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뉴 롯데’ 신동빈의 광폭 행보
  • 유재철 시사저널e 기자 (yjc@sisajournal-e.com)
  • 승인 2019.01.29 14:12
  • 호수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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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동남아행 이어 신년 첫 출장지로 일본 선택
친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자필 편지 공개와 연관성 있는 듯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광폭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5일 출소한 뒤 현재까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출장길에 오르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단 신 회장이 현장경영에 속도를 내는 것은 ‘뉴(New) 롯데’ 구축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신 회장이 밝힌 ‘뉴 롯데’ 청사진에는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고 7만 명을 고용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개척이 필수였던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일본 등을 잇달아 방문해 배경이 주목된다. ⓒ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일본 등을 잇달아 방문해 배경이 주목된다. ⓒ 연합뉴스

중국 등지고 동남아로

무엇보다 롯데는 지난해 그룹 안팎으로 큰 시련을 겪었다. 총수는 구속돼 그룹을 이끌 선장을 잃었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롯데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다. 롯데의 선택은 동남아였다. 이것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후 신 회장이 현장 중심의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는 이유다. 

신 회장은 출소 후 가장 먼저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점검했다. 인도네시아는 향후 롯데의 글로벌 화학사업을 이끌 거점 국가로 평가받는 곳이다. 신 회장은 인도네시아에 조성 중인 신규 유화단지가 완공되면 롯데의 화학부문이 거대 시장을 선점하고 동남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 회장은 “유화단지 프로젝트를 계기로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 관계자 역시 인도네시아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하며 “(인도네시아는) 롯데 화학부문의 주요 해외 거점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시장은 최근 각종 사업의 철수가 진행 중인 중국 시장을 대체할 투자처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흘러나온다. 

롯데는 지난 2008년 롯데마트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첫 진출한 이후 롯데백화점, 롯데케미칼, 롯데지알에스, 롯데컬처웍스 등 10여 개 계열사에 9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유화단지 건설을 계기로 롯데첨단소재는 인도네시아 ABS 생산업체 인수 및 신규 공장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신 회장의 경우 현재 ‘한·인니 동반자협의회’의 경제계 의장직을 맡고 있다. 

동남아 시장 개척에 집중하던 신 회장이 지난 1월16일 갑자기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신 회장은 지난해 구속 수감된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사임했기 때문에 일본 출장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신 회장의 난데없는 일본행을 두고 재계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자필편지 공개를 지목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자필편지는 지난해 4월 구속 중이던 신 회장을 면회해 전달하려 했던 편지다. 

신 전 부회장은 이 편지에서 일본 롯데는 본인이 담당하고, 한국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경영하는 것으로 합의해 경영권 분쟁을 끝내자는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13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언제든지 주총에 돌아와서 본인의 비전과 실적, 전략을 말씀하시고 기존 이사진 등으로부터 신뢰받으면 좋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단순 ‘립 서비스’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일본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신 전 부회장이 33.31%(광윤사 포함)를 가지고 있다. 반면 신 회장의 경우 4.47%에 불과하다. 우호 지분까지 포함해도 12% 수준이다. 나머지 종업원지주회(31.06%)와 임원지주회(6.67%) 등 일본 경영진의 지분율은 53.33%로 과반을 넘는다. 이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회심의 카드’로 사용됐다. 한·일 롯데의 정점에 일본인 주주가 있기 때문에 향후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에 통으로 넘어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신동주 전 부회장 자신의 지분으로 한·일 간 롯데 지배구조를 분리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경영비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경영비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의아했던 신 회장의 일본행 왜?

그러나 신 회장 측은 경영권을 나눠 갖기 위한 ‘꼼수’로 판단하고 신동주 전 부회장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신 회장 측은 “신 전 부회장이 ‘개인’과 상법상 ‘회사’의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의 큰 결정은 특정 주주 개인 의지에 따라 좌우될 수 없고 주주총회 등 상법상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화해 시도 자체에 대한 진정성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강도 높은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2015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된 이후 신 회장뿐 아니라 신격호 명예회장과 롯데 경영진 등을 상대로 한·일 양국에서 소송을 제기해 지금도 재판이 진행 중인 것도 상기시켰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의 일본 출장은 뒤숭숭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일본 롯데 경영진과 주주들의 신임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잊을 만하면 등장해 여론까지 흔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설까지 일거에 제거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구속된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기 때문에 일본 롯데의 경영공백 상태가 한국 롯데보다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본 롯데에 대한 지분을 여전히 상당량 갖고 있기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의 움직임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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