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뺑반》 악당으로 돌아온 배우 조정석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09 15:00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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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최고 악역, 나만의 방식으로 연기했다”

실제로 만나본 조정석은 작품 속 유들유들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춘기 소년 같은 수줍음이 엿보인다. 그 모습이 낯설기도 전에, 올곧고 선한 모습에 매료된다. ‘연기 잘하는 배우’ 조정석은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하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적성에 맞다”는 표현을 썼다.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대학로 연습실에서 옛 동료들과 합을 맞출 땐 “(좋아서) 미치겠다”고 말했다. 데뷔 15년 차, 여전히 연기에 푹 빠진 그를 만났다. 

그가 이번에 맡은 역할은 인생 최고의 강렬한 악역이다. 그간 바르거나 달달하거나 재미있거나, 그러니까 호감형 캐릭터 위주로 맡아왔다. 이번에는 다르다. 《뺑반》은 통제 불능 스피드광 사업가를 쫓는 뺑소니 전담반인 ‘뺑반’의 고군분투 활약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영화다. 조정석은 그중 카레이서 출신이자 JC모터스 대표인 정재철을 맡았다. 자신을 잡기 위해 수사망을 조여 오는 경찰을 비웃으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악당의 모습을 연기한다. 

ⓒ JS컴퍼니 제공
ⓒ JS컴퍼니 제공

인생 최고의 강렬한 악역을 맡았다. 

“신선하게 다가왔고, 결과물을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입체적으로 나와서 만족하고 있다. 매 역할마다 도전을 할 수는 없지만, 변신과 도전이라는 의미에서 스스로 기대가 크다.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는데 ‘악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해 보라’는 말이 와 닿았다. 그간 많이 보여줬던 악역의 모습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이유, 나만의 방식으로 연기해 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만족한다.” 

작품을 선택할 때 우선으로 보는 게 무엇인가.

“무조건 시나리오다. 내가 읽어서 재미가 없으면, 그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출연하지 않는다. 연출하는 감독, 함께 출연하는 배우, 제작사 등은 이후의 일이다. 《뺑반》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캐스팅됐기 때문에 오로지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했다.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의 전작인 《차이나타운》(2014)을 좋아해서 함께 작업을 해 보고 싶었다.” 

공효진과는 드라마 《질투의 화신》 이후 두 번째 작품이다.  

“이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것 같은 동갑내기 친구다. 그만큼 연기적으로 호흡이 잘 맞는다. 예전에 로맨스 상대였다면 이번엔 대립되는 인물이라 면전에 대고 욕을 해야 돼서 사실은 미안하기도 했다. 서로 마찬가지다. 한데 촬영이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이 싹 바뀐다(웃음).” 

함께 출연한 류준열은 어땠나.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자기만의 대사로 유려하게 푸는 능력이 있다. 완벽하게 자로 잰 듯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스타일로 푸는데, 그게 매력이고 영민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처음 대본 리딩을 했을 때 그 친구가 자신의 캐릭터를 분석한 결과물이 아주 신선했다. “우와. 그렇게 (연기)할 거야?”라고 말했다. 물론 좋은 의미다. 나는 롤모델이 없다. 롤모델을 정하면 그 틀 안에 갇혀질까 봐서다. 어찌 보면 모든 후배, 선배, 동료들이 내 롤모델이다. 선후배 상관없이 그들의 장점을 보고 배우고 싶다. 후배라도 잘하는 친구들 보면 자극을 받는다. 류준열도 그중 하나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뭔가.

“연기가 재미있다. 한 달 전에 영화 촬영을 끝내고, 휴식을 가지고 싶었는데 또 드라마에 들어간다. 재미있는 걸 어떡하나. 바쁘지만 그 사이 쉬는 날이 있고, 그래서 그 시간이 더 달콤하다.” 

영화 《뺑반》의 한 장면 ⓒ (주)쇼박스
영화 《뺑반》의 한 장면 ⓒ (주)쇼박스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는데 ‘악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해 보라’는 말이 와 닿았다. 그간 많이 보여줬던 악역의 모습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이유, 나만의 방식으로 연기해 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만족한다.

신혼생활은 어떤가(지난해 10월 가수 거미와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5년 열애 끝에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다. 사실 배우들은 마음이 불안하면 연기가 안 된다. 그런 면에서 결혼이 좋고, 그 편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는 것 같아 행복하다. 사실 결혼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이 어떤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정상훈 형과 친하게 지내는데,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평소에 형이 결혼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줬다.”  

여행을 좋아하나. 

“무척 좋아하지만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아직 신혼여행도 못 갔다(웃음). 하루 이틀 짬이 나면 가까운 지방으로라도 여행을 가는 편이다. 여행지에서 재미있는 사람을 보거나 멋진 자연을 만나면 영감을 받는다. 사색도 즐기는 편이다. 예전에 ‘꽃청춘’ 때 갔던 아이슬란드는 내 인생 여행지다. 꼭 다시 가고 싶다. 광활한 대지와 파도, 해변, 숨을 멎게 만드는 자연이 좋았다. 뭐랄까, 하나의 ‘행성’ 같은 곳이다. 신비롭다. 아이슬란드는 너무 좋은 곳이다.”

올해로 마흔이 됐다.  

“그동안 살아온 날들이 모여 40대가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마흔이 되고 결혼을 하다 보니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건강이다. 책임감이 생기다 보니 스스로 건강을 챙기게 된다. 그래서 새해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건강합시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예전에는 “행복합시다”라고 말했던 것 같다(웃음). 자연스레 술자리도 줄어들었다.”  

예전부터 궁금했다. 피부가 너무 좋다.

“어릴 때부터 좋았다. 학창 시절에 여드름 한 번 난 적이 없다. 자랑을 하려는 건 아니고 팩트라…(웃음). 성인이 된 후에 나쁜 습관들 때문에 얼굴에 여드름이 나긴 하더라.” 

배우 한지민과도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역린》을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인간적으로 좋은 친구다. 최근에 지민이가 청룡영화제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울먹이는 걸 보고, 진심이 전해져 나도 울먹일 정도로 애정이 가는 동생이다. 지민이가 출연한 《아는 와이프》, 내가 출연한 《질투의 화신》에 서로 카메오로 출연할 정도로 응원하는 사이다. 참 좋은 사람, 선한 사람이다.”

배우 조정석도 선하고 올곧아 보인다.    

“선하고 바르다기보다, 평범함을 추구하는 건 맞다. 혹자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평범함보다는 비범하고 남달라야 매력적이라고 하지만, 나는 평범한 것이 좋다.”

좋은 배우의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나. 

“결국 관객들에게 인정받기 전에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인성적으로 인정받는 걸 의미한다. 나는 관객에게 거짓말하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 물론 나는 아직 멀었다. 계속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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