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정현 의원 “신당 창당 못할 것 없다”
  • 김지영 기자·정리 김민주 인턴기자 (young@sisajounal.com)
  • 승인 2019.01.25 16:00
  • 호수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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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무소속 의원 “9월 전에 윤곽 내놓을 것”

‘박근혜 호위무사’ ‘박근혜의 입’으로 불린 무소속 이정현 의원. 그를 기자가 처음 만난 건 지난 2000년이다. 당시 이 의원은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정세분석팀장이었다. 김대중 정부 때였다. 그가 당시 기자를 만날 때마다 강조했던 메시지가 있다. 바로 ‘서진(西進) 정책’이다. “영남에 기반을 둔 한나라당이 서진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나라당이 서쪽에 위치한 호남권으로 ‘정치적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는 거였다. 특정 지역 중심 정당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명제였다. 하지만 지난한 문제였다. 그럼에도 그는 틈날 때마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역설했다.  

이 의원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2004년 총선 때 광주 서구 을에 출마해 ‘예상대로’ 낙마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땐 박근혜 후보 대변인이었다.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 단 건 이듬해인 2008년 총선 때였다. 비례대표였다. 2012년 총선 때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로 광주 서구 을에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호남 민심은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그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박 대통령의 신임은 절대적이었다. 그의 ‘서진 어젠다’는 박 대통령의 호남 정책에도 직간접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또 호남 문(門)을 두드렸고 마침내 열렸다. 2014년 7월 재·보선이 치러진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에서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새누리당 계열 정당이 광주·전남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한 건 처음이었다. 그의 서진 프로젝트가 흐릿하게나마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여세를 몰아 2016년 총선 땐 전남 순천에서 3선 의원이 됐다. 새누리당 대표까지 올랐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그에게 정치적 한파를 몰아치게 했다. 2016년 12월16일 당 대표직을 중도 사퇴했다. 급기야 2017년 1월엔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정당에 몸담은 지 34년 만이었다. 이후 ‘두문불출’했다. 국회 의정활동은 이어갔다. 하지만 언론 노출은 일절 자제했다. ‘세상 밖에서’ 와신상담했다. 그랬던 이 의원이 최근 SNS 활동을 재개했다. 세상과 조심스럽게 소통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사저널은 1월14일과 17일 이틀 동안 이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2017년 1월 새누리당 탈당 후 2년 만에 하는 첫 언론 인터뷰였다. 그래서인지 이 의원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달변인 그가 인터뷰 초반부엔 말을 더듬더듬 했다. 사진기자에겐 “사진 찍을 때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느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3선 의원에 당 대표까지 지냈고, 청와대 수석을 두 번이나 거친 베테랑 정치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랜만의 언론 외출에 긴장했다는 방증이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선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만 말했다. 인터뷰 중간중간 침묵과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 할 뿐 답하지 않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복잡한 심사가 간헐적으로 읽혔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2017년 1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지 2년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무소속 의원으로 국회 의정활동은 계속했다. 국회가 열리지 않을 땐 배낭 하나 멘 채 시외버스 타고 전국 102개 시·군·구를 돌며 바닥민심을 들었다. 당 대표 때 하려던 일이었다. 책을 읽으며 직접 저자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분배에 관심을 두고 있는 진보 경제학자들도 만났다. 또 일본 자민당 정치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중국과 러시아, 대만 정치도 직접 그 나라에 가서 유심히 살필 기회를 가졌다. 충전의 시간들이었다.” 

그동안 심정도 복잡다단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1984년부터 2016년까지 33년 정치인생을 다 합친 것만큼의 무게보다 무겁고 긴 2년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일말의 책임감, 책임의식, 또 억울한 점도 있었다. 국민들 정서나 감정을 감안했을 때 자숙하는 모습도 필요했다. 한편으론 도리이고 다른 한편으론 자청한 침묵이었다.”

어떤 책임감과 억울함이었나.

“지금 말하는 건 좀 이르다. 언젠가 입장을 얘기할 때가 있을 것이다.”

아직도 힘들다는 얘기인가.

“정치적 식물인간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뭐가 그리 힘들다는 것인가.  

“미뤄 짐작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다 짐작하진 못할 것이다.”  

원망스럽다는 건가.

“운명이다. 기도할 뿐이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고 보나.

“….”

박근혜 정부를 평가한다면.

“그건 나중에, 훗날….”

박 전 대통령 면회는 가나. 

“노코멘트 하겠다.”

박 전 대통령이 아무도 면회를 받지 않는다는데 사실인가.

“노코멘트 하겠다.”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나.

“건강이 가장 걱정이다. 갈가리 찢김을 당했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그분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매일 (그분을) 위해서 기도한다.”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관측도 나온다. 

“….”

자유한국당에 복귀할 생각은 있나.

“그 당에 다시 입당할 생각은 없다. 무슨 원망이나 비난, 이런 게 아니다.”

자유한국당 내 친박과 비박 갈등은 여전하다. 봉합될 것으로 보는가.

“한국당 내부는 형제의 난 상황 같다. 촛불(정국) 이후 한국 정치는 1910년이 돼서야 끝난 세도정치 같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016년 8월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016년 8월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한국당)이 상했는데 건더기 성하겠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2월27일 열린다. 황교안 전 총리 등이 출사표를 던졌는데.

“누가 (당 대표 후보로) 나갈지 대진표도 다 안 나왔다. 국(한국당)이 상했는데 건더기(대표)가 무엇인들 성하겠는가.” 

한국당 지도부가 새로 구성되면 당 분열도 수습될 수 있다고 보는가.

“누가 돼도 로데오 게임 참가자 처지가 될 것이다. 나무 위에 올려놓고 떨어질 때까지 흔들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보수 세력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보수는 잘못이 없다. 반(反)봉건, 반공산, 반빈곤, 반독재까지 이룩해 낸 게 보수 세력이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보수이지 진보가 아니지 않은가. 여전히 훌륭하고 좌파·좌익에 우세하다. 보수 정치인들이 문제다. 보수 세력이 1만이면 보수 정치인은 1에 불과하다. 9999 중에 있는 새로운 인재들이 새롭게 모이면 된다.”

무슨 의미인가.

“지난 70여 년 동안 보수 정치인은 말[馬]이었고 보수 세력은 마차였다. 뽑아주고 밀어준 죄밖에 없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다수의 보수 세력이 말이 돼 극소수 보수 정치인들을 마차로 끌고 가야 한다. 낡은 마차나 고장 난 마차는 버리고 새로 갈든지 부속품을 확 바꿔야 한다. 보수 세력이 보수 정치인을 언제든 갈아치우고 내동댕이칠 수 있는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제 보수 세력이 주인 노릇을 해야 한다.”   

신당 창당을 의미하는가.

“(1980년대에) 민정당과 민한당이 1당과 2당이던 시절 여야 두 정당에 실망을 느낀 국민들은 신당인 신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뽑아 획기적인 정치 개혁을 이룩한 적이 있다. 프랑스 국민도 진보·보수 현역 의원들이 한 명도 없는 마크롱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신당(新黨)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새로운 보수 신당이 나온다면 어떤 형태인가.

“보수 신당이라고 말하는 순간 실패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새 정치는 새로운 정치 주체세력이 주도해야 한다. 또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 산업화와 민주화, 노(勞)와 사(使)를 다 품어야 한다. 모든 청탁(淸濁·맑고 탁함)을 다 품는 바다당(黨), 도레미파솔라시도 다양한 음을 가진 피아노당이 돼야 한다. 건반같이 스펙트럼이 넓은 당이어야 한다.”

현재의 여야 5개 정당 체제에 문제가 많다고 보는 것 같다.

“국민은 현존 5개 정당들과 그 소속 의원들에 대해, 또 정책들에 대해, 쌈질만 하는 행태에 대해 싫증 나 있다. 피곤할 대로 피곤하고 지칠 대로 지쳐 있다. 확 판 갈이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그러면 누가 신당을 주도할 것인가. ‘보수진영에 유력 지도자가 없다’는 게 보수 세력 내에서도 거론되는 고민 아닌가. 

“지금 유력한 지도자가 부상(浮上)하지 않는다는 건 흠이 아니고 장점이다. 그만큼 숨은 참신한 카드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자만하지 않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좋은 지도자가 부상할 수 있다. 미리 뜬 역대 유력한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로 끝났다.” 

 

신당, 9월 이전엔 윤곽 나와야 

이 의원과 같은 생각을 갖고 신당 등을 함께 추진하는 사람들이 있나.

“다양하다. 국회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다. 지방에도 있고.”

현역 의원도 있나. 있으면 몇 명이나 되나.

“물론 있다. 자유한국당 이외의 정당에도 있다.”

신당 창당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내년에 총선이 있다. 대선 잠룡들도 몸을 풀기 시작했다. 정치의 계절이 다시 왔다. 올해 9월 이전엔 (신당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  

문재인 정부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1년 반 사이에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와병 중인 분(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생존한 세 명(전두환·이명박·박근혜)의 대통령 전원에 대한 사법처리가 진행 중이다. 아직 평가는 이르다.”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에 관여한 사람들 중에 경제 박사가 수두룩하다. 문제점을 모를 리 없다. 가진 사람들을 포기하고 그동안 소외받아 온,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중공, 소련, 동구권, 북한이 저소득 인민을 위해 사회주의 정책을 펼쳤다.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인민들에게 아직도 고깃국에 쌀밥은 목표일 뿐이다.”

내년(2020년) 총선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물고기는 물에서 살아야 한다. 35년 동안 정치만 해 왔다, 정치 계속한다.”

현 지역구인 전남 순천에서 출마하는가.

“남은 임기 1년4개월 동안 순천과 순천 시민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은 책무고 도리다. 그다음은 그때 결정하겠다. 난 항상 그래 왔다.”

방송법 위반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는 했는가.

“즉시 했다.”

1심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재판 중인 사안이다.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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