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좋은사람들’ 인수 과정 의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2.01 11:00
  • 호수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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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25일 최대주주 교체 과정서 극심한 내홍

‘보디가드’와 ‘예스’ 등 유명 언더웨어 브랜드를 보유한 ‘좋은사람들’이 내홍에 휩싸였다. 새 최대주주로 맞은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때문이다. 좋은사람들 경영진과 노동조합은 이 전 부회장의 무자본 인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출처불명의 자금으로 최대주주에 오른 뒤 사내유보금 투자, 외부자금 조달, 자산 현금화 등 자금유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더웨어 업체 좋은사람들이 최근 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시사저널 박정훈
언더웨어 업체인 좋은사람들이 최근 최대주주 교체 과정에서 극심한 내홍에 휩싸여 배경이 주목된다. ⓒ시사저널 박정훈

 

‘애니콜 신화’에서 좋은사람들 백기사로

좋은사람들은 지난해 4월25일 컨텐츠제이케이를 새 최대주주로 맞았다. 그러나 주식양수도 계약 당일 좋은사람들 주식 상당수를 장내 매각해 차익을 실현했다. 이 때문에 컨텐츠제이케이는 6월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정족수 미달로 경영권 장악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컨텐츠제이케이는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하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좋은사람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된 것이다. 좋은사람들 경영진은 경영 안정화를 위해 선량한 대주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물색작업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부회장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애니콜 신화’로 잘 알려진 그는 2009년 삼성전자 퇴직 후 코스닥업체에 투자해 왔다. 그러나 좋은사람들 내부에선 이 전 부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그가 취약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 투자한 뒤 경영권 분쟁을 벌인 경우가 많아서다. KJ프리텍과 동양네트웍스가 그런 경우다. 또 그가 인수한 기업이 매각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장 폐지(제이앤유글로벌)되거나 파산신청(KJ프리텍)을 하는 등 석연치 않은 일도 적지 않았다. 

투자자 대리인으로 나선 박재홍씨는 의혹들에 대해 적극 해명하며 강한 투자 의지를 보였다. 그는 특히 ‘단기성 투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투자금 전액이 이 전 부회장의 개인자금이며, 그의 둘째 아들인 이종현 제이에이치리소스 대표를 경영에 참여하도록 해 가족회사로 장기 운영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도 전달했다. 그러나 정작 협상 테이블에 이 전 부회장은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좋은사람들 경영진의 계속된 요구에도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경영진이 이 전 부회장과 만나지 않고는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뒤에야 결국 만남이 성사됐다.

지난해 8월말 이 전 부회장을 직접 만나 투자 의지를 확인한 좋은사람들 경영진은 그를 최대주주로 맞이하기로 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이 전 부회장과의 만남은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부터는 이 대표와 박씨 두 사람과 모든 협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외견상 투자주체로 단독법인인 제이에이치리소스를 내세우자고 요구했다. 이 전 부회장의 투자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오히려 사업을 진행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문제는 유상증자 대금납입 당일인 지난해 10월29일 터졌다. 이 전 부회장 측이 대금납입 마감 직전 투자주체를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으로 변경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좋은사람들 경영진은 반발했다. 투자조합은 투자자와 자금출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조합은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에서 현황을 알아볼 수 없고, 중소기업청 등 국가기관 공시 의무도 없다. 투자조합은 또 제3자에게 지분양도도 가능하다. 장기 경영은 물론 최대주주의 1년 주식보호예수 기간조차 보장할 수 없는 셈이다. 투자조합은 이런 특성 때문에 그동안 무자본 인수에 악용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전 부회장 측은 향후 자금출처를 확인시켜 주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좋은사람들 경영진은 납입 마감을 한 시간 앞두고 투자자 명의를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으로 정정공시하고 납입을 마무리 지었다. 이로 인해 이 전 부회장 측은 좋은사람들 최대주주(11.69%)에 올랐다.

더욱 큰 문제는 증자대금 납입 직후 불거졌다. 사내유보금 유출과 핵심자산 현금화, 외부자금 조달 시도가 이어진 것이다. 이 전 부회장 측은 먼저 자산운용이 관리하는 M&A펀드에 넣으면 연 9%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다며 투자를 요구했다.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발행목적이나 투자계획은 전무했다. 전환사채를 일단 발행해 놓고 투자처를 찾겠다는 것이었다. 

일련의 행태는 무자본 인수의 전형적인 패턴이라는 것이 좋은사람들 측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이 전 부회장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가운데 제이에이치W투자조합 자금출처에 대한 제보가 이어졌다. ‘이전에 투자했던 기업의 자금이 들어왔다’ 등의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이 전 부회장의 또 다른 측근 이아무개씨가 과거 좋은사람들을 무자본 인수한 세력의 핵심이었음이 확인됐다. 그는 이 전 부회장이 동양네트웍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제이피원의 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이씨는 2008년 페이퍼컴퍼니인 이스트스타어패럴을 통해 좋은사람들 경영권을 인수했다. 그 직후 자신이 대표이사이던 의류업체 올아이원의 프레비니 브랜드의 영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씨는 대금을 받은 뒤 자산을 넘기지 않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좋은사람들 자금을 횡령했다. 좋은사람들은 이씨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38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피해금액은 아직까지도 미수로 남아 있다. 이 전 부회장 측은 이씨와는 현재 결별한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상증자 자금출처 공개 약속 끝내 거부

이에 좋은사람들 경영진과 노동조합은 이 전 부회장 측에 자금출처를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결국 공개를 거부했다.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은 “우리 조합이 이 전 부회장의 개인자금으로 증자 납임금을 마련하기로 약속한 것이 아니어서 자금 조달 내역 공개 요구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좋은사람들 경영진은 이 전 부회장 측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철회를 결정했다. 그러자 이 전 부회장 측은 최근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법원에 냈다. 여기에 좋은사람들은 이 전 부회장 측의 주주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좋은사람들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최대주주에게 경영권을 넘겼다가는 회사 임직원과 전국의 대리점, 선량한 주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 전 부회장의 유상증자 납입금은 즉시 반환할 수 있는 상태로 금융기관에 그대로 예치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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