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판소리 명창 부당 해고 논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9 17:00
  • 호수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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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법률상 정년 무시하고 퇴직 통보
해당 단원들 부당 해고 구제 신청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중앙극장(국립극장)이 부당 해고 논란에 휩싸였다. 법률상 규정된 60세의 정년을 무시하고, 극장 내부 규정을 이유로 정년이 아직 되지 않은 단원들에게 정년퇴직을 통보한 것이다. 심지어 퇴직 통보는 문자메시지로 이뤄졌다. 문체부 책임기관으로 ‘문화예술의 산실’이라 불리던 국립극장이 법률에 위배된 부당 해고를 자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정법에 따라 정년 연장을 요구해 온 국립극장 노조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립극장은 지난해 12월 정년퇴직 형식을 통해 두 단원에 대한 해고를 통지했다. 한 단원은 1987년부터 국립극장 창극단에서 수석단원으로 근무하면서 《흥보가》와 《춘향가》 등 판소리를 완창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판소리 명창이다. 다른 한 단원은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실력을 지닌 국악관현악단의 아쟁 수석이다. 국립극장에서 수십 년 동안 성실하게 자신의 실력을 펼쳐온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정년퇴직이라는 이름의 해고 통지였다. 

국립극장은 지난해 12월20일 이 단원들에게 문자를 발송해 정년퇴직 내용을 전속단체 사무실에서 확인하라고 공지했다. 12월31일에는 ‘인사발령 통지’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국립중앙극장 전속단체운영규정 제7조의3 제1항 및 2항에 따라 2018년 12월31일자로 정년퇴직을 명함’이라는 내용을 극장 내 부서에 전달했다.

국립극장은 2018년 12월 정년퇴직 형식을 통해 소속 단원 2명에 대한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국립극장은 2018년 12월 정년퇴직 형식을 통해 소속 단원 2명에 대한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정년 58세’ 내부 규정 들어 퇴직 통보  

국립극장 전속단체운영규정의 해당 조항은 단원들의 정년을 규정하고 있다. 창극단과 관현악단의 경우 만 58세, 무용단은 만 53세다. 국립극장은 이 규정에 따라 단원들에게 정년퇴직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는 부당한 해고행위다. 개정된 고용상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라 근로자의 정년은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됐다. 2017년 1월부터는 30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나 국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정년을 60세로 정하도록 의무화됐다. 

고용노동부는 60세 이상 정년제가 시행된 이후, 기존의 60세 미만 정년규정을 근거로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면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60세 미만을 정년으로 정한 취업규칙이 이미 있더라도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가 된다. 해당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에 따라 퇴직조치를 할 경우 부당한 해고에 해당한다.

실제로 정년퇴직이 무효화된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이 되도록 정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제주지방법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소속 공무직 직원들이 제기한 정년 확인 소송에서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단체협약으로 근로자와 사측이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의 정년은 만 60세로 보장된다는 것이다.


국립극장, “법적 판단 기다리는 중”

해당 단원들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국립극장은 노조 측에 공문을 보내 “정년퇴직은 우리 극장의 노사 간 합의된 노사단체 협약 및 전속단체운영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법률자문 결과 고령자고용촉진법의 예외가 된다는 해석에 대해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퇴직 당사자의 법적 권리를 존중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드린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일을 빌미로 적절치 않은 의견 표출 행위 등으로 극장 내 위화감을 조성하고, 무리한 요구로 업무에 혼선을 초래하는 행위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정년퇴직을 통보한 단원들의 소송을 보류하도록 회유하거나 권유할 의도가 없다며 법적 판단을 기다리겠다던 국립극장은, 이미 이 단원들을 ‘퇴직자’로 판단했다. 국립극장 노동조합에 따르면 국립극장은 이 단원들이 공연에 참가하는 것을 배제했으며, 단원들에게 퇴임식 행사에 참여할 것을 안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자 “수십 년간의 극장 근무를 마무리하는 퇴임식이라는 뜻깊은 자리에 참석하게 안내하는 것은 극장으로서 당연한 도리”라며 “퇴직자가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단원들이 정년 규정을 수정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지만, 국립극장은 그에 대한 확답은 없이 단원들의 평가 규정을 개편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박기환 국립극장 노조 지부장은 “정년을 보장한 후, 평가 기준 세분화를 통해 단원들을 독려하고 긴장시키는 제도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불이익만을 위한 평가 규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도 공연 참여도, 연습실 평가 등을 통해 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연봉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립극장은 현재 내부에서 53세로 정년 규정을 정한 무용단의 경우, 정년 60세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무용단의 경우 신체적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년 60세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국립극장 무용단의 연령대 비율을 살펴보면 고령화된 비율이 높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50대는 4명에 불과하고, 20~30대가 28명, 40대가 18명으로 전체적으로 무용단의 공연을 수행할 신체적인 역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일부 직군을 예외로 삼아 법적으로 보장한 정년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임의로 장년 근로자들이 일부 직종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예외로 삼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고지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장년 인력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정년 60세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 공연예술 역사와 전통공연예술의 모태가 돼 온 국립극장에서, 연륜과 경험을 지닌 단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소속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박 지부장은 “나이가 있는 단원들은 그동안의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작품에서 필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후배들을 교육할 수 있는 역할도 크다”고 언급했다.

단원들의 법률대리인은 “결국 국립극장은 정년이 남아 있는 근로자들에게 인사발령 통지 형식을 빌려 부당 해고를 통보한 것”이라며 “예술인으로서 수십 년간 국립극장의 공연에 충실히 임해 오던 단원들이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 법률에 반하는 해고 통지를 한 것은 부당한 권력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립극장 관계자는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니만큼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내부 규정을 수정할지, 다시 법적으로 다퉈봐야 할지는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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