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캐시카우’ 절실한 게임업계 공룡 넥슨
  • 황건강 시사저널e. 기자·CFA (kkh@sisajournal-e.com)
  • 승인 2019.01.11 14:00
  • 호수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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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매각 10조원 이상 ‘빅딜’ 전망
기업가치 끌어올리기 쉽지 않아 고민

김정주 NXC 대표가 보유 지분 매각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넥슨 매각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넥슨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NXC가 일본에 상장된 ㈜넥슨을 지배하고 ㈜넥슨은 넥슨코리아를 지배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NXC의 주인이 바뀔 경우 국내 최대 게임업체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넥슨은 국내 게임업계의 선구자이자 글로벌 게임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는 매각이 성사되면 10조원 이상의 ‘빅딜’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M&A업계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이 가격을 받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거래 성사 시 단번에 업계 ‘랜드마크 딜’로 기록될 만큼 고액인지라 자금 동원이 쉽지 않아서다. 매각설이 부각된 후 거론되는 인수 후보도 중국 IT 공룡 텐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텐센트 역시 단독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규모라 다수의 투자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경기 성남시 판교 넥슨 본 ⓒ 시사저널 고성준
경기 성남시 판교 넥슨 본 ⓒ 시사저널 고성준

인수 후보에 중국 텐센트 등 거론 

게임업계에서 텐센트는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는 곳으로 꼽힌다. 이미 수년전부터 국내 IT 업체 인수나 지분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실적만 놓고 보면 현재 넥슨은 하향세라는 점이다. 카트라이더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장기간 흥행에 성공한 게임 IP(지적재산권)를 보유하고 있지만, 던전앤파이터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캐시카우가 없다. 더구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PC온라인게임의 아성에 버금가는 성공 사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9일을 기준으로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00위권 내에 이름 올린 넥슨 게임은 피파온라인(24위)과 메이플스토리(43위), 엑스(45위), 오버히트(81위), 삼국지 조조전(98위) 등 5개뿐이다. 

특히 텐센트는 M&A업계에서 자금력과 인력 등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넥슨의 캐시카우인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배급도 맡고 있는 만큼, 넥슨의 주인이 바뀌어도 실질적인 타격이 없다. 텐센트가 넥슨 인수에 나서더라도 과감한 베팅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과감한 움직임을 보였다면 프라이빗 딜로 마무리됐을 텐데 시장에 티저 레터(Teaser Letter)를 돌렸다는 것은 김정주 대표 입장에서도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포인트가 필요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들이 기업가치를 개선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세 가지다. 재무구조를 개선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방법과 우수한 경영진을 배치해 성과를 내는 방법, 그리고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이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재무구조를 개선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넥슨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텐센트가 나서지 않을 경우 대안으로 떠오르는 사모펀드들도 아직은 막연한 상황이다. 게임업계에서 넥슨이 갖고 있는 상징성은 대단하지만 향후 10조원 이상의 가치를 낼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사모펀드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이 사모펀드들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buyout fund)들은 기업을 인수한 뒤 되파는 과정에서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투자기간은 통상 5~10년가량인데, 이 기간 안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만 성공적인 투자회수가 가능하다. 

사모펀드들이 기업가치를 개선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세 가지다. 재무구조를 개선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방법과 우수한 경영진을 배치해 성과를 내는 방법, 그리고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이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재무구조를 개선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넥슨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략이 통용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돼 있어야 하는데 넥슨은 현금이 넘치는 회사다. 일본 전자공시시스템인 EDINET에 따르면, 일본에 상장된 ㈜넥슨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9월말 기준 6470억 엔(약 6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현금성 자산과 예금, 금융자산 등으로 5272억 엔(약 5조4000억원) 규모다. 반면 차입금 등과 같은 금융부채는 30억 엔(약 300억원)에 불과하다.

우수한 경영진을 확보해 경영성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도 쉽지 않다. 넥슨은 국내 게임업계의 선구자인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선도업체다. 다른 업체들도 넥슨 출신을 모셔가는 상황에서 이보다 더 뛰어난 경영진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김정주 대표가 NXC로 물러나면서 넥슨코리아의 대표직은 평사원 출신 인사가 맡고 있다. 현재 넥슨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이정헌 대표는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히트와 다크어벤저, 엑스, 오버히트 등으로 성과를 낸 인물이다. 

불필요한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축소 방식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뿐만 아니라 게임업계에서는 이미 인력 구조조정을 빈번하게 진행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넥슨 매각설이 알려지자 넥슨 그룹 내에서는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직원들의 노조 가입 문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규 게임 개발 시 야근이 집중되고 개발이 끝나면 성과가 좋든 나쁘든 퇴사가 당연시될 정도로 인력 구조조정이 빈번한 곳이 게임업계”라며 “지금 수준 이상으로 인력을 타이트하게 관리하기 어려워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와 닮은 넥슨의 성장 기록

결과적으로 사모펀드들에게도 넥슨이 과감한 베팅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규 게임 IP 기대감이 크다면 향후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겠지만, 최근 수년간 넥슨이 직접 개발해 성공한 게임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넥슨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도 자체 개발보다는 M&A로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현재 넥슨의 캐시카우인 던전앤파이터 역시 네오플을 인수하면서 확보한 게임이다. 인수 당시에는 고가 인수 논란이 나오기도 했지만 넥슨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투자금 이상의 현금흐름을 만들어냈다. 던전앤파이터가 지난 2017년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1조원이 넘는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넥슨은 자신들의 투자 방식을 이미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한 넥슨 관계자는 “전 세계 게임업계에 부분 유료화 방식을 처음 도입한 것도 넥슨이고 게임 수명 훼손을 최소화시키면서 매출을 어느 정도까지 극대화할 수 있는지 가장 잘 아는 곳도 넥슨”이라며 “사모펀드가 인수한다 해도 추가적인 IP 확보 없이 수익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김정주 대표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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