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동주 “동빈, ‘화해안’ 제대로 듣지도 않고 거부해선 안 돼”
  • 오종탁·공성윤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1 08:00
  • 호수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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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의심된다”는 신동빈 회장 측 주장 재반박에 나선 신동주 전 부회장 인터뷰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한국 롯데그룹 측 반론은 전혀 의미가 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신동빈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드디어 직접 입을 열었다. 시사저널 보도로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는 롯데가(家)를 향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원인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의 장남인 그가 친동생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에게 보낸 편지 4통이다.(1월8일자 ‘롯데 2차 형제난, 신동주가 신동빈에 보낸 최후통첩 단독입수’ 기사 참조) ‘화해 제안’ 형식을 취했지만, 이면엔 일본 상황을 근거로 한 신 전 부회장의 한·일 롯데 분리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일본 롯데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신 회장이 각각 경영할 수 있도록 지분 관계를 정리하자는 것이다.

한·일 롯데 통합수장 지위를 꾀하는 신 회장 입장에선 형의 이런 행보가 달가울 리 없다. 지난해 옥중에서 3통, 석방 후 1통 건네받은 신 전 부회장의 편지는 뜯어 보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최근 시사저널 보도를 통해 일본어로 적힌 해당 편지의 존재와 그 전문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젠 신 회장도 편지 내용을 모른다고 할 순 없어졌다. 롯데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신 전 부회장의) 화해 시도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자신의 경영 복귀를 주장하며 5차례 참여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모두 패한 신 전 부회장이 한·일 분리 경영안을 제시할 자격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내에선 신 전 부회장이 또다시 ‘잡음’을 일으킨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 회장과 롯데그룹 측 발표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 의결권 비율’ 자료에 따르면, 일본인 경영진은 과반(53.33%)의 의결권을 보유했다('[단독] 롯데 지배하는 일본인 명단 최초공개' 기사 참조) . 신 회장(4.47%)과 비교가 안 된다. 당장은 일본인 경영진이 신 회장을 신임해도 한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거는 꾸준히 제기되는 일본인 경영진과 신 회장 간 갈등설이다. 누구보다 일본 내 상황을 예의주시해 온 신 전 부회장이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오너가 형제끼리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는 것이라고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이 다시 화해를 제안하며 한·일 롯데 분리를 주장하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진정성 없다’는 롯데 측 입장 발표 반박    

신동빈 회장에 대한 심경 변화가 궁금하다. ‘화해 제안’이란 본인의 표현처럼 정말 신 회장과 화해할 생각이 있는 건가.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뀐 건 아니다. 지난해 2월 동생 신동빈 회장이 수감돼 롯데그룹 경영 혼란이 더욱 심각해지리라 판단한 시점부터 수개월 동안 내 제안의 진정성을 서면과 행동을 통해 신 회장에게 제시해 왔다. 화해에 대한 내 생각에 진정성이 있었기에 수개월에 걸쳐 대화와 협의를 개시하자고 신 회장에게 요청한 것이다. 단 한 번도 진정성을 확인하지 않은 채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롯데그룹 측에서 제기한 반론은 전혀 의미가 없다. 한국 롯데 전체가 진정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실적 악화에 제동을 걸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신 회장과 내가 서로를 향한 과거의 응어리를 모두 풀어내고 안정적인 그룹의 이상적인 모습을 조기에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은 롯데와 롯데를 사랑해 주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미래에도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가 적절하게 경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한 최선의 제안이다. 거듭 말하지만, 화해를 실현하는 것이 나의 진의(眞意)다. 지금도 전혀 늦지 않았다.” 

‘일본 롯데홀딩스를 이대로 두면 일본인 경영진이 한국 롯데를 빼앗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지금까지 일본 롯데홀딩스가 (주총에서) 매번 신 회장을 신임해 왔기 때문에 일본인 경영진과 신 회장의 관계는 공고하다’고 설명한다. 이를 반박할 구체적인 근거가 있나. 

“한국 롯데그룹의 주장은 매우 단기적인 시각에서 이뤄졌다. ‘향후 상황과 환경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더라도 신 회장과 쓰쿠다 사장, 고바야시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일본인 경영진 사이의 관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설명하지 못한다. 한국 롯데 자본 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가 일본 롯데홀딩스다. 그 주주 구성을 보면, 한국 롯데의 이익을 대표해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는 거의 없다. 한국 롯데가 그러한 주주 구성 안에서 향후 경영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해안이 실현된다면, 한국 롯데가 자사 입장에서 최적의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한국인이 한국을 위해 한국 롯데를 경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한국 롯데에도,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도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한·일 롯데그룹을 어떻게 분리하겠다는 건가. 또 분리 과정에서 일본인 주주들을 어떻게 설득할 계획인가.  

“법률이 얽힌 복잡한 과정이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식 일부와 한국 롯데그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롯데그룹 각 회사의 주식 일부 등을 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법적 절차를 이용해 의결권이 없는 주식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본인 경영진이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 일본인 경영진을 포함한 관계 당사자의 합의를 얻어 절차를 진행해 나갈 것을 예정하고 있으며, 지금의 경영 체제를 바꾸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확신한다. 다행인 것은, 한국 롯데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측 회사는 모두 비상장사다. 주주 숫자가 매우 적기 때문에 소수 주주의 동의를 얻으면 실현할 수 있다. 만약 현 세대에 이렇게 정리할 기회를 놓친다면 주주들이 더욱 분산될 것이다. 미래에는 지배 관계를 해소하는 일이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

10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종로에서 만나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진행과정, 계열분리 경영 의사등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았다. ⓒ 시사저널 이종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 시사저널 이종현

“신동빈, 내 화해안 거절할 이유 없어” 

신동빈 회장이 끝내 화해안을 거절한다면,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이해를 얻을 수만 있다면 모든 당사자에게 최선인 제안을 거절할 합리적인 이유는 생각하기 힘들다. 당사자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도 최선이 될 화해안을 이야기도 듣지 않은 채 거부한다는 것은 한·일 롯데그룹 전체의 이익을 고려할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다. 따라서 향후 화해 실현을 위해 힘을 쏟을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마지막 화해안을 제시한 이후 신동빈 회장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접촉한 적이 있나. 

“접촉은 없었다. 나는 화해 실현을 위해 진지한 대화의 자리를 청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결단해야 한다.”

한국 롯데그룹의 가장 큰 리스크와 신 회장의 경영상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일 롯데그룹 각각의 복잡한 자본·지배 관계를 해소하고, 양쪽 모두가 최적의 경영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창업자가 일본에서 일으킨 뒤 고생 끝에 한·일 양국에서 발전시켜온 기업이다. 그런데 창업자가 경영에서 물러나게 되자 양 그룹의 중추인물이 사라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화해안을 실현하는 일 외에는 각각의 경영 기반을 안정시킬 방법이 없다.” 

일본 롯데그룹 연매출 규모는 한국(100조원)에 비해 미미한 4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롯데 경영권을 갖게 될 경우 청사진이 있나.  

“앞서 2016년에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방침을 공표한 바 있다. 내 기본적인 생각은 그대로다. 아울러 이번 화해안이 실현된다면 일본 롯데의 경영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다.”

지금 당장 본인의 경영 능력을 보여줄 순 없는 건가. 예컨대 꼭 일본 롯데그룹이 아니더라도, 광윤사나 SDJ 코퍼레이션을 통해 충분히 한·일 양국에서 경영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국내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나는 40년 가까이 창업자의 지도를 받는 과정에서 때로는 스스로 의견을 피력하며 경영법을 배워왔다. 치열한 경합이 있고, 포화 상태인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어떠한 분야를 확대해야 할지 고심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일본 롯데홀딩스를 맡은 뒤 분명히 성장시켰다.” 

2017년 9월 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롯데제과 등 4개 기업의 주식 소유분을 대거 매각했다. 이후에도 민유성 전 SDJ 코퍼레이션 고문(전 산업은행장)과의 민사소송 과정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창업자가 증여한 주식들에 대해 매각을 강행했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롯데그룹 측은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책임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반론이 있나.

“간단명료하게 답변할 수 있다. 4개사 합병은 롯데그룹 전체를 위한 것이 아니므로 반대했다. 그런데도 합병이 추진됐다. 반대 의사표시의 최종적인 대답이 매수청구다. 광윤사를 포함하면 나는 한·일 롯데그룹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다. 따라서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줄곧 경영권을 놓고 친동생과 대내외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상투적 얘기가 아닌 진솔한 답변이 듣고 싶다. 

“나의 제안은 과거의 응어리를 모두 풀어내고, 최선의 제안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과거 다툼의 원인에 대한 이유를 이 자리에서 풀어내는 게 목적은 아니다.”

한국 언론 보도 등 국내 여론에 대해 섭섭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의 보도에 대해 이 자리에서 반론 또는 해명하는 것은 삼가겠다. 다만 이번 제안에 관해서는, 그 내용을 잘 살펴준다면 단순히 당사자(신 회장)뿐 아니라, (롯데그룹에) 근무하는 직원과 거래처 등 모든 이해관계자, 더 나아가 한국 경제와 사회에도 틀림없이 큰 의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큰 목적을 위해 신 회장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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