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김해시 하키팀 ‘내홍’…코치 임용 반대가 ‘팀 해체’로?
  • 경남 김해=황최현주 기자 (sisa520@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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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팀 “폭행 • 폭언 • 인격모독 코치 부임 안돼”
김해시 “성적 없는 하키팀 필요 없다”

선수들이 새로 발탁된 코치가 자격이 없다고 나서자 구단은 팀을 없애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김해시 하키팀과 구단주인 김해시청의 이야기다.

구단과 선수들이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1일 여 아무개(44) 코치가 새로 임명되면서다.

선수들은 여코치의 과거 이력을 문제 삼으며 “폭행 전과도 있는 사람을 그것도 낙하산으로 발탁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김해시는 “임용에 전혀 문제가 없으므로 하키팀을 없애는 한이 있더라도 시의 의지를 관철시키겠다”고 강수를 두고 있다. 

지난 해 3월 KBS배 전국춘계 남•여 하키대회에 출전한 김해시 하키단 선수들.  ⓒ김해시하키단
지난 해 전국춘계 하키대회에 출전한 김해시 선수들. ⓒ김해시 하키단

하키단 내부 문제는 지난 해 말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사건의 발단은 여아무개 코치가 감독의 추천도 없이 시의 권한으로 코치로 결정 되면서부터다. 이에 김아무개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여 코치가 제왕적인 사고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상습폭행과 욕설, 인격모독적인 언사 등을 일삼는 등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며 반발에 나섰다.

김 감독과 선수들에 따르면 여코치는 지난 2015년과 2017년 선수 두 명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벌금 3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피해 선수는 갈비뼈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의 반대에도 김해시가 코치 선임을 강행하자 선수들은 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는 코너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구단주인 허 성곤 시장이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국가인권위원회와 시의원들을 찾아다니며 탄원서 등을 내는 등 현재까지 부당한 인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선수들과 함께 코치 발탁에 문제를 제기 한 김 감독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여코치가 증거도 없이 시 지원금을 횡령했다며 감독인 나를 고소하는 등 과거 팀내 불화도 야기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특히  "코치 선임에 앞서 지난 해 12월 시 체육지원과 과장이 독대하는 자리에서  '여코치를 추천하라'고 강요했지만 절대 안 된다. 다른 팀으로 추천하는 것까지는 해 주겠다고 거절했다"며 김해시의 압력 수위가 상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스포츠팀 어느 곳이라도 코치를 발탁하는 과정에는 무엇보다 감독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무시하고 여 코치를 고집하는 시의 행태는 그야말로 감독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전형적인 구단의 갑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11일  김해시청 소회의실에서 연 2023년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유치를 위한 준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허성곤 김해시장. ⓒ김해시
지난해 12월 11일 전국체육대회 유치를 위한 준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허성곤 김해시장. 하지만 하키팀을 해체한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집안 단속이 먼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해시

하지만 김해시와 여 코치는 김 감독과 선수들의 주장이 잘못 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는 오히려 2015년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전국체전 등 굵직한 대회에서 하키팀의 성적이 전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기회를 통해 팀을 환골탈퇴 시키겠다고 강수를 예고했다.

시 관계자는 먼저 ‘낙하산 인사’ 논란과 관련해 여 코치의 이력과 공무원채용법 31조에 미루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현재 김 감독은 경남하키협회 전무와 인제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하는 등 공무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겸직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장을 맡고 있는 서아무개 선수의 경우 아내 명의로 시내 모처에서 하키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코치로 내정돼 있었는데 여 코치가 발탁되자 코치직 무산에 반발해 선수단을 부추겨 사단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특히 하키용품점 운영에 대해서는 업종 특성상 하키 선수들을 상대하다 보니  자칫 ‘일감몰아주기’로 비춰져 향후 시가 구설에 오를 여지도 있다면서 "하키단을 없애는 한이 있어도 유야무야 넘어갔던 악습을 근절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여코치에 대해서는 "다수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활동했고 이 과정에서 세 번의 은메달을 목에 걸어 선전했다"는 점을 들며 하키팀을 개혁시킬 적임자라고 부각했다.

예산 문제도 지적했다. 시에 따르면 김해시청 하키팀은 20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간 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허 성곤 시장의 무관심과 리더십 부재도 '내홍' 증폭에 한 몫

시 체육과 관계자는 "같은 실업팀인 축구팀은 선수가 40명이지만 예산은 27억 원이 소요된다"면서 "어떻게 보면 성적을 못 내는 하키팀은 돈만 먹는 하마라는 비난을 받아도 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김 감독이 지휘를 맡기 전인 1994년 창단 당시부터 2014년까지는 좋은 성적을 냈는데 2015년 김 감독이 지휘를 맡고나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며 선수들과 함께 김감독에게도 화살을 날렸다.

하키팀의 '내홍'과 관련해 김해시 체육계 일각에서 김해시가 그동안 하키팀에 묻지마식 예산 지원 외 별다른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며 허 성곤 시장의 무관심과 리더십 부재도 사건을 키우는데 한 몫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체육계 모 인사는  “24년 전통의 하키팀을 일선 공무원 입에서 해체하겠다는 말이 쉽게 나오는 것만 봐도 구단주인 시장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개인 소유도 아닌 김해시를 대표하는 스포츠 팀을 코치 선임 문제로 해체한다면 과연 시민들이 용납할지 의문이다”고 허 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한편,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여 코치는 단 한 번 폭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미 당사자와 원만한 합의를 했고, 두 번째 폭행은 발생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기간 선수들을 상대로 폭언과 인격모독을 했다는 점 역시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여 코치는 “2015년도에 발생된 폭행사건이 지난 해 갑자기 문제가돼 경찰 조사를 받고 벌금까지 선고받았다. 피해선수에게는 오래전 용서를 받았지만 후회하고 있다. 그러나 코치직에서 물러설 생각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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