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치료하는 곳인가? 돈을 버는 곳인가?’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9 14:17
  • 호수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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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의 생활건강] 장인 의사를 찾을지, 사업가 의사를 찾을지는 환자 선택의 몫

《SKY캐슬》이라는 TV 드라마가 한창 인기다. ‘SKY캐슬’은 명문 사립 주남대학교의 대학병원 의사들과 로스쿨 교수들이 모여 사는 단지의 이름이다. 대한민국 상위 0.1%의 부모들이 벌이는 자식 일류 대학 보내기와 그를 둘러싼 암투를 빠른 전개로 그려냈다.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자식 성공을 위해서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론 입장과 방법만 좀 다를 뿐, 자식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우리네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극 중에서 신경외과 황치영 교수(최원영 분)는 정형외과 강준상 교수(정준호 분)가 병원 매출을 늘리기 위해 환자들에게 비싼 약을 많이 처방하고, 돈이 안 되는 환자는 조기 퇴원을 종용하는 것에 분개해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인가? 돈을 버는 곳인가?’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기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극 중의 주남대병원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많은 대형 병원들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적자가 계속된다면 병원이 존속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실례로 최근 국내 최고 산부인과 병원으로 약 50년간 부동의 명성을 떨쳤던 제일병원이 폐원을 앞두고 있다. 소위 우리나라의 ‘빅3’ 병원조차 매년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병원 경영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의료수가 체계의 왜곡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병원에서 수익이 나는 부분은 주차장과 장례식장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과연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일까? 아니면, 의사가 돈을 버는 일터일까? 둘 다 맞는 말이다. 병원은 아픈 사람을 고치기 위해 나라에서 허가해 준 장소다. 또 한 사람의 가장이 돈을 벌어가는 일터이기도 하다. 의사도 성향이 가지각색이다. 어떤 의사는 장인(匠人) 같은 의사다. 한 사람의 환자를 잘 치료하기 위해 고뇌하고 고민한다. 환자가 좋아지면 거기에서 만족을 얻고 희열을 느끼는 의사다. 환자 고치는 것을 일생의 소명으로 삼고 묵묵히 길을 가는 의사다. 또 다른 의사는 사업가 스타일이다. 사업수완이 좋아서 병원을 크게 짓고 마케팅을 하고 부동산을 넓혀 돈을 번다. 환자를 보는 것도 잘하지만, 사업적으로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TV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 jtbc
TV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 jtbc

의사는 도덕적 잣대가 하나 더 추가되어야

장인과 사업가는 어느 직업이든 존재한다. 그중 어떤 쪽이 좋고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의사가 환자는 안 보고 사업을 잘한다고 해서 비도덕적이라고만 말할 수도 없다. 다만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다른 직종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적인 잣대 외에, 도덕적인 잣대가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한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의사로서의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진료할 의무가 있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사업가 의사보다는 장인 의사가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사업적으로 성공을 꿈꾸는 의사가 많아지는 것 같다. 또 사업적으로 성공해서 큰 병원을 짓고 대규모 진료를 하는 곳이 인정을 받기도 한다. 장인 의사를 찾아갈지, 사업가 의사를 찾아갈지는 환자 선택의 몫이다. 겉으로 번쩍번쩍하고 마케팅을 많이 하는 병원은 한편으로 거기 소요된 비용을 환자에게서 받아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의사에게는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지만, 환자에게는 나를 가족처럼 여기고 잘 고쳐줄 의사를 선택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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