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으로 초고령 사회 대비하는 영국
  • 방승민 영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8 16:00
  • 호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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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국가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세 시스템 병행해 노인 빈곤율 낮춰

영국은 1930년 고령화 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7% 이상인 사회)에 진입한 이후 1970년대 들어 고령 사회(14% 이상)로 진입했다. 이제 2030년이 되면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100년에 걸쳐 차츰차츰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은 2000년대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지만, 그 진행속도가 빨라 2026년이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함께 201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사회 내 노후대책·연금 등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 진입에 대한 준비 기간이 매우 짧았던 탓에 2057년 연금기금 고갈, 노인 빈곤율 급증 등의 문제에 그대로 직면하고 있다. 영국 또한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30%를 넘는 노인 빈곤율로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뼈를 깎는 연금정책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 2018년 기준 노인 빈곤율을 17%까지 성공적으로 감소시켰다.

영국의 연금제도는 1909년부터 시작됐다. 193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기 약 30년 전부터 노후소득에 대한 대비를 마련해 온 셈이다. 현재 영국의 노후소득 보장체계는 70여 년 전 영국 노동부 차관이던 윌리엄 베버리지에 의해 설계돼 영국 복지제도의 골격이 된 ‘베버리지 보고서’를 기초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영국은 사회 변화에 맞춰 부지런히 각종 복지 시스템의 개혁을 진행해 왔다. 대표적으로 2014년의 대대적인 연금개혁을 꼽을 수 있다. 2014년 기존의 국가기초연금과 근로자 대상의 국가이층연금(S2P, State Second Pension)을 통합한 공적연금인 ‘신(新)국가연금’을 논의하기 시작해 2016년 도입했다. 현재 영국 연금제도는 여기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포함, 총 3가지 연금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은 2030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영국은 일찍이 노인 빈곤율을 낮추고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연금체계를 시행 중이다. ⓒ 연합뉴스
영국은 2030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영국은 일찍이 노인 빈곤율을 낮추고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연금체계를 시행 중이다. ⓒ 연합뉴스

한국, 초고령화 속도 비해 연금수령 연령 낮아

영국 연금의 가장 큰 특징은 공·사 혼합이라는 점이다. 국가연금의 주요 목적은 사회적 부의 재분배다. 반면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에 기초한 퇴직연금과 사적 연금의 경우, 사회적 의미의 재분배보다는 한 개인의 일생에 거쳐 소득을 재분배해 준다는 개념이다. 

2016년부터 도입된 신국가연금 제도는 연금 수령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정액 기여 정액 급여’ 원칙에 따라 최소 10년에서 최대 35년 이상 국민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연금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유형이나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국민보험료로 조달되며, 국고 보조는 없다. 반면 저소득층·실직자를 비롯해 장애 및 돌봄 책임(자녀 양육·유급 육아 휴직) 등의 사유로  일을 할 수 없거나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광범위한 연금 크레딧을 부여해 연금 수급권을 보장해 준다. 이렇게 계산된 신국가연금은 2018~19년 기준 매주 최대 164유로(약 21만원)가 지급된다. 이는 영국 국민들의 주당 평균 소득의 24.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영국은 2018년 국가연금 기준으로 연금 수령 가능 시기가 만 66세부터다. 영국 역시 현재 연금 수령 연령을 점차 높이고 있는 추세다. 2028년에는 만 67세, 2046년까지는 만 68세로 올릴 계획이다. 당사자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에 적절한 연금 수령액을 꾸준히 지급할 수 있도록 수령 연령을 계속해서 수정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8년 국민연금 기준으로 최소 10년 이상 연금보험료를 납부했을 경우에 한해 만 60세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이미 고령 사회에 진입한 영국에 비해 초고령화 사회로의 전환 속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연금 수령 연령이 낮은 셈이다. 한국은 최근 경기 불황과 조기 퇴직 등으로 인한 조기 수령 신청자가 증가했다. 연금 조기 수령을 원할 경우 1년마다 6%가 감액되지만 이를 감안하고 최대 5년까지 앞당겨 수령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비교적 적은 경우지만 연급 수령을 미룰 시, 현 제도상 월 0.6%(연 7.2%)가 가산되며 최대 5년까지 연기가 가능하다. 영국의 경우, 연금 수령 가능 일자로부터 9주씩 미룰 때마다 수령 금액의 1%씩 가산돼 지급된다. 1년을 미룰 경우 약 52주를 미루는 셈으로, 대략 연 5%가량의 금액을 더 받게 된다.

영국, 퇴직연금 의무화로 국민연금 의존도↓

퇴직연금은 한국에선 생소한 연금일 수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퇴직연금 가입이 의무는 아니다. 2016년부터 점진적으로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를 진행해 오고 있는 상태다. 반면 영국은 국가기초연금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일찍이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를 도입했다. 2017년부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근로자들에 한해 퇴직연금 자동 등록 방식이 도입됐다. 기업 차원에서 별도의 퇴직연금 플랜이 마련돼 있지 않거나 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고용주는 근로자들을 ‘NEST(the 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에 가입시킬 의무가 있다. NEST는 저소득층 근로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은퇴 이후 경제적 준비 제도가 미비하다고 진단해 실행되기 시작했다. 

2018년 영국 연금노동청에서 발표한 2016~17년 기준 만 75세 미만 연금 수급자들의 연금 내역을 살펴보면 국민연금 34%, 퇴직연금 29%, 기타 사적 연금 및 투자·저축 소득이 37% 정도를 차지한다(표 참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국민연금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퇴직연금으로 인해 노후소득이 국민연금에만 의존하는 양상을 띠고 있지는 않다.

현재 영국의 연금제도는 역사가 깊은 만큼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안정화된 결과물이다. 다소 복잡하지만 꽤 포괄적이며, 재분배적 역할도 쏠쏠히 수행하고 있다. 근로소득이 낮아 보험금 및 세금 분담이 적은 소외계층을 위한 연금 크레딧 제도는 실제 영국에서도 심각했던 노인 빈곤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신국가연금으로의 제도 개편은 최근 영국에서도 증가 추세인 자영업자에 대한 노후보장도 확대했다. 이처럼 끊임없는 개혁과 변화를 통해 최근 영국의 노인 빈곤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며 퇴직연금, 사적 연금 및 저축을 활성화해 연금의 지속 가능성 또한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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