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30년 특집②] 생수·정수기 물은 수돗물보다 좋을까?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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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는 가격·환경 문제, 정수기 물은 오염 문제…시민 10명 중 6명 수돗물·생수 구별 못 해 

시쳇말로 수도꼭지에서 인삼물이 나온다고 해도 사람들은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지는 않을 만큼 수돗물을 신뢰하지 않는다. 수돗물 대신 생수와 정수기 물을 찾는 사람이 많다. 과거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는 사례가 많았던 시기에 생수 회사가 생겼다. 또 정수기도 보편화됐다. 생수나 정수기 물은 수돗물보다 좋은 점이 있을까.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해 '아리수 물맛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생수 두 종류와 수돗물을 똑같이 생긴 병에 넣고 시민 3293명이 시음하는 행사였다. 참여자의 63%가 수돗물을 생수라고 선택했다. 시민 10명 중 6명은 생수와 수돗물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셈이다. 

수돗물은 염소로 각종 세균을 없애지만, 생수에는 세균 번식을 방지하는 염소성분이 없어 수질 안전성 확보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개봉한 후에 바로 마시지 않으면 세균 등 미생물이 번식하기 시작한다. 또 생수 1ℓ짜리 1병의 가격으로 수돗물 100ℓ를 살 수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수질 관리를 확실히 한다고 전제할 때, 생수 품질은 좋은 편이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다"며 "또 생산과 유통에서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페트병은 미세플라스틱이 돼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가. 생수는 품질은 좋지만 비싼 가격과 환경오염이 문제라는 얘기다. 수돗물 대신 생수를 마실 가치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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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는 청결 유지가 어려운 기계"

정수기 물만 마시는 사람도 있다. 물에서 유해물질을 걸러주므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서울시 수돗물평가위원회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수도꼭지에서 받은 수돗물과 정수기 물을 외부 공인 기관에 의뢰해 수질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일부 정수기 물에서 일반 세균이 검출됐고, pH(수소이온농도)가 수질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돗물은 수질 기준에 적합했고, pH는 혈액과 비슷한 중성(pH 7.2~7.3)이었다. 

또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으므로 물과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미네랄 함량은 수돗물이 역삼투압 정수기 물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칼륨,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등 수돗물의 미네랄 함량은 총 38.7mg/L였고, 역삼투압 정수기 물의 미네랄 함량은 평균 3.3mg/L에 그쳤다. 역삼투압 정수기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그 같은 능력이 지나쳐 몸에 유용한 미네랄마저도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돗물을 마시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부 생수엔 특정 무기질이 너무 많고, 정수기 물엔 미네랄이 매우 적거나 없다"며 "미네랄은 다른 음식으로도 보충할 수 있다. 그러나 자주 마시는 물은 편리한 미네랄 공급원인데, 미네랄이 없는 정수기 물을 굳이 찾을 이유가 있을까 싶다. 정수기 물이 특별히 건강에 해롭다고 할 수 없지만 이로운 점도 없다"고 말했다. 

또 정수기는 구조적으로 필터나 내부 관을 청결하게 관리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게다가 내부에 소형 물통이 있어서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 이덕환 교수는 "정수기는 겉으로 봐서 매끈하고 가격도 비싸니까 그만큼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정수기 속 필터나 내부 구조는 청소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또 정수기 내부엔 작은 물통이 있어서 항상 물이 고여있다. 고여있는 물엔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쉽다. 그래서 요즘 직수관 정수기가 나오는데, 이 정수기엔 물통이 없고 수돗물이 바로 들어오는 구조다. 압력이 센 수돗물이 들어오므로 필터가 유해물질을 잘 걸러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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