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빅딜]③ ‘영변+α 핵 폐기’ ‘대북 제재 완화’ 맞교환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2 13:30
  • 호수 15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핵 검증·사찰과 北 체제 보장 등 빅딜 가능성도
‘주한미군 철수’ 등 스몰딜 가능성 낮아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다. 첫 번째 만남보다 흥행성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북·미 회담만큼은 예외다. 한반도가 세계 정세 변화의 중심에 있어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수식어는 이제 식상해졌다. 그보다는 남한과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더 관심사다. 여기에 재무장을 시도하는 일본, 아시아 진출을 다시 꿈꾸는 러시아도 ‘빛나는 조연’이다. 한반도는 2월말 또다시 변화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 앞선 [북·미 빅딜]② 핵 신고서 제출 시기, 늦춰질 가능성도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한·미 보수층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관련된 부분만 합의하고, 주한미군 철수 등을 협상 카드로 내는 ‘스몰딜(Small Deal)’이다. 물론 트럼프의 성향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 견제를 자신의 확실한 외교 치적으로 삼으려는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철수해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을 키워줄 리가 없다. 따라서 현재로선 ‘전략적 스몰딜’이 가장 현실적이다. 집권 1기 비핵화 목표를 핵 동결로 잡고, 2기 집권 때 핵 폐기를 추진하는 전략이다. 2월1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속도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 우리는 그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서 이런 속내가 읽힌다.  

핵 동결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북한은 어느 수준에서 미국의 요구를 맞출까. 현재로선 영변 핵시설 폐기는 확실하다. 영변은 핵 관련 시설이 200여 개 들어서 있는 북한 핵기술의 심장부다. 그러나 이 카드는 지난해 가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와 큰 매력이 없다.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대한 국제기구 사찰도 이미 공개됐다. 관객 입장에선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트럼프를 이해시킨다고 해도 의회라는 벽을 넘기 힘들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불가침선언과 같은 체제보장을 받아내려면 의회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결국 태천 등 영변 이외의 지역까지 폐기 및 사찰 대상에 집어넣어야 한다. 아울러 비핵화의 구체적인 로드맵도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만 미국 쪽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 미국은 이미 베트남과 이러한 방식으로 관계를 정상화시켰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최우방인 중국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다. 최측근인 김창선 서기실장이 하노이 회담 준비에 앞서 중국 광저우(廣州)를 들른 것을 감안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시작 전이나, 끝난 직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격적으로 회동을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5월7일, 1박2일 일정으로 중국 다롄(大連)에서 시진핑과 만난 적이 있다. 

또 하나의 과제는 미국의 선물이다. 구체적으로 체제보장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가장 바라는 ‘제재 해제’라는 카드는 맨 마지막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부분 해제 측면에서 남북경협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으로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비즈니스맨인 트럼프의 속성상 미국 자본이 직접 들어가는 방식보다는 한국의 공공·민간이 주도하는 경협에 한해 예외를 인정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2월15일 백악관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는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에 수십억 달러씩 퍼주던 전철은 밟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올 신년사에서 처음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거론했다.  

무엇보다 금강산 관광 등은 지금도 대북제재에서 빠져 있다.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북한이 중국과 체결한 신의주 특구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유럽을 방문한 폼페이오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물론 이때도 폼페이오는 비핵화 약속에 대한 검증이 선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정이 약속된 비핵화 시간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는 이번마저 아무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차기 회담 개최도 불투명해진다. 한 대북 전문가는 “경제 재건이 지켜지지 못해 핵 개발에 다시 나서는 상황은 김정은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라면서 “트럼프 역시 내부의 강력한 비난에 직면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소리 등 미 주요 언론 등은 대미 협상의 전권이 노동당 통일전선부에서 김정은 직할체제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협상의 중요성을 볼 때 이번 회담 역시 실무자들이 가진 권한엔 한계가 있다. 실무자들이 70~80%가량 합의안을 마련해 놓고 나머지 중요한 쟁점은 정상 간 회담으로 넘기는 구조가 가장 유력하다. 한 대북 소식통은 “회담이 1박2일간 열린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와 여러 차례 식사 및 협상을 이어 나가면서 김정은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