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리츠 투자, 침체된 부동산 시장 대안 될까
  • 황건강 시사저널e. 기자·CFA (kkh@sisajournal-e.com)
  • 승인 2019.02.28 15:00
  • 호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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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규모 대비 왜소한 리츠 시장…조 단위 공모 ‘홈플러스 리츠’ 내달 상장

국내 부동산 시장이 완연한 침체 기조를 보이면서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신탁 펀드는 이 같은 환경에서 올해 부동산 시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투자신탁이다. 투자한 부동산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임대 수익의 특성상 꾸준한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역사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는 점 때문에 부동산 매각 시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요인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리츠 투자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 시사저널 고성준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리츠 투자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 시사저널 고성준

임대 수익에 더해 매각 차익도 가능

국내 리츠 규모는 이미 40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리츠 수는 219개, 리츠 자산 규모는 41조원 수준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할 때 아직도 규모 면에서 뒤지지만, 역설적으로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규모는 500조원가량으로 리츠 시장은 이 가운데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미국 리츠 시장은 1800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며 3000조원에 달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도 국내 상장 리츠 시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 대출이 어려워진 만큼, 리츠를 통해 간접적으로 부동산 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은 다른 투자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당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활용이 불가피하다”며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작아도 부동산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리츠 투자가 부각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리츠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분야는 상장 리츠 시장이다. 상장돼 거래되기 때문에 일반 리츠에 비해 투자 집행과 회수(환금성) 면에서 유리하다. 더구나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상장 리츠 시장이 왜소하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신한알파리츠를 비롯해 이리츠코크렙, 모두투어리츠, 케이탑리츠, 트러스제7호, 에이리츠 등이다. 이들의 시가총액 규모는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상장 리츠는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2%가량으로 한국의 상장 리츠보다 규모 면에서 앞서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지난해 말 리츠 공모 및 상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리츠 시장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기준일을 신규 상장일로 늦춰주는 한편, 비개발 위탁관리 리츠에 대한 상장예비심사를 폐지하는 등 활성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여기에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의 공모 상장 리츠 투자를 추진하는 등 해당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아닌 증권가에서도 올해 국내 증시에서 주목할 만한 투자 대상으로 상장 리츠를 꼽는다. 리츠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홈플러스 리츠(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우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홈플러스 리츠는 1월23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월28일부터 3월13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같은 달 18일부터 사흘간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이번 상장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노무라금융투자, 다이와증권캐피탈마켓코리아 등이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

홈플러스 리츠는 홈플러스가 전국에 보유하고 있는 51개 매장을 기초 자산으로 홈플러스로부터 임대수익을 받는 구조다. 홈플러스라는 확정 고객이 확보됐기 때문에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일부 매장 폐점 시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다만, 공모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흥행이 힘들다는 점이 부담이다. 홈플러스 리츠는 아직 공모가가 확정하지 않았지만 희망 공모가액 상단을 기준으로 최대 1조7000억원가량을 조달해야 한다. 리츠뿐만 아니라 전체 상장사를 놓고 봐도 최근 1년간 가장 큰 규모다. 국내 상장 시장에서 공모 규모가 조 단위를 넘었던 사례는 지난 2017년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마지막이었다. 


홈플러스 리츠 흥행 성공 여부가 관건

홈플러스 리츠 역시 역대급 공모 규모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모 물량의 80%를 기관투자가들에게 배정하고 20%만 개인투자자들에게 배정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이 배정된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은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기 전에 진행됐던 기관투자가 대상 투자설명회(IR) 과정에서 기관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뜨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상장 리츠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시장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실제로 홈플러스 리츠보다 먼저 상장한 리츠들의 성적은 개인투자자들만 놓고 보면 우수하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6월 상장한 이리츠코크렙은 기관수요예측에서 경쟁률 6.29대1로 흥행에 성공했으나 일반투자자를 포함한 공모청약에서는 경쟁률이 0.45대1에 불과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상장 시장에서 조 단위 상장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가운데, 홈플러스 리츠가 주목을 받는 것만으로도 리츠 시장은 물론 상장 시장 전반에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며 “다만 상장 과정에서 흥행에 실패할 경우 상장 리츠 시장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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