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드러난 강남의 화려한 부자클럽 ‘버닝썬’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8 11:05
  • 호수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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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사건에 이어 성폭행·마약·경찰과의 유착 등 제기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 메르디앙 서울 호텔 지하에는 최고급 클럽이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개장한 ‘버닝썬’이다.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었다. 

개장 초기부터 테이블 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 정도로 클럽은 성황을 이뤘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VIP 고객 전용 메뉴인 ‘만수르 세트’는 1억원을 호가한다. 지난해 한 고객이 이 세트를 구매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때부터 클럽 버닝썬은 강남 일대의 큰손들이 찾는 곳으로 알려졌다. 버닝썬에서는 매일 부자들의 호화스러운 파티가 열렸다. 약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홀은 손님들로 꽉 들어차 호황을 이어갔다. 

이런 버닝썬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클럽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화려한 무대를 조명했던 언론들도 연일 새로운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 해도 손님 폭행, 클럽 내 성폭력, 마약, 클럽과 경찰 간 유착 등 여러 건이다. 여기에 클럽 VIP룸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성관계 영상이 공개되면서 일파만파 파장을 불러왔다.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클럽 버닝썬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 시사저널 포토
ⓒ 시사저널 포토

손님과 클럽 직원 간 폭행 사건이 발단

버닝썬의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해 11월24일 발생한 폭행 사건이 발단이 됐다. 손님인 김상교씨(28)가 클럽 이사인 장아무개씨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다. 김씨는 한 달 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경찰의 민간인 집단폭행 및 버닝썬 집단 구타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의 실명과 폭행당해 코피가 흐르고 입술이 찢어진 사진 등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했다. 또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과 자신을 조사했던 경찰관들의 계급과 실명까지 게시했다. 

김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1월24일 자신의 일을 도와주는 친구의 생일을 맞아 버닝썬에 갔다. 클럽에서 샴페인 3잔을 마신 뒤 나오는 길에 한 여성이 뛰어내리며 김씨의 왼쪽 어깨 뒤로 숨었다. 이때 순간적으로 테이블에서 한 남성의 팔이 뻗어 나오더니 여성을 끌어당겼다고 한다. 여성은 김씨를 붙잡고 버텼다고 했다.  

김씨는 “버닝썬의 대표이사인 남자는 순간 주먹을 날렸고, 저는 주먹을 피해 남자의 두 팔을 잡고 보디가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돌아온 것은 도움이 아닌 보디가드와 그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의 집단구타였다”고 전했다. 이후 김씨는 VIP 출구로 내던져졌고, 폐쇄회로(CC)TV가 없는 위치에서 집단으로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출동한 경찰로부터 2차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 도착한 서울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소속 경찰이 자신을 폭행한 클럽 관계자를 다급히 들여보낸 뒤, 자신은 경찰차에 강압적으로 밀어붙여 수갑을 채웠다고 했다.

김씨는 “‘제가 신고한 신고자이고, 혹시 쌍방폭행으로 보이신다면 현장범으로 둘 다 잡아야지 왜 저만 체포하냐’고 정중하게 물었다”며 “하지만 그들은 (순찰차로 이동하는 동안) 욕설로 대답했다”고 적었다. 

김씨는 강남경찰서로 이첩된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알렸다. 형사2팀 조사 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반말과 욕설을 듣고 협박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피해자인 자신의 말보다는 가해자들 편에 섰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런 여러 정황에 따라 경찰과 클럽 간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글은 온라인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단번에 이슈로 부상했다. 사건이 일파만파 파장을 불러오자 1월29일 강남경찰서 이재훈 서장(총경)은 ‘버닝썬 폭행 사건’에 대한 해명자료를 냈다. 이 서장은 “신고자인 김씨와 클럽 직원 장씨에 대해 상호 폭행 등 혐의로 모두 입건, 강력팀에서 엄정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출동 경찰관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김씨를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고, 때렸다고 지목된 자를 자진 출석시킨 것과 일부 공개된 현장 영상을 봤을 때 국민의 입장에서 적당하지 못한 공무집행이라고 보여질 소지가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같은 날 버닝썬도 공식 입장을 냈다. 버닝썬 측은 “이번 사건은 클럽 직원이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 고객의 민원을 전달받아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저희 클럽 직원이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 클럽 운영진을 대표해 진심 어린 사죄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폭행에 연루된 클럽의 관련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 징계 및 퇴사 조치를 진행했다.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안전, 보안 지침 개선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조처를 취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지방경찰청은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김상교씨가 버닝썬 관계자들에게 폭행당했다며 온라인에 공개한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김상교씨가 버닝썬 관계자들에게 폭행당했다며 온라인에 공개한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꼬리에 꼬리를 문 의혹

그러나 버닝썬과 관련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터져 나왔다. 우선 클럽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버닝썬의 한 VIP 고객은 MBC 뉴스데스크에서 “클럽 직원이 물뽕(GHB)으로 작업한 여자들이 대기 중이니 한번 보라고 음식처럼 이야기했다”며 “실제 여성 나체사진과 동영상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여자들은 그 앞에서 대놓고 사진을 찍어도 모른다고 하더라”며 “7월에서 12월까지 2주에 한 번꼴로 연락을 받았으며, 받은 사진만 10장이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하룻밤에 3000만원 이상 쓰는 중국인 큰손 고객을 위해 20살 여성에게 물뽕을 투약한 적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전했다. 또 다른 VIP 고객은 “지난해 11월 약에 취한 여성을, 클럽 직원과 남자 손님이 물뽕을 한 여자들을 강압적으로 호텔 위로 끌고 올라가는 것도 봤다”는 목격담을 말했다. 

이에 대해 버닝썬은 공고문을 내고 “물뽕(GHB), 성추행·성폭행 의혹은 전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며 이 부분에 있어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버닝썬에서는 일명 ‘MD’들이 활동한다. 보통은 ‘상품기획자’를 뜻하지만 이곳에서의 상품은 다름 아닌 ‘여성 손님’으로 통한다. 언론에 공개된 버닝썬 전·현직 MD들의 대화방 내용을 보면 MD는 룸 안에 만취한 여성을 데려다주는, 이른바 ‘홈런’으로 손님을 끌어들인다. 클럽 운영진이 사용하는 은어 ‘물게(물 좋은 여성 게스트)’를 VIP룸 고객에게 데려가면, 이곳에서 암묵적인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한 MD가 대화방에서 “룸에서 ‘물게’ 찾는다”고 하면 나머지 MD들이 적당한 여성 고객을 물색하는 방식이다. 버닝썬 VIP룸에서 일어난 성관계 영상도 클럽 관계자끼리 몰래 찍고 돌려 본다고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12월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버닝썬 룸 화장실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동영상에는 클럽 VIP룸 화장실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남성과 여성이 성관계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이문호 버닝썬 대표는 “최근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며 “확인 결과 우리 클럽이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버닝썬 VIP룸에서 성폭행이나 성관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논란이 된 VIP룸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버닝썬에서 직접 마약 복용을 권유받았다는 VIP 고객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7월7일 한 남성이 몸부림치며 이상한 행동을 보여 119구급대원이 버닝썬으로 출동했다. 구급대원이 작성한 근무일지 기록에 따르면 이 남성은 버닝썬에서 누군가가 준 샴페인을 마신 후 맥박을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부림이 심했고 동공이 크게 확장돼 있었다. 119구급대원은 “약물 중독이 추정된다”라고 근무일지에 적었다.

소동이 일어난 지 11시간 뒤, 버닝썬 직원들의 단체대화방에는 “누군가 약을 타서 내게 줬다”라는 메시지가 등장했다. 이걸 토대로 보면 약물 의심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남성은 버닝썬 직원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면 ‘클럽 버닝썬’에서 공공연하게 불법 행위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버닝썬 의혹과 관련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1월29일 처음 게시됐고 2월14일 현재 15만 명을 돌파했다. 청원 마감일이 2월28일인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무난하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버닝썬과 관련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월13일 버닝썬 이문호 대표 등을 소환해 8시간에 걸쳐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클럽의 설립 경위, 운영체계, 조직, 경찰과의 유착 의혹, 클럽 내 성폭행 의혹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밝히기 위해 클럽과 관련한 112 신고내역, 클럽 회계장부와 영업 관련 서류, 클럽 임직원과 사건 관련 경찰들의 통화 내역, 금융거래 내역 등도 확보했다. 향후 경찰수사에 따라 버닝썬의 존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승리’ 클럽 운영 어디까지 관여했나

빅뱅은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인기 그룹이다. 클럽 버닝썬 문제가 터지면서 빅뱅의 멤버인 승리는 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가 버닝썬의 소유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공인이니만큼 책임론도 함께 커졌다. 

승리는 버닝썬의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이에 대해 버닝썬 측은 “승리가 운영한 것은 맞지만 실제 소유주는 아니다”고 밝혔다. 승리도 자신의 SNS를 통해 “홍보를 담당하는 클럽 사내이사를 맡게 됐지만 클럽 운영은 제 역할이 아니었고 처음부터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공개한 버닝썬의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승리뿐 아니라 그의 어머니 강아무개씨는 감사로 등재돼 있었다. 또 이사진에는 승리의 지인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이 매체는 “클럽 내에서 승리는 ‘이사’가 아니라 ‘대표’로 통했으며 버닝썬 폭행 사건 이후 승리와 함께 어머니도 이사직에서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승리가 단순히 사내이사로 등재된 것뿐 아니라 실제 클럽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수사에서 얼마나 드러날지 지켜볼 일이다. 승리가 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에 대해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3~4월에 입대할 예정이니만큼 군복무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기 위해 사임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사임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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