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性比 불균형④] “대학 안 바뀌면, 한국 사회 절대 안 바뀐다”
  • 류선우 인턴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3 08:16
  • 호수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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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남성 정교수들 물러난 자리에 여성 갈 수 있을까? 비관적”

시사저널은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실로부터 국내 대학(전문대 2년제·3년제 포함) 총 412개교(2018년 기준) 전체 교원 성비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국내 대학 전체 전임교원 8만8315명 중 여성은 26%(2만2726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은 74%(6만5589명)다. 정교수 비율만 따지면 차이는 더 크다. 정교수 4만2792명 중 여성은 17%(7094명), 남성은 83%(3만5698명)다.

반대로 대학의 ‘비정규직’이라 할 수 있는 비전임교원, 그중에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인 ‘시간강사’는 전체 7만4144명 중 여성이 52%(3만8438명)로 남성 48%(3만5706명)보다 많다. 즉 교수 비율은 2대8, 혹은 3대7 정도인데 시간강사 비율은 5대5라는 얘기다. [교수性比 불균형①] 단독-‘강사’ 女 많고, ‘정교수’ 男 압도적

“교수 나오는 드라마 본 적 있어요? 의사나 법조인이 나오는 드라마는 많죠. 그런데 교수 사회를 다룬 드라마는 잘 없어요. 그만큼 여기가 폐쇄적이라는 겁니다.”

찾아봤다. 누가 이미 질문을 올려놨다. ‘교수 나오는 드라마는 없나요?’에 달린 답변은 ‘별에서 온 그대’였다. ‘외계인 교수’의 사랑 이야기뿐이라니. 곰곰이 생각해 봐도 교수 사회를 다룬 드라마는 떠오르지 않는다.

1월12일, ‘성평등세상 기원’이라는 문구가 붙은 교수 연구실에서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교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젠더 분야 전문가다. 학계에서도, 일상에서도 성차별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아 ‘여전사’로도 불린다. 최근에는 2016년에 쓴 ‘여성혐오와 젠더차별,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논문플랫폼(디비피아)에서 ‘올해의 논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대학에 여성 교수가 적은 것이 왜 문제인가.

“먼저 ‘대학이 무엇인가’를 질문해야 한다.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라는데, 그것은 과연 ‘누구의 진리인가’. 한국 사회에서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주시민으로 학습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은 대학뿐이다. 즉 대학은 한국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와 연결된다.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고 인권지향적인 민주국가가 되려면 대학이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교원 성비와 민주주의 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관되나.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교육을 받는 게 중요하다. 여성, 남성, 성소수자 등에게 다양하게 교육받아야 다양한 민주주의를 대학에서 느끼고 실험할 수 있다. 다양한 이에게 교육받지 못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연습할 기회가 보장이 안 된다는 의미다. 즉 민주주의 교육이 실현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또 교원 성비 불균형 문제는 학연주의와 얽혀 있다. 이걸 보는 학생 입장에서는 결국 ‘남성이고 특정 대학을 나와야 살아남는구나’하며 불공정을 인지하게 되고, ‘세상은 불평등하다’는 메시지를 받게 되는 거다. 최고 교육기관이라는 대학에서 가장 비교육적인 일을 겪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원 성비 불균형의 원인은 무엇인가.

“딱 한 가지로 그 이유를 말할 수 없다. 이것은 다양한 차별적 구조가 중첩된 문제다. 먼저 누적된 차별 부분이 있다. 지금 정교수를 차지하는 남성들이 어떤 사람들이냐면 과거 여성이 공부하는 것 자체가 어렵던 시절에 교수가 된 이들이다. 여성이 교수가 되기 어렵던 시기에 이미 많은 남성들이 정교수 자리에 들어갔다. 누적된 꼭대기에 남성들이 공고히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지금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고 박사가 많아졌다지만 이걸 뚫고 들어가기가 어려운 거다.”

또 어떤 문제가 얽혀 있나.

“학연주의가 또 하나의 핵심이다. 학벌로 연결된 연줄문화가 대학 사회에 아주 크게 작용한다. 근데 여기서 학연은 남자에게만 작용한다. 이들이 뽑는 ‘내 후배’는 ‘내 남자 후배’에 한정된다. 서울대 출신 남자 박사는 교수 비율이 굉장히 높을 거다. 통계는 없지만 여자는 매우 다를 거다. 내가 유학하던 곳에서도 여자가 많았는데, 그 똑똑했던 여자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남자들은 거의 다 교수가 됐다. 결국 남성이란 성별이 가진 특권과 학연주의가 연결돼 대학이 계속 ‘남성 중심적 봉건가부장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수는 다른 전문직보다 여성 비율의 증가 속도가 느리다. 대학 사회가 더 성차별적인 곳이라고 해석할 수 있나.

“그럴 가능성이 크다. 교수 사회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폐쇄적이다. 그리고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곳일수록 다양성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차별구조가 공고화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공대에 특히 여성 교수가 적은데, 내가 유학하던 당시만 해도 공대에 여학생이 20~30%는 있었다. 그 여학생들이 지금 다 어디 갔을까. 교수가 못 된 거다. 주위에 보면 여러 대학을 옮겨 다니다가 사기업으로 가는 여성들도 많이 봤다. 남성 중심적인 교수 사회에서 여성 학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많다.”

여성이 교수가 되는 데 있어 남성보다 어려운 부분이 있나.

“여성들은 전임, 나아가 정교수가 되는 데 있어 남성보다 더 많은 장애물이 있다. 일단 공부에 온전히 집중하기부터 어렵다. 결혼과 임신, 출산이 정말 크리티컬(치명적)하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결혼을 하는데, 여자는 결혼하면 가사와 육아에서 온전히 자유롭기 어렵다. 그나마 가사 부담을 해결한다고 해도 다음 문제는 임신이다. 한창 공부하고 논문을 써야 하는 시기에 임신을 하면 어떻게 공부를 하나. 이게 또 전임교원 취업과 연결이 된다. 그러니까 공부할 시기에 여성이 출산을 하면 보이지 않는 경력단절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고 임신을 언제까지나 미룰 수도 없다. 전임교원이 됐다 해도 2~3년 내로 재임용 시기가 온다. 이때 연구 실적을 못 내면 재임용이 어렵다. 신임교수로서 공부해야 할 때 출산을 하면 또 어려움이 있는 거다.”

여성은 비전임교원이 전임교원보다 두 배가 많다. 남성은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 비율이 거의 반반이다.

“그게 문제다. 앞서 말한, 남성 정교수들이 은퇴하는 시기가 곧 다가온다. 문제의 핵심은 이 남성 정교수들이 물러난 자리에 여자가 갈 수 있겠냐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모습을 보면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비전임교원 자리에 머무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예컨대 여러 국책 연구사업이 진행돼도 그 사업담당 전임교수는 대체로 남성으로 구성된다. 실제 실무를 수행하는 계약직이나 연구원은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다. 교수가 될 나이의 여성들이 능력이 있음에도 비전임교원에 머물고만 있는 것이다.”

최근 나온 대책은 국공립대의 여성 교수 비율을 평균 25%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적절한 대책인가.

“무슨 위원회 하나를 만들 때도 한 성별이 60%를 넘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교육 현장에 여성이 30%도 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 국내외 여성 박사 비율이 36%면 최소한 교수 성비도 그 정도 수준에 맞춰야 한다. 국공립뿐 아니라 사립대를 포함한 전국 모든 대학에 여성 교수 비율을 올리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사립대도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이다. 국책사업 지원을 제한한다든지 학교 평가 시 반영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압력을 줘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향후 10년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 (교수 사회) 전체를 바꿀 순 없다. 앞으로가 중요한 이유다. 지금 정교수에 있는 사람들이 대거 은퇴하는 시기가 곧 온다. 이들이 물러나는 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다. 그때 새로 임용되는 교수들은 공정하게 임용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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