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항쟁 현장’ 전일빌딩 새롭게 태어난다
  • 광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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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18일 전일빌딩 옥상에서 리모델링사업 기공식 개최
국·시비 484억원 투입, 5·18 40주년인 내년 3월 재개관 예정
5·18 기념공간, 시민문화공간, 문화콘텐츠 창작공간으로 새 단장

5·18민주화운동의 생생한 현장이었던 ‘광주 현대사의 중심’ 전일빌딩이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거듭난다. 광주시 동구 금남로 1가 1번지 전일빌딩은 50년 이상 광주의 중심시가지인 금남로를 지켰다. 전일빌딩은 5·18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서 싸웠던 금남로의 관문이다. 5·18당시 시민군의 최후 항전지였던 전남도청과의 거리가 100m에 불과하다. 전일빌딩 일대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옛 전남도청 분수대 인근과 함께 ‘항쟁의 현장’으로 ‘민주 광주’를 대표하는 공간이다. 

5·18민주화운동의 생생한 현장이었던 광주시 동구 금남로 1가 1번지 전일빌딩 ⓒ시사저널 정성환
5·18민주화운동의 생생한 현장이었던 광주시 동구 금남로 1가 1번지 전일빌딩 ⓒ시사저널 정성환

 

‘50년 금남로 지킨’ 광주 현대사 중심 전일빌딩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와 금남로를 지키던 시민군이 계엄군의 진압과 총격을 피해 찾아들었던 ‘도피처’였고, 내외신 기자들이 군부독재의 날선 통제 속에서 시민의 항거와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 과정을 취재·보도했던 ‘격동의 현장’이었다. 전일빌딩 10층에서는 5·18 당시 쏜 것으로 보이는 수 백개의 헬기 총탄흔적이 발견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불거진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망언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광주시는 18일 금남로 전일빌딩 옥상에서 ‘전일빌딩 복합문화센터 및 관광자원화’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전일빌딩 리모델링에는 사업비 484억원이 투입된다. 광주시는 현재 국비 120억원 등 409억원을 확보했다. 오는 3월 추경에서 나머지 75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전일빌딩은 1968년 준공된 이후 그동안 4차례에 걸쳐 증·개축이 이뤄진 노후 건물이다. 지하 1층, 지상 10층에 전체 면적은 1만9321㎡다. 

광주 현대사의 중심에 자리했던 전일빌딩이 쇠락한 구도심의 상징이 되면서 경매에 넘어간 것이 2011년의 일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2011년 7월 광주지법 입찰법정에서 실시된 전일빌딩 3차 경매에서 광주도시공사가 138억1165만5000원을 써 내 이 건물을 낙찰받았다.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 흔적 드러난 역사의 현장

광주시와 광주도시공사는 전일빌딩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한 주차장, 문화편의시설 등으로 이용하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리모델링 후 활용방안 및 건물 철거를 두고 이견이 제기되면서 몇 번씩 사업을 백지화했다 재추진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다 2016년 ‘전일빌딩 리모델링 활용방안 기본조사 및 기획설계’를 시작으로 사업 추진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2016년 12월 빌딩 내외부에서 20여 개의 탄흔이 발견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시민사회의 높은 관심 속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의 면밀한 조사가 이어졌다. 이를 통해 전일빌딩 헬기 총탄흔이 M16 소총이나 M60 기관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후 기관총 발사 장면을 봤다는 목격자들이 잇따랐다. 특히 옛 전일방송이 있던 전일빌딩 10층 내부에서는 5·18 당시 계엄군 헬기가 ‘호버링(공중 정지 상태)’ 상태에서 고도만 상하로 변화하면서 사격한 것으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245개 총탄흔적이 발견됐다. 2017년 8월11일 광주시가 전일빌딩을 5·18 사적지 제28호로 지정고시하면서 탄흔이 선명한 9~10층의 보존 필요성이 제기됐다. 총탄흔적이 발견된 곳을 원형보존하는 것을 골자로 리모델링 사업도 전면 수정됐다. 

 

시민 역사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사업 착수 

이용섭 광주시장(왼쪽 세번째)이 18일 오전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옥상에서 열린 전일빌딩 리모델링 기공식에서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등 내빈들과 기공식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광주시
이용섭 광주시장(왼쪽 세번째)이 2월18일 오전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옥상에서 열린 전일빌딩 리모델링 기공식에서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등 내빈들과 기공식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광주시

광주시는 헬기사격 흔적이 있는 10층과 9층은 5·18 역사현장이라는 상징성과 역사성을 살려 5·18추념공간으로 조성키로 했다. 나머지 공간은 시민문화공간, 문화콘텐츠 창업육성 공간 등으로 활용한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는 시민공간을 콘셉트로 전자도서관, 남도관광마케팅센터, 시민생활문화센터, 오픈라운지, 시민사랑방 등을 마련한다. NGO센터, 광주청년센터 등 입주도 추진된다.
  
지상 5층부터 7층은 청년일자리 창출과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투자진흥지구 지원공간으로 국립아사이문화전당과 연관된 콘텐츠 창조기업을 집적화한다. 8층은 시민다목적홀과 스카이라운지를, 옥상은 광주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공간 겸 휴게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5·18 당시 헬기 총탄흔적이 남아있는 지상 9~10층은 역사성을 살려 총탄흔적을 원형 보존하고 5·18 추념공간으로 조성된다. 5·18민주화운동 전시관, 총탄흔적특화, 5·18관련 자료실, 편의시설 등이 들어선다. 옥상은 광주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 공간 겸 휴게공간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용섭 광주시장 “5·18 기념하고 광주 현재·미래 품은 공간으로 거듭날 것”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기공식에서 “계엄군의 만행, 시민군의 최후 항거를 묵묵히 지켜본 위대한 역사의 현장이다”며 “이번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내년 3월 5·18전국화·세계화의 거점이자 시민·역사·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1년 후 이 자리에서 준공식을 갖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전일빌딩은 5·18 당시 헬기 기관총 사격 자국을 온 몸에 간직한 역사 현장으로 80년 5월 이후 낡고 오래된 모습으로 이 자리를 지켜왔다”며 “전일빌딩이 역사문화복합공간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돼 반갑다. ‘새 옷’을 입은 전일빌딩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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