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의 덫’에 빠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6 14:00
  • 호수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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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인수 후 계열사 주가 동반 하락
웅진그룹 측 “시장 우려 알지만 주가 하락 과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1971년 백과사전 외판 사원으로 시작해 지금의 웅진그룹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한때 웅진그룹의 매출은 6조원, 재계 순위는 30위권에 이름을 열렸다.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주력인 교육(웅진씽크빅)과 정수기 렌털(코웨이) 사업뿐 아니라, 건설(극동건설), 화학(웅진케미칼), 식음료(웅진식품), 금융(서울상호저축은행) 등으로 문어발 확장을 한 결과였다.

무리한 확장의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신사업으로 시작한 태양광 사업이 부진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은 2012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6년 만에 코웨이 재인수에 성공했지만 남아 있는 숙제도 적지 않아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 시사저널 최준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6년 만에 코웨이 재인수에 성공했지만 남아 있는 숙제도 적지 않아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 시사저널 최준필

문어발 확장으로 ‘샐러리맨 신화’ 흔들

윤 회장은 2013년 눈물을 머금고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1989년 설립 이후 한 번도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회사를 처분한 것이다. 이 돈으로 회생채권을 갚은 웅진은 1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그룹 재건은 쉽지 않았다. 알짜 계열사들을 내다 팔면서 그룹의 체질이 약화됐다. 윤 회장 역시 회생 과정에서 계열사를 불법으로 지원한 혐의(배임)로 검찰에 기소됐다. 법원은 윤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2020년까지 윤 회장은 웅진을 포함한 계열사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윤 회장은 그룹 재건 의지를 꺾지 않았다. 결국 웅진그룹은 지난해 10월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6849억원에 인수했다. MBK파트너스에 매각한 지 6년 만에 코웨이를 품에 안은 것이다. 코웨이의 막강한 방문판매 조직은 덤이었다. 웅진그룹의 자산 역시 2조5000억원에서 5조원대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웅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코웨이의 방판 인력만 2만 명에 이른다. 국내 렌털 시장이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코웨이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 또한 여전하다. 당장 웅진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폭탄을 맞았다. 코웨이 인수 주체인 웅진씽크빅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초 코웨이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다음 날 회사 주가는 25.3%나 폭락한 후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최근 1년여 기간 동안 웅진씽크빅의 주가는 6270원(고점)에서 2505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코웨이 역시 웅진그룹이 인수를 결정한 직후 주가가 60%나 감소했다. 코웨이의 주가는 10만500원(고점)에서 7만5600원으로 24.8%나 감소했다. 

웅진에너지의 하락폭은 더하다. 주력 제품인 태양광 웨이퍼 사업의 부진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2대주주인 한화케미칼이 최근 주식을 팔고 빠져나갔을 정도다. 지난해 3분기까지 웅진에너지는 4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604억원으로 확대됐다. 이 때문에 웅진에너지 주가는 최근 1년여 기간 동안 9930원(고점)에서 1800원으로 5분의 1 토막이 났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 역시 최근 1년간 5460원에서 2145원으로 절반 넘게 하락했다. 

웅진그룹 측은 “최근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코웨이 인수 초기 재무적 구조 부담으로 주가 하락이 일어났다. 코웨이의 운영 역량이 실현되고 시너지 창출이 현실화되는 3월이 다가오면 이런 우려는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시각도 나온다.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가 동반 하락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코웨이 매출은 매각 당시인 2013년 2조1183억원에서 지난해 2조7043억원(추정치)으로 27.7% 증가했다. 하지만 인수 금액은 1주당 10만3000원으로 매각 당시 금액인 주당 5만원의 두 배 정도여서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우선 나온다. SK와 LG 등 대기업이 렌털 시장에 가세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 역시 낙관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계열사들이 코웨이 인수에 가세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코웨이를 인수한 윤 회장의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코웨이는 최근 청주시의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보급 사업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허위 견적서를 제출해 논란을 빚었다. 얼음정수기 이물질 손배소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2015년 얼음정수기에서 니켈이 나온 것을 숨기고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가 소비자 1000여 명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이다. 이들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남희웅 법률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피해자 1명당 100만원씩 보상하라는 판결이 최근 나온 만큼, 나머지 소송 역시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 전문가들 ‘승자의 저주’ 우려

이 때문에 일부 경영 전문가들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기도 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2006년과 2008년 각각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집어삼키며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 순위는 8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빚을 내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탓에 그룹의 자금난이 가중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되팔아야 했다. 2009년에는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과 핵심 계열사인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박 회장은 2015년 5월 금호고속을 3년 만에 되찾으면서 그룹 재건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그해 말에는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이 급속하게 악화됐다. 시장이 급변할 경우 웅진그룹 역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룹 재건의 원년’을 선포한 윤 회장이 넘어야 할 산만 높아지는 모양새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윤 회장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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