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 MLB에서 연봉 대박 터뜨릴까
  • 손기웅 한국DMZ학회 회장·前 통일연구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2 15:00
  • 호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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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전망대] 메이저리그로 풀어본 북·미 회담 관전 포인트
ICBM·SLBM 구사에 완급조절 갖추자 ‘트럼프 단장’ 군침

‘북한 선수’ 김정은의 연봉협상이 시작됐다. 김정은은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를 맴돌다 2017년 메이저리그로 승격했다. 핵무기 개발 능력을 보이며 싱글A에서 뛰다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이용한 핵폭탄 실험으로 더블A로 올라가더니 수소폭탄 실험으로 트리플A로 승격했다. 급기야 화성15호 발사 성공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보이며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 그는 비로소 빅리그 구단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김정은은 핵분열과 융합의 다양한 변화구를 갖춘 것은 물론, 직구인 ICBM과 언더핸드인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투구까지 가능하다. 때에 따라선 스리쿼터로 공을 뿌릴 수도 있어 공략하기가 만만치 않다. 완급조절 등 경기운영 능력만 갖추면 특급 투수로 올라설 수도 있다. 사실 이전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몇몇 구단으로부터 입질을 받았지만 김정은은 성에 차지 않아 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은 강훈과 특훈,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에 해외 전지훈련 대신 합법·불법을 총망라해 관련 기술을 입수했다. 없는 살림살이 속에서도 가족들은 그의 체력관리에 총동원됐다.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할 구단은 미국이다. 마이너리그 시절 미국은 종종 북한 선수(김일성, 김정일)와 단기계약을 맺었지만 적당하게 활용하다 방출했다. 제풀에 꺾여 선수생활을 그만둘 거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런 와중에 이제 직구는 물론 변화구도 가공할 속도로 뿌려대는 김정은이 떡하니 등장한 것이다. 

문제는 어떤 계약을 할 것인가이다. 장기계약을 통해 아예 선수생활 끝까지 잡아두고 관리할 것인가, 아니면 일단 단기계약을 해서 능력을 검증한 후 다시 재계약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경우에 따라선 일단 초단기 임시계약으로 다가오는 포스트시즌에만 즉각 전력으로 활용해 본 후 연간계약을 할 수도 있다. ‘미국 단장’ 트럼프는 어느 형태건 연봉으로만 할 것인지 계약금을 따로 줄 것인지, 승수와 투구 수에 따른 옵션을 적용할 것인지, 그럴 경우 연봉과 옵션의 크기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다. 

ⓒ 일러스트 정찬동
ⓒ 일러스트 정찬동

 

연봉에 옵션 적용할지 머리 굴리는 트럼프

김정은도 만만치 않다. 마이너리그 시절 ‘눈물 젖은 빵’을 다시는 먹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슈퍼 에이전트’ 시진핑과 손잡았다. 지난해 미국과의 협상 개시 직전에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한 김정은은 시진핑의 훈수를 가슴에 새기며 트럼프와 첫 번째 연봉협상을 가졌다. 일단 계약을 체결해 함께 뛰기로 기본적 합의는 이뤘지만, 세부계약을 위해 이제 두 번째 본격 협상을 앞두고 있다. 에이전트 효과를 톡톡히 본 김정은은 그간 시진핑을 세 번이나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협상을 자문 받았다. 

사실 시진핑은 다리 밑에서 돌멩이 들고 몸 만드는 김정은을 별로 눈여겨보지 않았다. 한 수 가르침을 청하는 시도조차 없었던 김정은에게 배알이 꼴리기도 했을 것이다. 배고프면 언젠가는 반드시 올 거라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김정은이 마침내 찾아온 것이다. 머리를 한참 숙이면서 말이다. 트럼프와 여러 계약을 통해 웃고 운 시진핑은 마침내 물건 하나를 잡은 셈이다. 북·미 협상의 거간꾼으로 확실하게 속셈을 차릴 것이다. 김정은에게 유리하면서 자기네 회사에도 유리하게 협상하려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어느 순간에 자기네 선수인 김정은 대신 직접 구단(미국)과 담판을 지으려 생각할 수도 있다.  

호떡집에 불난 건 ‘남한 선수’ 문재인이다. 문재인은 북한 김정은과 같이 마이너리그에서 그것도 세계인에게 낯선 한반도구장을 함께 뛰면서도 김정은을 한참 아래로 낮춰봤다. 그의 눈에 김정은은 제구가 들쭉날쭉해 9회는커녕 몇 회도 버티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문재인이 마이너리그에 머무는 사이 김정은이 메이저리거가 된 것이다.

마이너리거가 메이저리거와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김정은은 메이저리그 구단 미국만 상대하려 한다. 김정은이 가끔 마이너리그에서 뛸 수는 있으니 대비책을 세워야겠는데 워낙 실력 차가 커서 마땅한 방법이 없다. 결국 미국 구단만 쳐다봐야 한다. 미국 구단이 김정은을 확실히 관리하고 통제해 한반도구장에서 거들먹거리지 못하게 하든지, 아니면 계약을 하되 주전선수로 기용하지 않고 여러 이유로 마이너리그로 강등시켜주기를 기다리든지 말이다.  

문재인의 우선 과제는 김정은의 속셈부터 파악하는 일이다. 김정은은 미국 구단이 불안하다고 느낄 수 있다. 남은 임기가 2년인 사장이 다시 4년 더 재임할지 불투명한 미국 구단으로부터 김정은은 단기계약을 이끌어내 연봉은 물론 계약금도 최대한 챙기려 할 것이다. 특히 마이너리거 시절 미국과의 경험을 통해 신뢰감을 가지지 못한 김정은은 한 번에 초대형 계약을 맺으려 할 것이다.

능력을 보여줘야 얻을 수 있는 옵션은 최대한 줄이고자 한다. 계약금과 연봉 외에 광고수입도 노린다. 한 번의 장기계약보다 단기계약을 하나씩 미국과 지속적으로 체결해 가는 방식도 좋다. 연봉협상 그 자체가 엄청난 광고·홍보의 수입원일진대 김정은이 그 기회를 날릴 이유가 없다. 물론 장기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현 트럼프 단장의 임기인 2년 내에 최대한 목돈을 받으려 할 것이다.

현재 미국 구단 내에서는 김정은의 몸 상태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요구하고 있다. 메디컬 테스트는 물론이고 테크니컬 테스트를 포함, 김정은이 가진 능력을 송두리째 파악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그것을 협상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사항은 미국이 김정은의 ICBM 능력과 핵확산 제거를 우선시해 김정은의 몸 상태를 점검한 후 연봉계약을 체결해 버리는 것이다. 문재인의 애간장이 타도록 하면서 중계비도 올릴 수 있다. 

상황이 꼬여버린 사람은 마이너리그에서 함께 뛰었던 ‘일본 선수’ 아베다. 김정은이 아예 상대해 주지도 않는 상황에서 아베 역시 트럼프 단장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가 김정은이 놀 마당이 아니라는 것을, 제구가 되지 않고 실전 투구 경험이 없는 ICBM과 SLBM의 흉내가 메이저리그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김정은이 뼈저리게 느끼게 한 후 마이너리그로 강등시켜주길 바라는 유일한 선수가 바로 아베다. 문재인은 또 다른 ‘슈퍼 에이전트’ 푸틴까지 다독여야 한다. 그마저 김정은의 에이전트로 뛰는 상황이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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