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넘어선 ‘가상화폐 페이’ 나온다
  • 미국 라스베이거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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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에서 불붙은 ‘블록체인 디앱’ 경연
국내 업체는 가상화폐 결제 가능케 할 ‘위즈블페이’ 공개

컴퓨터를 20년 넘게 다뤄본 사람이라면 윈도우 95가 가져다준 충격을 기억할 것이다. 이는 텍스트에서 벗어나 이미지 위주의 인터페이스를 채용한 운영체제(OS)였다. 그런데 당시 학생들이 더 관심을 둔 부분은 따로 있었다. ‘지뢰찾기’였다. 윈도우 95를 기반으로 한 게임은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지금 한컴오피스의 토대가 된 ‘아래아한글’도 이때 출시됐다.

블록체인 업계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진화 중이다. 초기 개발업체들은 컴퓨터 OS에 비유되는 메인넷 구축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젠 메인넷을 기반으로 한 응용프로그램, 일명 ‘디앱(Dapp)’으로 경쟁의 장이 옮겨가는 추세다. 글로벌 디앱스토어 스테이트오브더디앱에 따르면, 작년 말 2200여개의 디앱이 순위 다툼을 벌였다. 

CES 한 테마인 ‘블록체인’, 더 깊게는 ‘디앱 경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8일(현지시각)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는 디앱의 현주소와 그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CES엔 블록체인 관련 업체 38곳이 참가했다. 이들 일부는 디앱을 두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쳤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홀에서 1월12일(현지시각) 위즈블페이를 소개하고 있는 토마스 위즈블 해외홍보팀원. ⓒ 공성윤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홀에서 1월12일(현지시각) 위즈블페이를 소개하고 있는 토마스 위즈블 해외홍보팀원. ⓒ 공성윤 기자

국내 블록체인 업체 위즈블은 가상화폐의 본질인 결제서비스를 공략했다. 이번 CES에서 공개한 ‘위즈블페이’는 카카오페이나 삼성페이처럼 실생활에서 물건·서비스를 살 수 있게 해준다. 위즈블페이로 QR코드나 지갑주소를 만들어 보여주면, 상점이 이를 읽고 결제해주는 방식이다.  문영철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오는 2월 정식출시에 맞춰 싱가포르 등지에 결제 가능한 매장을 넓히려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 가상화폐를 충전하거나 달러, 원화 등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가상화폐를 통한 결제를 회의적으로 만든 건 거래 처리 속도였다. 비자카드가 초당 2만 4000건의 거래를 처리하는데, 비트코인은 7건에 불과했던 것. 그런데 위즈블은 지난해 9월 ‘초당 100만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메인넷을 공개했다. 위즈블페이에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기술적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번 CES에 ‘가상화폐기업’으로 참가한 업체는 국내에서 위즈블이 유일하다. 

국내업체 위즈블, 결제 주력한 ‘위즈블페이’ 공개

다국적 업체 콘스탄트는 자유로운 송금을 가능케 해준다는 디앱을 들고 나왔다. 가상화폐 송금은 지금도 전자지갑만 있으면 가능하다. 단 콘스탄트는 송금할 때의 안정성과 가치 고정성에 초점을 뒀다. 

콘스탄트 머니 한 개는 1달러로 가치가 고정돼 있다. 닝 탄 콘스탄트 홍보팀원은 “베트남 같은 개발도상국에선 화폐 가치의 변동이 심해 자산 증식이 불안하다”며 “하지만 콘스탄트 머니는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자산을 안전하게 모을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또 설령 송금 과정에서 해킹이 발생해도 500만 달러(약 55억 8000만원)까지 보상이 가능하다고 한다. 독립된 금융기관이 이를 보장하게 할 계획이다.

1월12일 닝 탄 콘스탄트 홍보팀원이 자사의 디앱을 소개하고 있다. ​ⓒ 공성윤 기자
1월12일 닝 탄 콘스탄트 홍보팀원이 자사의 디앱을 소개하고 있다. ​
ⓒ 공성윤 기자

가상화폐의 은행 역할을 하는 디앱도 있었다. 일정량의 가상화폐를 맡기면, 이를 담보로 이자를 달러로 받는 구조다. 쉽게 말해 달러표시 채권을 가상화폐로 사는 것이다. 개발업체인 영국 셀시우스의 커스틴 라이언 홍보이사는 “이자율은 가상화폐의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과 리플은 5.10%, 이더리움은 4.55%, 네오는 3.25%다. 시장 상황에 따라 최고 7%까지 이자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미국 국채 평균 수익률인 2~3%보다 높다. 

이집트 업체 엘크림은 아예 디앱 개발과정을 도와준다는 하드웨어 부품을 개발했다. 아마르 살레 엘크림 CEO는 “우리 부품은 하드웨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개발 중인 기기에 디앱을 심는 걸 편리하게 해준다”며 “블록체인을 굳이 깊게 이해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인 ‘스마트계약(검증 과정 네트워크로 자동화된 계약)’을 실현한다는 게 엘크림의 목표다. 

이집트 업체 엘크림이 선보인 하드웨어 부품 ​ⓒ 공성윤 기자
이집트 업체 엘크림이 선보인 하드웨어 부품 도식 ​ⓒ 공성윤 기자

“디앱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앞으로 디앱은 이론으로만 무성했던 블록체인의 확장성을 현실에 구현하는 도구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또 디앱이 오류 없이 잘 돌아간다는 건, 그 토대가 되는 메인넷이 안정적이란 걸 뜻한다. 이에 따라 디앱은 블록체인 개발업체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홍콩 블록체인 전문매체 인베스트인블록체인은 1월4일 “디앱을 주류 시장에 올려놓으려는 블록체인 업체들의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며 “당장은 이더리움이 그 선도에 있지만 간격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기자가 CES에서 둘러본 블록체인 업체들은 주로 금융 분야에 초점을 둔 디앱을 내놓았다. 하지만 앞으론 게임과 빅데이터 등 용도가 확장질 것이란 전망이다.  

 

《유오수 위즈블 대표 인터뷰》

 

위즈블페이를 CES에서 선보일 기술 상품으로 택한 이유는.

작년 9월 초당 100만 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메인넷을 론칭했다. 이처럼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했으니, 이젠 그 상용화에 주력할 때라고 생각했다. 위즈블페이는 그 시작점이다.이와 같은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은 전 세계 관련 업계가 목표로 삼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본다.”

하지만 위즈블 메인넷에 대한 의혹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

완벽한 기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 메인넷은 기술적 이론의 측면에 있어선 완성된 시스템이다.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다소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을 좀 더 수정하고 범용성에 대한 보완도 하면서 국내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시사저널과 인터뷰한 유오수 위즈블 대표. ⓒ 공성윤 기자
시사저널과 인터뷰한 유오수 위즈블 대표. ⓒ 공성윤 기자

시장의 반응과 관련해 아쉬운 점은 없나.

“새로운 기술을 내놓을 때마다 의심의 표적이 되는 건 매우 안타깝다. 응원과 격려보단 평가 절하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힘들다고 손을 놓아버렸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우리 기술이 비판받는 건 블록체인 자체가 아직 생소할뿐더러 대중적이지 않은 분야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얼마든지 전문가와 언론의 검증을 받을 자신이 있다.”

앞으로 또 다른 디앱을 개발할 계획이 있나.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시티(기반시설과 공공기능이 네트워크처럼 연결된 도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앱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병원에서 처방전이나 진단서를 발급할 때 쓸 수 있는 디앱도 구상중이다. 2분기부턴 위즈블과 관련 없는 기획자나 개발자 등이 모여 직접 디앱을 개발할 수 있는 자리인 해커톤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CES 참가를 통해 얻은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나.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 주요 블록체인 업체로부터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또 블록체인 결제시스템 분야가 경쟁자가 거의 없는 블루오션이란 걸 깨달았다. 이번 CES는 우리 기술의 기술적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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