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한반도 운전대’ 잡으려는 김정은
  •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1 11:00
  • 호수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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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 임박
미국과 무역협상 나선 중국도 도와준 셈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또다시 정세 주도를 시도하고 있다.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추가 발전과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만남을 바라지만,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제도화되고 있으므로 한·미 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반입을 중단하고 다자간 협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자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동시적으로 본격적인 비핵화에 나서겠지만 계속 제재를 가하고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등 북한의 주권을 무시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월10일 베이징에서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Xinhua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월10일 베이징에서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Xinhua

美와 담판 앞두고 ‘동맹국’ 우의 과시

연설로 기본 입장을 밝힌 뒤 김 위원장은 행동에 나섰다. 특별열차로 1월8일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전열을 정비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그야말로 철저한 계산에 의거한 다면적인 전략적 포석에 입각하고 있다.

첫째, 초강대국 미국과의 담판에 앞서 ‘동맹국’과 우의를 다져 협상력을 강화하려 했다. 북한의 비핵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중국에, 미국이 추가 비핵화 대가로 대북제재를 완화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상호주의적 입장을 정중하게 설득해 보겠지만 미국이 대립을 선택할 경우에는 북한 체제 생존의 국제적인 안전판인 중국이 지원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을 것이다. 셋째, 북한 체제 유지에 긴요한 석유를 지원해 주고 있고 북한 대외교역의 90%와 관광객의 태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지도자와 사전에 상의하는 예를 갖춰 우의를 다지고, 향후에도 우호적인 입장을 확보하려 했을 것이다. 

넷째, 2018년 가을 이후 북·미 관계가 줄다리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무역전쟁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중국에 북한이 우군임을 과시하려 했을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방중이 베이징에서의 미·중 무역협상 기간과 겹쳐 중국에 대한 응원이 더욱 실감 나게 느껴질 수 있었다. 또 그의 생일에 정상외교를 시행해 국사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북한 주민에게는 선공후사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도 줄 수 있었다. 다섯째, 미국의 대중 압박이 강화되면서 작년 중반 이후 중국도 대북제재를 보다 충실히 이행해 2018년에 북한의 대중 수출이 80% 이상 축소됐다. 중국이 제재를 일방적으로 완화하기는 어렵지만 그 이행을 조금 느슨하게 해 북한의 숨통을 터줄 것을 요구했을 것이다. 여섯째, 3차 방문에 이어 이번에도 박태성 국무위원회 과학기술과 교육담당 부위원장을 동행케 한 것은 중국으로부터 이 부문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려 한 것이다. 한마디로 방중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더 크므로 시진핑 주석을 찾아간 것이다.

북·미 정상이 직접 담판하겠다고 직행할 경우에는 이를 막기보다는 우리의 국익을 감안한 다양한 타협안을 작성해 북·미 양측에 사전에 입력해 우리가 만든 제안이 합의되게 해야 한다. 공식·비공식 특사 파견과 전방위적 접촉 및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열어 돌파구 마련해야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중국과 상의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빅딜을 할 경우에는 매우 불편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으므로 강대국 지도자로서의 체면을 지키며 상황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모습을 보여 강대국 지도자로서의 위신과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지키고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강화하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특히 트럼프가 중국에 과격한 요구를 한 뒤 일방적으로 무역전쟁을 감행하는 상황이므로 동맹국을 챙겨 전략적인 진용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중국이 참여하는 다자 협상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을 주창하므로 이를 지원하면서 미국의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약화를 모색하는 기회를 잡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탄핵을 요구하는 미국 내 여론에 더해 새로 개원한 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의 정치적 공세가 맹렬하다. 그런 와중에 대외정책에서도 별로 내세울 게 없으므로 김 위원장과의 담판을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 국면으로의 진전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북·미 간 실무회담이나 고위급회담을 건너뛰거나 형식적으로 치르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으로 직행하기를 바란다. 협상의 달인임을 자부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 있다는 태도다. 그러나 미국 내 언론과 대다수 전문가들은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김 위원장에게 실질적인 핵 보유의 시간을 벌어주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때문에 반드시 실무회담과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표에 관한 합의사항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이를 인준하는 형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선택할 권한은 없다. 그러나 이 행사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이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한 뒤, 각각의 경우를 분석하고 최적의 방안들을 마련해 제반 변수들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전방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우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약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함께 정상회담 개최도 계속 미뤄진다면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돌파구를 마련해 주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형식적으로만 사전 회담을 거치고 북·미 정상이 직접 담판하겠다고 직행할 경우에는 이를 막기보다는 우리의 국익을 감안한 다양한 타협안을 작성해 북·미 양측에 사전에 입력해 우리가 만든 제안이 합의되게 해야 한다. 공식·비공식 특사 파견과 전방위적 접촉 및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먼저 북한에는, 설사 그간 진행돼 온 과정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현실주의 논리가 압도적으로 작동하는 국제사회에서 북·미 간 국력차가 매우 크므로 민족의 미래를 위해 한 걸음 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는, 대북제재가 어느 정도는 효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무조건 항복할 정도가 아니며 올해를 넘길 경우 미 대선 국면에서 미국의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이에 따라 북한이 바라는 상응조치를 단계별로 나누어 탄력적으로 시행하면서 북한을 실질적인 비핵화로 이끌어가는 것이 현 상황에서 최선책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정부의 현명한 전방위적 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분단비용을 최소화하는 호혜적인 남북경협 진흥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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