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어라운드’ 성공했지만 고민 여전한 조선 ‘빅3’
  • 윤시지 시사저널e. 기자 (sjy0724@sisajournal-e.com)
  • 승인 2019.01.09 14:00
  • 호수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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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운반선 호재로 수주 목표 초과 달성
경영 정상화 위해 자체 긴축 고삐 조여

모처럼 불어든 수주 훈풍에도 불구하고, 대형 조선사들의 인력 감축 움직임은 여전한 모습이다. 2018년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선박 부문에서 수주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부문의 경우 여전히 수주 실적이 저조한 만큼, 조선업의 완연한 회복세를 거론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 또한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수년간 이어온 적자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조선 ‘빅3’를 중심으로 긴축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이 고정비 절감에 나서면서 우선적으로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황 개선 이후 생산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현행 구조조정의 방향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 수주 호조에 힘입어 중국에 빼앗겼던 수주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하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 연합뉴스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 수주 호조에 힘입어 중국에 빼앗겼던 수주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하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 연합뉴스

中에 뺏긴 선박 수주 1위, 6년 만에 탈환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조선사의 누적 수주량은 109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 세계 선박 발주량(약 2600만CGT) 중 약 42%를 차지해 국가별 수주 실적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1년 이후 중국에 밀려 2위에 머물렀던 수주 실적이 모처럼 반등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호재를 톡톡히 누렸다.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세계 조선 발주시장에선 LNG선 등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LNG선 발주량은 65척으로 전년 발주량(17척)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상당수를 한국 업체가 따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 세계 누적 LNG선 발주량 57척 중 47척(82%)을 국내 빅3 조선사가 수주했다. 여전히 고급 기술과 안전성 측면에서 국내 조선사들이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덕분에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지난해 조선 부문 연간 목표치를 달성했다. 업계 선두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총 161척(약 137억 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하면서 연초 제시했던 조선 수주 목표(132억 달러)를 상회하는 실적을 냈다. 다만 지난 한 해 동안 받은 해양플랜트 수주는 킹스 키 프로젝트 건조 계약 1건으로, 연간 목표 16억 달러 중 5억 달러만 채웠다. 대우조선 역시 조선 부문에선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으나, 해양플랜트 수주는 부진했다. 지난해 대우조선은 총 47척(약 68.1억 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하면서 조선 부문 수주 목표(66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그러나 해양플랜트 수주가 전무해 지난해 전체 수주 목표였던 73억 달러 중 93%만 달성하는 데 그쳤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총 49척(약 63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내면서 조선 부문 목표인 51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그러나 31억 달러가 목표였던 해양플랜트 부문에선 수주가 전무해 전체 연간 수주 목표인 82억 달러 중 77%만 채웠다. 

일감은 모처럼 숨통이 트였지만 대형 조선사들은 좀처럼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중공업은 영업손실 1273억원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은 영업익 28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조선 부문에서 30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우 영업익 1770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단 9.7%가량 영업익이 감소했다. 조선업 회계 특성상 수주 실적이 매출에 반영되기까지 2년가량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업체의 적자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대형 조선사는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자체 긴축에 나섰다. 수주 산업 특성상 일감이 부족하자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인력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과 8월 연달아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일감이 바닥난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희망퇴직 및 조기정년 신청을 받았다. 삼성중공업도 연말을 앞두고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난해 11~12월 근속 7년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 약 240명의 신청을 받았다. 

대우조선은 채권단과 구조조정 안을 재검토하며 인력 감원 규모를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까지 총 직원 수를 9000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2016년 채권단에 제출해 1000명가량 감원이 예고됐다. 다만 최근 수주 회복세에 주목, 자구이행 계획 실사 종료 후 채권단과 논의해 인력 감축 폭을 조정할 계획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도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과거 작은 매출 규모에 맞춰 계획했던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회사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며 “인적 구조조정을 유연하게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단순 인력 감축 위주 구조조정 한계”

일각에선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발생한 인력 이탈이 향후 안정적 생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수년간 지속된 구조조정으로 숙련·전문 인력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장기적 인력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업계 일부 부문에선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향후 업체들이 일감에 맞춰서 필요한 인력을 적절하게 보유하거나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며 “다만 조선업이 노동집약적 성격이 짙어 수년간 지속된 숙련공 이탈 현상은 향후 업체의 생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시황이 좋을 땐 항상 인력부족 현상이 발생해 왔기 때문에 양성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양적 구조조정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변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조선업계가 산업 고도화를 이루기 위해선 다각적 차원의 구조조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단순한 인력 감축에 한정된 구조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현행 수주 실적에 따라 수익을 맞추는 단순 구조조정을 넘어 재무, 사업, 인력 등 전방위적 방향성을 고려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선 현행 구조조정 방향성에 대한 리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 지원책과 노사가 머리를 맞댈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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