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자산 압류하려는 이란 재벌가… 속내는 금융제재 뚫기?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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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가전의 왕’ 다야니家, 美 제재 이후 네덜란드 법원 통해 우리 정부에 가압류 시도

한국 정부 자산이 해외 재벌가에 의해 묶일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6월 한국 정부가 이란 다야니 가문과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패소하면서 730억원의 배상 책임을 지게 됐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자 최근 네덜란드 법원이 가압류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018년 12월25일 대의회 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018년 12월25일 대의회 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다야니 가문의 지난한 싸움은 2010년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 다야니 가문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인수 우선협성자로 선정됐다. 이에 다야니 가문은 채권단에 계약금 578억원을 건넸다. 

하지만 인수를 중개한 산업은행이 다야니 가문의 자금조달 계획을 문제 삼았고, 인수 계약은 결렬됐다. 다야니 가문이 “계약 과정에서 본 손해를 배상하라”며 한국 정부에 ISD를 제기한 배경이다. 배상액 730억원은 계약금에 이자를 더한 금액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동부그룹에 인수돼 동부대우전자로 바뀌었다. 이는 지난해 3월 국내 대유그룹 품에 들어갔다.

다야니 가문의 수장 모하마드 레자 다야니(Mohammad Reza Dayyani)는 이란에서 손꼽히는 부자다. 그에 대해선 국내에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자국에선 ‘가전의 왕’으로 불린다고 한다. 다야니가 소유한 엔텍합 투자그룹은 가전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건설, 철강 관련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 중 그룹을 대표하는 엔텍합은 1979년 설립된 이란 최대 가전업체다. 2017년 6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다른 가전 브랜드 스노와는 이란뿐만 아니라 중동 전역에 판매망을 두고 있다. 만드는 가전제품의 종류는 100가지가 넘는다. 엔텍합 그룹의 2017년 총 매출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원 수는 35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엔텍합 그룹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주도한 대이란 금융제재 때문이다. 이와 관련,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엔텍합 그룹과 맺었던 파트너십을 지난해 11월 끊었다. 엔텍합 그룹에게 받기로 한 가맹금 등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이란 내 1000여 개 매장을 확보한다는 BGF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야니 가문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지방법원에 한국 정부의 자산 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다야니 가문이 한국 정부를 볼모로 돈줄을 뚫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월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가압류 대상이 된 자산은 네덜란드 현지 한국 기업이 보유한 우리 정부 채권이라고 한다. 해당 기업은 삼성, LG, 우리은행, 하나은행, 부산항만공사 등 7곳이다. 일단 우리 정부는 가압류 절차를 강제로 집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 다야니 가문이 꺼내든 ISD가 무효하다는 취소소송을 영국 고등법원에 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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