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한진그룹 지주사에만 ‘제한적 경영 참여’ 결정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2.0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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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수위 경영 참여 결정에 한진그룹은 일단 안심
'횡령·배임 혐의 확정시 이사 결원' 정관 변경은 '뇌관'

“한진칼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2월1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 회의 결과에 대해 한진그룹이 공식 발표한 성명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회의 결과, 국민연금은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해서만 ‘제한적 경영 참여’ 결정을 내렸고,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한진그룹은 짤막한 우려 성명을 내긴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안도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연합뉴스

 

한진칼 제한적 경영 참여,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 안해

이날 회의는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도입된 ‘스튜어드십코드’의 첫 적용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이 첫 타깃이 된 배경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횡령·배임’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의를 앞두고 재계에선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와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 전망이 맞섰다. 기금운영위원회는 회의에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일탈 행위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주주권 행사는 기업 경영권·자율권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비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결과에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운 건 한진그룹이다. 만일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결정을 내려 이사해임, 사외이사선임, 정관변경,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을 행사할 경우 조 회장 일가가 경영에서 배제되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이 비교적 낮은 수위의 경영 참여 결정을 내리면서 한진그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국민연금의 결정에는 이른바 ‘10%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시장법에는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경영참여를 할 경우 6개월 이내의 단기 매매차익을 해당 기업에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소유한 2대 주주이고, 한진칼의 지분 7.34%를 확보한 3대 주주다. 한진칼은 보유 지분이  10% 미만이어서 경영 참여에 별다른 제약이 없지만, 대한항공의 경우는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경영 참여시 반환해야 하는 금액은 1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앞서 금융위원회에 10%룰을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스튜어드십코드 운영의 근본적인 목적이 기금 수익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은 백억원대 단기매매수익을 포기할 정도로 대한항공의 경영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진그룹은 일단 한숨을 돌린 상황이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한진칼 정관변경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변경 추진되는 정관은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을 겨냥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만일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이사 타이틀을 반납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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