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방그룹, 내부거래로 장남엔 ‘경영권’, 딸들엔 ‘현금’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4 14:00
  • 호수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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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 실태] 세방그룹
논란 아랑곳 않고 비중과 규모 계속 늘려

‘로케트 배터리’로 잘 알려진 세방그룹의 사업구조는 전지제조업(세방전기)과 물류업(세방) 양축으로 이뤄져 있다. 시작은 창업주인 이의순 세방그룹 명예회장이 1960년 설립한 한국해운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해운은 소규모 물류 대리점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된 것은 1965년 세방기업을 설립하면서다. 계속해서 사세를 확장해 온 세방기업은 1978년 세방전지를 인수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세방전지의 전지제조업은 세방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세방그룹은 다양한 사업을 추가하며 그룹의 면모를 갖춰 나갔고, 현재 27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규모 2조45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세방그룹은 현재 2세 경영이 한창이다. 이 명예회장의 장남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1984년 그룹에 합류한 이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세방전지와 지주사 격인 세방 등에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기 위해 유학한 2년을 제외하고 30년 이상 경영수업에 몰두했다. 그런 이 회장이 회장 직함을 단 것은 2013년이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미래성장실을 신설하고 신성장동력 확보에 양팔을 걷었다. 물류와 전지 등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보수적인 경영행보를 보여온 이 명예회장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 시사저널 고성준·뉴스뱅크
ⓒ 시사저널 고성준·뉴스뱅크

2세 개인회사에 일감 몰아줘 지분 승계 

세방그룹은 현재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분 승계 작업도 마무리된 상태다. 이 회장은 지분 80%를 보유한 시스템통합(SI)업체 이앤에스글로벌(옛 세방하이테크)을 통해 세방을 지배하고 있다. ‘이앤에스글로벌→세방→세방전지·세방산업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셈이다.

지분 승계 작업엔 내부거래가 동원됐다. 오너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마련한 재원으로 지배구조상 핵심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전형적인 형태였다. 여기에 이용된 회사가 이앤에스글로벌이다. 세방그룹의 지분 승계 작업은 이앤에스글로벌 설립 이듬해인 1998년부터 본격화됐다. 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회장의 세방 지분율은 1%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내부거래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이앤에스글로벌은 세방의 지분을 계속해서 사들였고, 2006년 지분율을 21.23%까지 늘렸다.

이 회장도 이 시기 세방 지분 확보에 나섰다. 1998년 말 장내매수를 통해 8만 주를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까지 세방 지분율을 12.17%까지 끌어올렸다. 지분 매입에 투입된 재원 상당 부분은 이앤에스글로벌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앤에스글로벌은 1999년부터 매년 꾸준히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2005년까지 배당한 전체 금액은 50억원이었다. 이 회장의 이앤에스글로벌 지분율이 80%라는 점을 고려하면 40억원이 그의 몫으로 돌아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회장은 직간접적으로 세방 지분 33.4%를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이앤에스글로벌과 이 회장의 세방 지분율은 각각 18.52%와 8.64%로 변동된 상태다.

지분 승계와 세대교체가 마무리된 다음에도 일감 몰아주기는 여전했다. 오히려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을 계속해서 늘려 나갔다.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행보였다. 실제 이앤에스글로벌과 산하의 자회사·손자회사 6곳의 연결기준 내부거래율은 2014년 53.69%(총매출 251억원-내부거래액 135억원)에서 2015년 56.69%(285억원-161억원), 2016년 72.01%(302억원-217억원), 2017년 86.11%(406억원-349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세방그룹에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오른 계열사는 또 있다. 축전지 부품 제조업체인 세방산업과 부동산임대업체인 세방이스테이트가 그곳이다. 이앤에스글로벌이 ‘장남 회사’라면 이들 회사는 ‘자매 회사’로 분류된다. 이 명예회장의 장녀인 이려몽씨와 차녀 이상희씨가 주요 주주이기 때문이다. 이앤에스글로벌이 이 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세방 지배력 확보에 활용됐다면, 세방산업과 세방이스테이트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딸들의 ‘현금창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방산업의 최대주주는 세방전지(40.2%)다. 나머지 59.8%는 이 명예회장(11.1%)과 이려몽(20.7%)·이상희(28%) 자매가 나눠 갖고 있다. 세방산업은 매출 대부분을 세방전지와의 거래에 의존하다시피하고 있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14년 92.49%(801억원-740억원), 2015년 92.58%(740억원-685억원), 2016년 87.92%(671억원-590억원), 2017년 84.41%(505억원-426억원) 등이었다. 세방산업이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의 수혜를 이려몽·이상희 자매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막대한 현금배당을 통해서다. 세방산업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146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오너 일가의 몫은 87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세방산업·세방이스테이트 자매 ‘현금창고’

또 다른 자매 회사 세방이스테이트는 당초 세방산업의 임대사업부문이었다. 2014년 인적분할돼 독립법인 형태로 설립됐다. 오너 일가 지분율은 세방산업과 동일하다. 최대주주인 세방(40.2%)의 지분을 제외한 59.8%를 이 명예회장(11.1%)과 이상희(28%)·이려몽(20.7%)씨가 소유하고 있다. 세방이스테이트는 계열사를 상대로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량에 가까운 매출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2016년과 2017년의 내부거래율은 각각 93.51%(18억원-17억원)와 96.14%(27억원-26억원)였다. 시사저널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 세방그룹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언급하기 곤란하다”는 답변만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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