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엄지발가락 들어 올릴 때 ‘아치’ 생기나요?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4 17: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치 안 생기면 '평발' 신호…전문의 “평발 걱정? 대부분 자연 회복된다”
특수 기구·신발·깔창 등 상술에 현혹되지 말아야

성장기 아이가 평발이라서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파는 특수기구나 신발 등을 사용해봐도 그때뿐이다. 대부분 아이 평발은 성장하면서 교정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발바닥에 움푹 들어간 부분(아치)이 없거나 낮아진 발을 평발 또는 편평족이라고 한다. 일종의 발 질환이다. 이 아치는 발의 유연성을 높이며, 체중의 압력을 분산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평발은 이런 기능이 떨어지므로 오래 서 있거나 걷거나 뛸 때 쉽게 피로감과 통증을 느낀다. 잘못된 보행습관, 과체중, 신경근육성 질환(뇌성마비 등), 외상 등으로 평발이 생긴다. 

아이 발이 평발처럼 보이면, 부모는 인터넷부터 검색한다. 평발이 아이들의 운동과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을 접하면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는 소문이다. 그럼에도 부모는 이때부터 보조기구, 특별한 신발, 깔창 등의 광고에 현혹된다. 이런 제품은 평발의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는 있어도 평발 자체를 교정하지는 못한다. 특히 이런 것들을 사용하면 성인이 됐을 때 평발이 고쳐진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강동경희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발아치 6~8세 이후에 완성

발바닥의 아치는 5~6세에 나타나기 시작해서 6~8세 이후에 완성되므로 어린이의 발은 대부분 평발 모양을 띤다. 따라서 평발이 있다고 무작정 특정 제품으로 교정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안정태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전문의의 진단 없이 보조기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자칫 환자와 가족에게 경제적, 정신적 손해를 적지 않게 초래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며 "아이의 발 모양이 부모의 눈에 불편해 보인다고 아이를 불편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 평발이 증가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평발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0년 9121명에서 2017년 1만9437명으로 8년 새 2배 넘게 증가했다. 2017년 전체 환자 중 소아·청소년(0~19)가 1만4000여 명으로 72%를 차지했다. 안 교수는 "소아·청소년기 평발 환자 수가 많은 이유는 평발에 대한 진료 건수가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부모의 과도한 걱정과 온라인상의 무분별한 보조기 광고 때문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평발은 유연성 평발과 강직성 평발이 있는데, 유연성 평발은 증상이 없이 체중 부하가 있을 때만 발바닥이 편평해진다. 유연성 평발을 가진 아이는 대개 성장하면서 저절로 교정된다. 따라서 유연성 평발은 정상적인 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정상범위에 속하는 유연성 평발이라고 해도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는 특히 비만과 관련이 많다. 체중이 늘면 발이 지탱해야 할 무게가 커져서 통증이 생긴다. 굽이 너무 낮거나 높은 신발은 피하고 쿠션이 충분한 신발이 좋다. 통증이 있다면 얼음이나 차가운 물수건으로 냉찜질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유연성 평발이라도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증상 완화를 치료가 필요하다. 

강직성 평발은 인대, 근육, 뼈 등에 이상이 있어 발의 편평함이 지속된다. 피로감과 통증도 생긴다. 강직성 평발은 자연적으로 좋아지기 어렵다. 

 

통증 심할 때 병원 치료 필요 

아이의 발이 평발처럼 보일 때, 가정에서 유연성 평발인지 강직성 평발인지 쉽게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엄지발가락을 들어 올렸을 때 아치가 생기면 유연성 평발이다. 아치가 생기지 않으면 강직성 평발로 볼 수 있다. 강직성 평발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발을 땅에 디딘 상태에서 발의 측면 및 전·후면을 방사선으로 촬영해봐야 한다. 

자연적으로 교정되지 않는 유연성 평발이나 강직성 평발은 증상을 조절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물리·보조기 치료(신발 깔창)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심한 뒤꿈치 변형이 생기면 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아이에 대한 수술은 성인과 그 접근법이 다를 수 있어 의사와 상담한 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른 치료법(아킬레스건 연장술, 절골술 등)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성장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안 교수는 "평발이라고 무조건 문제가 있는 질병으로 보면 안 된다"며 "개인마다 키가 크고 작은 것처럼 발의 아치도 높고 낮을 수 있다. 부모의 발 모양이 유전될 수 있으므로 부모의 발 모양도 꼭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유연성 평발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