 이용해야

골짜기에 사는, 글도 모르는 평범한 백성으로 도를 배울 생각을 하지 않았던 왕흥(王興)이 이 소문을 듣고 창포를 따서 꾸준히 복용하면서 장생의 길로 들어갔다. 한 무제 시절부터 먹기 시작해 훗날 조조가 위왕일 때까지 살아 있었다고 하니 그 세월이 300년이다. 이웃의 늙은이나 어린아이들이 몇 세대에 걸쳐 그를 알아보았다. 겉모습은 항상 50대로 보이면서 하루에 300리를 걸을 수 있었다고 한다. 

먹기 고약한 창포를 꾸준히 복용해 신선의 길을 간 왕흥도 대단하지만, 2년이나 복용했던 한 무제도 보통 정성이 아니다. 실제 석창포(石菖浦)를 달여 먹어보면 톡 쏘는 듯한 향이 나고 삼킬 때 목으로 독특한 맛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일주일만 먹어보면 한 무제가 말한 열이 올라와 괴롭고 불쾌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석창포를 단방(한 가지 약재로만 약을 조제함)으로 쓸 때는 아주 적은 양을 쓰거나 분말로 삼키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요즘 좋은 약재가 많은데, 굳이 단방으로 2년이나 먹을 이유가 있겠는가. 한 가지 약재나 음식으로 특별한 목적을 달성하는 원푸드 테라피는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로 짧게 끝내야 한다. 

석창포는 산골짜기의 개울가·바위틈·자갈 밑에서 자란다. 잎의 한가운데에 등심이 있고 칼날 모양으로 되어 있다. 맛이 맵고 몸의 아홉 가지 구멍을 잘 통하게 하고 귀와 눈을 밝게 하며 목청을 좋게 한다. 석창포가 들어간 명방 중에 총명탕이 있다. 석창포·원지·백복신을 같은 양으로 넣어 달여 먹거나 분말로 만들어서 가루로 복용한다. 석창포의 강한 맛을 조절하는 좋은 처방이다. 

석창포(Acori Grainei Rhizoma)와 다른 종류로 창포(Acorus calamus Linne)와 장창포(藏菖蒲·Acorus sp.)가 있다. 신선이 말한 구절창포의 이름을 빌려 유통되는 것은 형태만 비슷하고 전혀 다른 알타이은련화(Anemone altaica Fischer)다. 석창포를 먹어봐서 효과가 있다면 장복하는데, 생강·대추·계피 등과 함께 달여서 맛을 좋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무제도 석창포 맛이 고약하니 그냥 먹었으면 불쾌했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