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후폭풍⑤] 갈라진 지역 민심, 4·3 보궐선거 향배는?
  • 안성모 기자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1 08:00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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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 법정 구속 후 요동치는 PK 민심
“김 지사가 대통령 심복이라는데 왜 문 대통령은 입을 닫고 있나”

PK(부산·경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월30일 법정 구속되자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열린 1심 판결에서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진보·보수 진영의 온도차가 크다. 진보 성향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 지사의 법정 구속에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다. 현직 지사가 구속까지 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김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적폐 법원’의 ‘편파 판결’이라며 격앙된 분위기다.

반면 보수 성향의 주민들은 구속된 김 지사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을 거론하며 현 정권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오는 4월3일 창원 성산구와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라 김 지사의 구속으로 촉발된 지역 민심의 양극화는 갈수록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월30일 경남 남해군 남해읍 공용시외버스터미널에서 주민들이 TV를 통해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를 지켜보고 있다 ⓒ 뉴시스
1월30일 경남 남해군 남해읍 공용시외버스터미널에서 주민들이 TV를 통해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를 지켜보고 있다 ⓒ 뉴시스

‘법원 판결 황당’ vs ‘文 대통령 책임’

창원에 거주하는 진보 성향의 40대 남성은 김 지사의 1심 판결에 대해 “사법농단 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판결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법원의 집단적인 반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익범 특검이 마무리됐을 당시 사실관계를 하나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비판했는데, 이번 재판부가 정황 증거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는 “PK 민심이 흔들릴 것이라고 언론에서 떠들어대겠지만 우리의 도지사는 김경수”라며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30대 남성도 “허익범 특검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밝혀낸 것이 없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법원은 이를 모두 인정했다”며 “법원의 판결이 쇼킹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 허익범 특검을 역대 최악의 특검이라고 말했던 게 바로 어제 일 아니냐”고 반문한 후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다만 이번 판결을 ‘사법농단’과 연결 짓는 데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여당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50대 여성은 “김 지사의 유죄 선고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한국당 측에서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선거에 관여해 온 지역 인사도 “주변에 서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힌 60대 남성은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 격”이라며 구속된 김 지사와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적폐라고 규정하고 이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번 판결로 문재인 정권 역시 대선 기간에 사이버 여론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전 정권의 댓글 조작과 다른 게 뭐가 있느냐”고 따졌다.

한국당 지지자였다가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이 밝혀진 후 차선책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70대 남성은 “대북정책 등에서 믿지 못할 구석이 많았지만 그나마 박근혜 정부처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밝힌 후 “이전 정부와 다르게 깨끗하다고 하더니 어떻게 도지사가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김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심복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나도 알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입을 닫고 있다”며 “인터넷(보수 성향의 유튜브 방송)을 보니 문 대통령도 모두 다 알고 있었다고 하던데 인터넷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왜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4·3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지역구였던 창원 성산 선거에 김 지사의 법정 구속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에 이어 노 전 의원을 배출해 PK에서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곳이지만, 지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결과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교직원으로 있다는 60대 남성은 “자영업자가 폐업을 하고 최저임금으로 인해 고용창출도 안 된다”며 “정부의 지나친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해 PK 민심이 많이 이반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학원을 운영한다는 50대 여성은 “정부가 중소업자들을 위한 대출까지 전부 규제해 중산층이 모두 죽고 있다”며 “지역 경제가 심하게 침체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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