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하노이行 키워드는 ‘정상국가 실현’
  • 베트남 하노이=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7 11: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순방 과정 공개· 도착 후 北주민 위로 자리 가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베트남 하노이 방문을 통해 꿈꾸는 것은 ‘정상국가 실현’이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은둔의 지도자’를 표방했던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은 지난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결정 이후 북한을 정상국가로 바꾸기 위한 이미지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올초 발표한 신년사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파격 행보가 관심을 끈 것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부터다. 당시 김 위원장은 중국 리커창 총리의 비행기를 빌려 타고 왔지만, 정상국가의 국가원수 방문 때처럼 창이공항에 내려 싱가포르 정부가 주최한 공식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이후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밤에는 싱가포르 시내 관람에 나섰다. 일련의 행동으로 김 위원장은 베일 속에 싸여 있다는 이미지를 벗어 세계 외교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1차 회담이 맛보기였다면, 이번 2차 회담은 본격적인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26일 베트남 동당역에서 하노이로 향하던 중 연도에 서 환영하는 시민들을 향해 자동차 창문을 열고 화답하고 있다. ⓒ연합포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26일 베트남 동당역에서 하노이로 향하던 중 연도에 서 환영하는 시민들을 향해 자동차 창문을 열고 화답하고 있다. ⓒ연합포토

1차 회담과 달리 베트남까지 오는 방식으로 기차를 선택했지만, 김 위원장의 행보는 평양 출발부터 일반에 공개되는 등 파격을 이어갔다. 이후 60시간이 넘는 긴 여정은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하노이 향하 던 중 창문 열고 시민들에게 손 흔들어

중국 남부 광시성 핑샹을 거쳐 베트남 북부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15분. 동당역에서 베트남 정부가 마련한 공식 환영행사를 가진 김 위원장은 자동차로 갈아타고 하노이로 직행했다. 베트남 정부의 통제 아래 김 위원장은 하노이로 이동하면서 차량 창문을 열고 길가에 서서 자신을 맞이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감사를 표시했다. 이 또한 정상국가 지도자의 국빈방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당초 김 위원장은 하노이로 오자마자 베트남 정부의 공식수반인 응웬 뿌 쫑 국가주석과의 공식 만남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숙소로 들어간 지 1시간 만에 차를 타고 나와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향했다. 이 또한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26일(현지 시각)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대사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포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26일(현지 시각)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대사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포토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에 모인 북한주민 100여명은 김 위원장이 들어가자 “만세”를 외치면서 뜨겁게 환영했다. 북한주민들이 반가워하는 소리는 대사관 밖으로까지 들릴 정도로 컸다는 후문이다. 이날 대사관 깜짝 방문에는 김영철·리수용·김평해·오수용 당 부위원장을 비롯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노동부 제1부부장·김성남 북한 노동당 국제부 제1부부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이 함께 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월27일자에서 관련 소식을 자세하게 전하면서 “대사관 성원들과 가족들의 생활형편에 대하여서도 구체적으로 료해(서로의 사정이나 형편을 알아봄)했다”고 보도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소장은 “보통국가 정상이 외국에 나가면 교민 내지는 대사관 직원을 만나 격려하는데 이번에 김 위원장이 북한대사관을 찾아간 것은 이런 모습을 연출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북한과 베트남은 함께 과거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로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베트남이 개혁·개방을 표방한 뒤로부터는 멀어졌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베트남은 대미 관계 증진 차원에서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북한이 연이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이를 비난하는 외교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2년 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복형인 김정남이 암살되는데 베트남 여성이 이용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북(反北) 정서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러다보니 베트남에 사는 북한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베트남 직장인 즈엉 티넛 아잉씨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활약하면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높아진 반면, 연이은 핵실험으로 북한은 불량국가로 낙인찍혔다”면서 “그러다보니, 북한 주민들로선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거주 북한주민 대사관으로 불러 위로

김정은 위원장이 도착한 2월26일 하노이 북한 식당 ‘평양관’은 활기가 넘쳐났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식당을 찾는 베트남 현지인들의 발길도 늘어났다는 게 평양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북한 식당 관계자는 “대동강맥주가 동이 나는 등 평양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김 위원장 특수’를 반기는 모습이었다.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식당 ‘평양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착한 2월26일 성업 중이었다. ⓒ송창섭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식당 ‘평양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착한 2월26일 성업 중이었다. ⓒ송창섭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끝마치고 베트남 공식 방문에 돌입, 북부 하이퐁 국가산업단지 등을 둘러보는 등 정상국가 해외순방의 이미지를 계속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