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150세⑤] 노인은 사회가 배워야 할 학습의 콘텐츠다
  •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8 08:00
  • 호수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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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빈곤 깨고 시니어 르네상스 시작돼

“세상은 보기에 최고의 시대일 수도 있고 최악의 시대일 수도 있다.” 찰스 디킨스의 말이다. 단군 이래 가장 많은 노인들이 살고 있고 역사 이래 가장 많은 노인 문제에 직면해 있는 지금은 그야말로 디킨스의 말대로다. 노인이 많아지는 사회에 노인들 문제가 많아지는 건 이상한 것은 아니다. 다만, 노인들의 문제는 사회적 책임과 사회부조 시스템의 안정성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도 기억하자. 그리고 또 한 가지! 자연이 살아 있듯 노인들은 살아 있다. 노인도 새로운 스토리에 탄성을 뿜고, 창조적 시도에 목말라 있다. 사람들은 노인을 늙은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노인들이야말로 이 시대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노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노인의 욕망’을 읽어야 비로소 해법의 열쇠를 쥐게 될 것이다. 이미 노인의 욕망은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 하나의 문화 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알고 있는가? 시니어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21세기 6075세대의 새 이름 ‘신중년’, 그들의 문화부흥 이야기를 들어보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무한청춘 축제’에서 어르신들이 합창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무한청춘 축제’에서 어르신들이 합창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1. 경제주체로서의 소비자:신(新)시장의 운영자, 뒷방을 나오다!

‘신중년’은 소비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를 잡았다. 백화점의 큰손이자, 안티에이징을 위해 기꺼이 지출을 하고, 새벽 홈쇼핑의 주역이자 영화관과 스포츠센터, 카페의 낮 고객이자 비수기 여행사의 성적표를 책임져주며 젊은 층과는 다른 시간대의 주요 매출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결코 젊은이와 소비를 다투지 않는다. 다른 콘텐츠, 다른 취향이다.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개취존(개인 취향 존중)’을 기반으로 한 소비 마니아로 떠올랐다. 또한 마천루를 경험한 첫 세대이자 엘리베이터 첫 세대, 집전화에서 스마트폰까지 경험한 세대다. 파마와 미니스커트 세대고, 아스팔트 위에서 마이카를 경험했다. 

■2. 교육 주체로서 평생교육의 선택자:다시 등교하는 늙은 학생들!

공교육 첫 세대이자 민주화를 일구고 자력으로 투표 방식을 바꾸었던 사람들, 중등교육 이상의 교육을 받으며, 성교육에 첫 눈을 뜬 사람들, 교육복지서비스의 첫 수혜자이자 재취업교육의 본격적 참여자, 평생교육의 주역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들은 높은 교육열과 그 열기로 얻은 자유교육과 민주교육을 통과하며 선택의 힘을 알고 실천한 세대였다. 연애결혼 물결을 만든 주인공들이자 이혼을 기꺼이 선택하는 세대, 재혼을 당당히 말하는 세대이고, 자신의 남은 삶에 투자하고자 유산을 남기지 않겠다는 이들이다. 환갑잔치보다는 여행을 선택한 이 노년 세대는 경험으로 노년을 보여주고 기꺼이 새로움에 투자한다,  

인공중절 수술,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세대들이다. 밀려가지 않고 만들어가는 세대로서 늦은 교육에 뜨겁게 열광하고, 본격적 인생 2막을 위한 자기 교육투자를 아끼지 않는 세대다. 사이버대학의 주요 학생들이고, 석·박사 과정에 진학하거나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공인중개사, 전문상담사와 같은 자격증 과정에 도전하며 앎을 즐기고 삶을 새로이 개척한다. 노인=빈곤의 등식을 깨고, 이미 이들 자체가 사회가 배워야 할 학습의 콘텐츠가 되었다.

문화창조자로서 콘텐츠 메이커:블로거, 카페 동아리장, 유튜버로 활동하다!

적극적 은퇴는 신중년들의 주요 특징이다. 이들은 무조건적 희생보다 자기 투자와 자기계발, 여가 활동과 적극적 관계 메이커, 노무(No More Uncle)족이자 루비(RUBY·Refresh, Uncommon, Beautiful, Young)족으로 살며 나이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와 활동을 추구하고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문화 활동과 취미 생활을 선택한다. 기꺼이 자신의 삶을 공유하면서 블로거로 활동하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동아리를 만든다. 유튜버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전문성을 보여주고 새로운 관계 맺기와 문화적 창출에 나선다. 신문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모든 세대와 공동의 매체로 함께하나 자신들만의 콘텐츠로 승부한다.

■3. 세대의 연결자, 시대의 운영자:아날로그에서 디지털까지, 젊음에서 노년까지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신중년들은 줄다리기에서 네트워크까지를 경험한 다경험 세대이기도 하다. 노년들의 놀이 재미에서 청년들의 게임머니까지 알고 즐기는 세대이자, 청색전화에서 유선전화를 넘어 5G 스마트폰을 직접 구매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앱을 다운받아 즐긴다. 청년의 매체와 노년의 도구를 모두 사용할 줄 알고 추억과 역사를 신매체 콘텐츠로 녹여낼 수 있는 유일한 세대다. 윤심덕에서 BTS까지 알고 있고, 장터국밥 맛부터 배달앱까지 사용하며 게임에 동참하고 길드를 이끄는 세대, 즉 문화적 경험과 역사적 경험을 이어내는 연결 세대다.

■4. 주도사회의 새로운 리더:수혜자에서 참여자로, 참여자에서 다시 주도자로

‘신중년’은 수혜사회의 수혜자로서 살고, 참여사회의 참여자로 활동했다. 그리고 이제 주도사회의 새로운 리더로서 새 역할을 시작하고 있다. 문화적 주도자로서 이들은 Cafe+콘셉트, Travel+Study 모델의 주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페 기능을 넘어 교육과 공동체 기능을 갖춘 곳에 신중년들이 모인다. 이들은 서비스를 받으며 질 좋은 식사를 하고 기꺼이 자녀들과 주말을 ‘엔조이’하며 지낸다. 사회적 공헌자로서 신중년들은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며 지역사회에 공헌한다. 자신의 역할을 희생이라기보다는 사명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세대를 위한 ‘기꺼운 세대보상(Pay-Back Service)’에 나섰다. 문화, 사회, 행정, IT, 연구, 상담, 재무, 교육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신중년들의 적극적 참여와 나눔과 봉사는 우리 사회가 지금 어느 수준에 와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현대 발전의 주역이었던 우리나라 신중년의 발달 과정은 수혜사회-참여사회-주도사회라는 사회적 발달 과정과 상당히 일치한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발달 지표인 셈이다. 

이들은 더 진화할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만들고 기꺼이 몸집을 키워가는 그들, 계속 늙어가나 지속적으로 창조하는 이들, 신중년 그 늙은 미켈란젤로들의 르네상스 첫 그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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