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풀 중단’이 어디까지나 ‘잠정’인 이유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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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 전진 위한 일보 후퇴’ 시각 많아
수익원은 물론 정보원도 될 수 있는 카카오카풀, 우호적 여론까지 조성돼 

카카오가 결국 택시의 반발에 한 발 물러섰다. 카풀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여만인 1월15일 잠정 중단을 발표한 것. 하지만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란 시각도 있다.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여론’이란 우군을 얻었기 때문이다. 카풀이 가져다 줄 이점 또한 카카오가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카카오 카풀을 지지하는 국민이 많다는 건 통계로 뒷받침된다. 지난해 9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는 “56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가 카풀 서비스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또 그해 10월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성인 500명 가운데 56%는 카카오 카풀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카카오 카풀 하루 평균 이용자는 10만 명을 넘은 걸로 알려졌다. 

우호적인 반응과는 별개로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12월 21~25일 카풀 크루(운전자)로 직접 일해보니, 주말은 물론 공휴일에도 탑승자를 태우는 게 가능했다. 게다가 탑승자의 출발지나 목적지는 크루가 가려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이는 ‘출퇴근 때 유상운송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여객자동차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택시업계는 “카풀앱이 유사운송 행위를 조장한다”며 카카오를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카카오에 반대하는 택시파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세 차례 일어났다. 그 사이 두 명의 택시기사가 분신시도를 하기도 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마련된 택시기사 故 임모 씨 분향소 앞에서 불법 카풀영업 척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택시4개단체원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이날 단체는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사퇴, 책임자 처벌,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 수용 등을 촉구했다. ⓒ 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마련된 택시기사 故 임모 씨 분향소 앞에서 불법 카풀영업 척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택시4개단체원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이날 단체는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사퇴, 책임자 처벌,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 수용 등을 촉구했다. ⓒ 연합뉴스

그럼에도 여론을 등에 업은 카카오는 시범서비스를 이어나갔다. 서비스를 멈춘 건 1월13일 정부가 택시업계에 불리한 문건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택시-카풀 갈등 해결방안을 만들면서 ‘택시를 향한 부정적 인식을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러한 인식엔 언론의 편파적 보도도 영향을 미쳤다고 택시업계는 주장했다. 

카카오에게 있어 카풀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황금 동아줄과도 같은 사업이라서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외에 딱히 수익 창구가 없는 상황이다. 2017년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남겼다. 그 원인은 주력 서비스인 카카오택시의 운영 방식으로 꼽힌다. 카카오택시는 기사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때문에 택시 호출시장 점유율 80%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회삿돈만 깎아먹고 있다. 

카풀은 다르다. 운행요금의 20%를 수수료로 떼 간다. 시범서비스 전까지 모인 크루 7만명이 기본요금(3000원)에 해당하는 거리를 출퇴근길에 한 번씩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8400만원을 수수료로 챙길 수 있다. 나중에 수수료율을 우버(25%)만큼 올리면 1억원 넘게 가져갈 수 있다. 1월11일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카카오 실적 향상이 기대되는 요인으로 카풀을 꼽았다. 

 

“카풀이 크루나 탑승자의 위치정보 수집 도구가 될 것” 지적도

카풀이 카카오의 ‘정보망’으로 활용될 거란 관측도 있다. 기자가 크루를 할 때 태웠던 보안 프로그래머 박아무개씨(남·35)는 “카풀이 크루나 탑승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도구가 될지도 모른다”며 “출퇴근길의 동선이 모두 노출되니 나중에 마케팅 수단으로 쓸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우버는 사용매뉴얼을 통해 “사용자가 앱을 연 시간부터 여정이 종료되거나 취소될 때까지 위치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운영 방침에 대해 미국 독립연구기관 전자개인정보센터(EPIC)는 “불법적이고 기만적인 상행위”라고 비판했다. 

일단 카카오는 공을 택시업계로 넘긴 모양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월15일 보도자료를 통해 “택시업계와 협력하고 합의를 우선시하기 위해 카풀 시범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택시단체가 대타협기구 참여 조건으로 제시했던 ‘서비스 중단’은 성사된 셈이다. 

단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을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잠정적 표현을 썼다. 즉 이번 발표가 영구 철회 결정은 아님을 암시했다. 카풀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택시업계도 전향적 자세를 보여주지 않으면 카카오가 카풀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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