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착’과 ‘자유’…언론 때문에 시끄러운 청와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1 17: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이은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입성에 ‘권언유착’ 등장
한 기자의 신년 기자회견 질문 태도 놓고도 ‘시끌시끌’

청와대가 '언론' 때문에 연일 시끄럽다. 언론 보도가 화제라는 말이 아니다. 한편에서는 언론인의 청와대 이직이, 다른 한편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기자의 질문이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권력 감시해야 할 언론인이 정권 대변"

문재인 대통령은 1월9일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에 여현호(57)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을 임명했다. 여 신임 비서관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한겨레신문에서 정치부장, 편집국 국내부분 편집장,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등을 거쳤다. 

여론은 좋지 않았다. 불과 이틀 전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이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으로 간 것과 맞물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 비서관은 한겨레신문에 사표를 낸 지 불과 이틀 만에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한겨레 내부서도 인정했듯 사실상 현직인 상황에서 청와대로 간 것이다. 윤 수석 역시 지난달 말까지 MBC에 근무했다. 

야당은 즉각 비판 입장을 발표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권력에 대한 감시를 본업으로 삼는 언론인이 거리낌 없이 권력의 나팔수를 자청하는 행태는 일그러진 언론의 단면"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어 "한겨레신문은 2014년 언론인 출신이 박근혜정부 대변인(민경욱)에 임명된 것을 두고 청와대 제의를 받아들인 언론인의 수준 낮은 윤리의식을 지적하며 참담하다는 입장을 내놨다"면서 "마치 5년 뒤의 일을 예측이라도 한 듯 정확한 문제 지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선 여 비서관을 비롯해 김의겸 대변인까지 한겨레신문 출신 언론인 2명이 함께 일하게 됐다"며 "특정 언론에 기대 국민 소통을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고 덧붙였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2기 청와대 신임 비서진을 보면 청와대를 친문 경호대로 채우겠다는 일관성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여 비서관 임명은 청와대가 언론을 대하는 형편없는 인식 수준과 언론인 개인의 낮은 직업 소명의식이 만들어낸 갈 데까지 간 인사가 아닐 수 없다"며 "청와대는 더는 언론계를 청와대 인력시장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월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울러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신문지부, 언론노조 MBC본부도 이직 당사자와 청와대에 유감을 표했다. 그야말로 집중포화다. 문 대통령은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관련 질문에 "비판한다면 그 비판을 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인사의 부족한 점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권력은 언론에) 특혜를 주고 언론은 정권을 비호하는 권언유착의 일환으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생각하고 비판한 바 있지만, 지금 정부에서는 그런 권언유착 관계가 전혀 없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높은 도덕성을 자랑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최근 직원들의 각종 비위 행위가 터져 나오며 논란에 휩싸였다. '권언유착 관계가 전혀 없다'는 문 대통령의 자신감에 선뜻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또 한겨레신문은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근 정부 정책지 '위클리 공감' 제작 사업권도 따낸 바 있다. 해당 사업권은 보수 정권 시절엔 보수 언론이 독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년 기자회견 질문 논란…"文정부 들어 언론자유"

한편,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선 한 언론인의 질문이 도마에 올랐다.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는 문 대통령에게 "현실 경제가 굉장히 얼어붙어 있다. 국민이 많이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현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려는 이유를 알고 싶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 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처했다. 문제는 나중에 터졌다. 김 기자에 대해 '무례하다' '설익은 질문이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이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인 언론관을 나타내는 한 단면이란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도 화 안 냈는데 왜 다른 사람들이 화를 내는가.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포용능력이 충분히 되니까 기자가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 이런 걸 가지고 과하게 대응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석희 JTBC 앵커는 "과거 정부 대통령 간담회에서 기자가 다소곳이 손 모으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김 기자의 질의는 권위주의 정부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고 평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진짜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저렇게 성큼, 올해도 또 한번 다가오는구나(라고) 좋게 느꼈다"고 했다. 이어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 뭐든 질문할 수 있고 대통령은 무슨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