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다 싶을 정도’ 방역 뚫린 이유…백신 효과 30%도 안 돼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1.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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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국내 소에 발생하는 균주로 만든 국산 백신 필요”

구제역이 2개 농가에서 발생해 농가는 더 확산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이번 구제역은 '특별방역 기간'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어 효능이 30%에도 못 미치는 백신을 사용한 탓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구제역 및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했다. 이개호 농림축산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AI, 구제역에 대응해 농가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방역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1월28일 경기도 안성의 젖소 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을 막지 못했다. 그제야 안성시는 우제류(소, 돼지, 양, 염소, 순록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군) 전체 44만 마리에 대한 긴급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이날도 "필요한 방역 조치를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취해 구제역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1월29일 오후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의 한 한우농장 입구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29일 오후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의 한 한우농장 입구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하다 싶을 정도'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음날인 1월29일 두 번째 구제역이 추가로 확진됐다. 이 한우 농가는 최초 구제역이 발생한 젖소 농가에서 약 11km 떨어진 곳이다. 그러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월30일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효능이 떨어지는 백신으로는 방역에 제대로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구제역 방역을 위해 정부는 2011년부터 수입산 백신을 사용하는데, 그 백신은 방어 효능이 30%에도 못 미친다"며 "국내 소에 잘 생기는 균주를 사용한 국산 백신을 빨리 만들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제역은 우제류에 속하는 동물에 생기는 가축전염병으로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 주로 입술, 혀, 잇몸, 코, 발굽 사이에 수포가 생기는 증상을 보인다. 2000년과 2002년 국내에 구제역이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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