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에 칼 빼든 국민연금, 대림·KT도 겨눌까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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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비판에도 오너 견제 위해 대한항공 등에 주주권 행사 결정
같은 명분이라면 다른 기업들도 안심 못해

주사위는 던져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116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기로 의결했다. 여기엔 나름의 명분이 있다. 이들은 오너리스크에 빠져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명분대로라면 긴장해야 할 기업은 또 있다.

유력시되는 다음 타깃은 대림산업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기준 대림산업의 지분 14.13%를 갖고 있다. 이해욱 회장이 이끄는 대림코퍼레이션(21.67%)에 이어 2대 주주다. 이와 같은 지분율이면 국민연금은 주요 주주로서 배당확대, 자산매매, 경영진 교체 등 핵심 사안에 관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해욱 회장의 불미스런 행보가 국민연금 개입에 정당성을 더해준다는 분석이 있다. 이 회장은 2016년 운전기사에게 폭행·폭언을 일삼아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듬해엔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혐의가 발견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결정적으로 그는 1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초대받지 못했다. 재계 20위권 기업집단 가운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곳은 대림과 한진, 부영그룹 등 3곳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플라자 호텔 앞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스튜어드십코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플라자 호텔 앞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스튜어드십코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저평가된 기업가치 또한 이 회장의 독자 경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증권가는 대림산업이 저평가 국면에서 줄곧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조한 배당률도 한 몫 했다. 대림산업의 시가배당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은 업계 평균인 1.33%보다 낮은 1.2%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배당률 인상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꾀할 것으로 점쳐지는 배경이다.

KT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KT의 향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최대주주다. 작년 말 KT의 보통주 291만여 주를 사들이면서 지분율은 12.19%로 더 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황창규 KT 회장은 불법 정치후원금을 건넸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118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물론 황 회장이 KT의 오너는 아니다. 그러나 최고경영인이자 KT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긴 힘들다. 게다가 지난해 11KT 아현지사 화재사건으로 경영진의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연금이 KT 인선안에 개입할 것으로 관측되는 요인은 또 있다. 문재인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기조다. 그동안 통신료에 대한 정부 개입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매번 반대에 부딪혀왔다. 5G 시대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투자 여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단은 이통3사가 지난해 8월 저가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갈등은 잠시 완화된 모양새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여전히 가계 통신비 부담이 줄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정부가 통신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추진했던 보편요금제는 국회 통과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때문에 당장 KT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3월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 내부에선 이미 임기를 1년 남겨둔 황 회장의 후임에 관한 하마평이 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신세계, 네이버, GS건설 등도 주주권 행사의 타깃이 될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꿀 경우 6개월 이내에 얻은 주식 매매차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명 ‘10%이다. 가뜩이나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두고 사회주의란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경영에 개입하는 건 부담이 상당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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