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굳게 믿어” 親文 감정적 대응에 멀어지는 민심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1.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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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판결” “음모론” 민주당의 ‘김경수 구하기’ 올인…오히려 독이 될 수도
김 지사 “재판장과 양승태 특수관계 우려가 현실로” 입장에도 실망감

"경수야! 이럴 땐 정치를 한다는 게 죽도록 싫다. 우리는 널 굳게 믿는다."(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지사와는 대학 때부터 잘 아는 친구 사이입니다. 위법한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닙니다."(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친문(親문재인) 핵심이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여권은 충격에 빠졌다. 김 지사는 1월30일 1심 선고 직후 "재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특수관계인 것이 이번 재판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주변에서 우려했다. 우려가 재판 결과 현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1월30일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1월30일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민주, 김경수 법정구속에 "보복판결" 주장

이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의 SNS는 '김경수 구명운동'으로 봇물을 이뤘다. 공적 영역인 정당 차원에서도 격앙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을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으로 규정하며 사실상 불복했다. 정부·여당의 사법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기 위해 사법부가 김경수 지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주장이다. 근거는 김 지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이력 등이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 '정치적 판결'이라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성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6월에는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에게 국고 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판사의 과거 행적을 차치하고라도, 여권 대응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경수 지사 구속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남긴 글 ⓒ 임 전 실장 페이스북 캡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경수 지사 구속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남긴 글 ⓒ 임 전 실장 페이스북 캡처

아울러 민주당은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결사 응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 구속을 전혀 예상치 못했고, 안 전 지사의 정치 무대 퇴장에 이어 유력 대권 잠룡을 또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등이 1차 이유다. 그러나 김 지사에 대한 여권, 특히 친문 진영의 동지애는 이를 뛰어넘는다. 김 지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한다. 진보 정권의 국정 철학을 계승할 적통(嫡統)으로 꼽혀왔다.

이번 1심에서 무죄가 나왔을 경우 김 지사의 대권 행보에 힘이 실렸을 테지만, 그 파괴력에 대해선 이견도 존재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주요 여야 정치인 12명을 놓고 지난 1월 21~2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1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를 한 결과, 김 지사는 6.7% 응답률로 5위에 머물렀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17.1%), 이낙연 총리(15.3%), 이재명 지사(7.8%), 박원순 서울시장(7.2%) 등이 김 지사에 앞서 있었다. 

 

'그들만의 리그' 속 돌아선 민심, 당내 갈등 우려도 

이재명 지사와 박원순 시장이 그간 친문 세력과 미묘한 긴장 관계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김경수 지사 사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차원의 전력투구는 양날의 검이 될 우려도 있다. 특히 이 지사 측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던 지난해 민주당 내 친문세력, 심지어 청와대에까지 불만을 내비쳤다. 해소되지 않은 이 지사 관련 의혹처럼, 그와 친문 간 앙금은 풀리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이다. 여권 핵심 세력의 김경수 지키기가 친문과 비문 사이 갈등 재점화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이유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아직 1심 유죄 판결이기에 (향후 상급심에서) 다툴 여지가 있겠으나, 현재 김 지사 측의 대응은 사법부의 판단을 철저히 자신의 정치적 입장으로 재단하는 가장 정치적인 대응"이라며 "유죄 판결에 대해 판사의 사적 관계를 운운하며 비난하는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진보 진영에 실망하도록 만드는 행위다. 억울하더라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2심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정도의 절제된 멘트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편,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월 28~30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5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9%포인트 하락한 37.8%, 한국당 지지율은 1.8%포인트 상승한 28.5%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율은 3주째 떨어졌다. 중도층 등에서 이탈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는 "민주당 약세는 김 지사의 법정 구속 소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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