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개혁 못 하면 사법부 도로 부패한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2 08:00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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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영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 “4월 마지노선으로 잡고 논의”

지난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경수 경남지사의 구속 이후 사법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지사 구속을 ‘적폐 세력의 보복’으로 해석하며 즉각 당내 사법농단대책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이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여당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치고 있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사법 이슈를 둘러싼 여야 간 프레임 정쟁으로, 개혁에 대한 제도적 논의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회 내 사법개혁과 관련 입법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역시 고민이 크다. 연이은 구속 사태 중에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오는 6월 위원회 활동 종료까지 합의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늘 팽팽한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기 싸움과 최근 드러난 국회 판사 파견제도 부작용까지 모두 사개특위 주도로 해결해야 하는 ‘난제’다. 

특위를 이끌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위원장은 김 지사의 구속에 “감정 실린 판결”이라며 당과 결을 같이하면서도 “판결에 대한 논란과 별개로 사개특위는 기존에 해 오던 개혁 작업에 몰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은 1월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위원장을 만나 사개특위 앞에 놓인 개혁과제들의 논의 현황과 현재 여야 간 사법 정쟁에 대한 입장 등을 물었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1월2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다. 예상했나.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 같다는 감이 있었다.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업무수첩이 공개됐고,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심리 계획을 누설한 독대문건도 나오지 않았나. 구속을 예상하기에 충분했다. 사법부 수장의 구속은 대한민국 역사에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 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도 그동안 대법원장이 누려온 제왕적 권력을 보여준 단면이 아니었나 싶어 그 모습 역시 좋지 않았다.”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 지나 김경수 경남지사가 구속됐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구속 결정에 있어선 판결에 감정이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현직 도지사이기 때문에 대법원 결정이 나오기까진 도민들 위해 봉사해야 하는 의무를 존중해 웬만하면 구속을 안 해 왔다. 갑자기 김 지사의 선고기일을 연기한 것 역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게 깔려 있던 것 아닌가 싶다. 판결에 감정이 실리면 그로 인해 어디로 화살이 또 날아갈지 모를 일이라 우려된다.”

사법개혁의 여러 사안 중 무엇을 가장 우선해야 하나.

“현재 가장 논의의 완성도가 높은 건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진전 정도를 순서로 매긴다면 수사권 조정, 법원 개혁, 그다음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논의일 것이다.” 

 

“현재 가장 논의의 완성도가 높은 건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진전 정도를 순서로 매긴다면 수사권 조정, 법원 개혁, 그다음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논의일 것이다.” 

 

“현 사법부, 야당보다 여당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수사권 논의가 진행될수록 정치권을 사이에 둔 검경의 충돌이 격해지는 것 같다.

“항상 그래 왔다. 내가 2010년에 이어 사개특위를 두 번째 하는데, 첫 번째 활동 당시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주는 일을 추진했을 때도 그걸 경찰에 주면 세상이 망할 것처럼 다들 반응했다. 실제 그렇게 됐나? 그렇지 않다. 지금도 검찰은 그동안 당연하듯 갖고 있던 권한을 내려놓는 데 굉장히 반발한다. 이렇게 가면 중국 공안(公安)처럼 될 거라고 주장하고, 사개특위 위원들의 과거 발언들 중 검찰에 유리한 발언들만 모아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증거처럼 제시하고 있다. 이같이 국회에 압박을 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다.” 

수사권 조정에 대해 특위 내부에도 이견이 많지 않나.

“검찰에 너무 많은 권한이 주어져 있다는 데는 생각이 일치한다. 그 권한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대한 부분적인 이견만 남아 있을 뿐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논의 상황은 어떤가. 왜 상대적으로 진전이 더딘가.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여전한데, 그들의 논리는 ‘상설특검이 있는데 왜 공수처가 필요하냐’는 것이다. 상설특검은 ‘사후약방문’이다. 고위공직자의 부정한 행위를 모니터할 수 없다. 공수처가 싫으면 상설특검을 ‘상임특검’으로 바꿔 ‘기구 특검화’ 하자는 절충안을 제안하고, 그들의 반대 이유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이 공수처를 받아주면 대통령만 좋아질 거라는 심리도 있으리라 본다. 이거 해 줬다가 야당만 탄압하는 거 아닌가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김 지사 재판에서도 알 수 있듯 지금 법원이 여당을 더 힘들게 하고 있지 않나. 야당의 사건들은 오히려 무죄로 처리되고 있다. 한국당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무조건 4월을 마지노선이라 생각하고 합의할 예정이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 등의 재판 민원 의혹이 터져 결국 국회 판검사 파견제도가 폐지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서 의원의 의혹과 이에 대처하는 우리 당의 모습이 국민적 시각에선 충분히 아쉬우실 수 있다. 그런데 서 의원 개인으로 보면 상황상 억울한 면도 있었다고 본다. 사실 내가 19대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 이 국회 판검사 파견제도를 없애려 했다. 그런데 지금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당시 굉장히 반대했다. 불편하다는 거다. 뭐가 불편한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이 문제 건드리면 본인들도 떳떳할 게 없으니 지금 이 건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싸우려 들지 않지 않나.”

현재 국회가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마비된 상태다. 특위 활동도 자연히 지장을 받을 것 같은데.

“지금처럼 자유한국당이 단타로 싸우기 시작하면 결국 싸움닭밖에 되지 않는다. 난 이게 가장 큰 국회 적폐라고 생각한다. 국회를 여는 문제를 갖고 왜 항상 문제를 만드나. 왜 국회의원 하는 건지 궁금할 뿐이다.”

자유한국당 내엔 사법농단 자체를 부정하는 의견도 있다. 황교안 당 대표 후보부터 ‘현 정부가 적폐청산이란 이름 아래 법 적용을 쉽게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교안 전 총리는 새로운 시대를 인지하지 못하고 거꾸로 가고 있는 분으로서 그런 입장을 갖고 있는 게 굉장히 안타깝다. 아직 말을 다 하고 있지 않을 뿐, 법사위 6년 있는 동안 난 황 전 총리가 법무부 장관 시절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많이 알고 있다. 그렇게 말씀해선 안 된다.”

남은 5개월여의 특위 활동기간 동안 각오를 밝힌다면.

“대한민국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지금, 사법정의라는 목표를 놓쳐버리면 결코 평화는 오지 않을 거다. 사개특위에서 하고 있는 이러한 개혁 역시 ‘지금’ 이뤄지지 않으면 사법부,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가 다시 부패의 길로 갈 것이다. 이번에 반드시 개혁해야 하며 더는 미룰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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