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포스텍’ 한전공대, 전남 나주 부영CC로
  • 전남 나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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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부영CC 일대 120만㎡ 확정
2022년 부분개교, 20년 內 국내 최고 공대 목표
재원마련·예타면제·용도변경 특혜 등 과제 수두룩

‘호남의 포스텍’을 표방하는 한전공대가 한전 본사가 위치한 전남 나주에 들어선다. 한전공대 입지선정 공동위원회는 1월28일 서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열린 '한전공대 범정부 지원위원회' 본회의에서 나주시 빛가람동 부영골프장(부영CC) 일원을 한전공대 입지로 발표했다. 한전공대 부지가 확정됨에 따라 전남도와 나주시는 골프장의 절반가량을 대학부지 40만㎡, 골프장 인근 송림제 인근 부지 80만㎡를 클러스터와 랜드마크형 대형 연구소 부지로 무상 공급하기로 했다. 

한전공대가 들어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부영골프장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기자
한전공대가 들어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부영골프장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기자

 

한전은 캠퍼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월부터 나주시와 협약을 맺는 등 대학 설립에 속도를 낸다. 한전공대 설립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뒤 총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올해 하반기에는 학교 법인을 설립하는 것으로 목표로 학교 설립 절차를 밟는다. 학생 1000명, 교수 100명으로 2022년 3월 개교하되, 학생·교수 등 상주 인원을 중·장기적으로 5000명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에너지 분야에서 20년 내 국내 최고, 30년 내 세계 최고 공대’를 만든다는 목표다. 학비와 기숙사비 모두 무료다. 연봉 10억원 이상의 스타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한편 일반 교수에게도 연봉을 4억원 이상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공대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호남 선거공약이다. 그동안 광주와 전남이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여왔다. 이날 유치경쟁을 펼친 각 지자체는 즉각 환영과 수용의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부지 선정이라는 큰 산은 넘었지만 남은 과제도 산적해 있다.

 

◇경제성과 지원계획서 희비 엇갈려 

한전공대 당초 후보지는 광주 북구 첨단산단 3지구, 남구 에너지밸리산단, 승촌보 일대 등 광주 3곳과 전남 나주의 부영CC·농업기술원·산림자원연구소 등 총 6곳이었다. 위원회는 1월25일 이들 자치단체 추천지역 6곳 중 광주 첨단 3지구와 나주 부영골프장으로 후보지로 압축했다. 

이날 위원회가 입지 여건과 경제성 및 지원계획 등 2단계 심사를 진행한 끝에 전남 나주 부영 CC 일원이 100점 만점에 총점 92.12점을 받아 한전공대 최종 부지로 확정됐다. 광주 첨단 3지구 일원은 87.88점을 받았다.    

한전공대 입지로 부영CC 부지가 선정된 데에는 경제성과 지원계획이 희비를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부영CC는 광주 1순위 후보지인 첨단 3지구에 비해 입지여건 심사 항목(55점 만점)에서 약 2점가량 뒤졌다. 그러나 45점 만점의 경제성·지원계획 심사에서는 43.72점을 획득, 광주(37.28점)보다 6.44점 앞서 합계 점수에서 4.27점 앞서 최종 입지로 선정됐다. 

부영CC는 경제성과 지원계획 심사 중 부지조성 부분에서 7점 만점을 받았고, 부지제공 조건에서도 14점 만점을 획득, 20점의 경제성 관련 항목에서 만점을 차지했다. 지자체 지원계획에서도 광주를 앞서 지원비 지원에 더 큰 비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전남 지자체 즉각 ‘환영·수용’ 입장 표명

전남 나주 부영CC 클럽하우스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기자
전남 나주 부영CC 클럽하우스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기자

 

한전공대 최종입지가 나주시 부영CC로 확정되면서 유치경쟁에 나선 전남도와 광주시의 희비가 엇갈렸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즉각 환영의 입장을 발표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200만 전남도민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한전공대가 에너지 신산업에 특화된 세계적인 공과대학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우리가 모두 한마음으로 염원했던 한전공대가 나주에 입지하게 됐다”며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 나주 건설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하고 당당한 성과다”고 자축했다. 

광주시는 아쉽지만 수용하는 분위기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전남 상생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부지 결정을 수용하고 한전공대 조기 건립과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에 아낌없이 협력하겠다”며 “광주에 한전공대가 들어서는 것이 한전공대를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시키고, 광주전남 상생에도 더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부영CC는 어떤 곳?

해당 부지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한전 본사와 인접해 접근성과 연계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았다. 부영CC는 나주시 빛가람동에 자리 잡고 있으며, 면적은 약 120만㎡다. 한전 본사로부터 2.5㎞가량 떨어져 있으며 승용차로 5~7분 거리에 있다. 건물이 거의 없는 골프장 부지에 그대로 착공이 가능하고, 개발제한구역·문화재보호구역 등 개발 규제사항도 없어 2022년 조기개교에 적합한 부지로 꼽힌다.

부지 확보도 수월하다. 이 지역은 현재 골프장으로 운영 중인데 사유지가 86.5%, 국·공유지가 13.5%를 차지한다. 대학부지 40만㎡ 중 13.5%가 국공유지고 나머지 부지는 건설회사인 부영주택 소유인데, 업체 측이 입지선정 후 6개월 이내에 부지를 기부채납 형태로 무상 공급하기로 했다. 연구소와 클러스터 부지 80만㎡는 2020년까지 나주시가 무상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조성에는 65억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예산도 나주시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윤영주 전남도 나주혁신도시건설단장은 “현재 골프장 부지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낮은 구릉과 호수 등이 잘 어우러진 풍광을 갖춰 안정적인 연구 환경 제공에 최적지로 꼽힌다”며 “골프장 부지에 교사(校舍)와 연구동 건물만 신축하면 곧바로 개교해도 될 정도로 기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큰산은 넘었지만 재원마련·특혜시비 등 ‘과제 산적’

한전공대가 들어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부영CC 인근은 부영주택이 지은 아파트로 ‘부영타운’을 이루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기자
한전공대가 들어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부영CC 인근은 부영주택이 지은 아파트로 ‘부영타운’을 이루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기자

 

한전공대의 최종 개교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우선 재원 조달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한전이 설립 비용으로만 약 5000억원을 쏟아부어야 해서다. 매년 운영비가 약 500억원 소요될 것이란 점도 부담이다. 한전은 지난해 1∼3분기 431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은 비용 전액을 자체 부담하기 쉽지 않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상장기업인 한전의 일반 주주들이 대학 설립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한전공대 설립 재원 마련과 함께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와 특별법이나 특례법을 통한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일도 과제로 남아 있다. ‘한전공대 설립지원위원회’ 차원에서 한전공대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여부가 논의되고 있으나,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나 특례법 개정 등에 대해서도 일부 야당의 반대가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박맹우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서 한전공대 설립을 두고 “한전이 제정신이냐”며 강한 어조로 비판한 바 있다. 

한전공대 설립 부지의 용도 변경도 넘어야 할 산이다. 부영CC로부터 부지를 무상으로 받는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나주시는 부영주택 측으로부터 골프장 절반을 무상으로 받는 만큼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잔여 지역 용도변경 등 특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한전공대 설립 부지로 지정된 토지 가운데 제2종 전용 주거지역은 2.7%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자연녹지(30.6%)와 생산·보전 관리 지역(30.8%), 농림지역(35.9%)으로 지정돼 있어 대학설립 부지로 용도 변경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특히 농림지역 가운데 경지정리가 끝나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된 곳도 많아 도시계획 심의 및 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부영주택 측이 골프장 건너편에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 토지의 활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자칫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영주택은 골프장과 금천중학교와 한아름초등학교 사이에 각각 2만여 평씩 총 4만여 평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부영 측은 이곳에 797세대와 729세대의 분양아파트를 각각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부실시공 논란 등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분양에 고전이 예상되자 한때 타 건설사에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곳 토지가 나주시와의 묵계(?)에 의해 용도변경될 경우 부영 측은 막대한 수혜를 받을 수 있어 특혜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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