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불통’ 성토장 된 전남도민과의 대화
  • 전남 나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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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도민 목소리를 직접 현장서 청취하기 위한 ‘도민과의 대화’, 성토장 돌변
강인규 나주시장 불통행정 ‘저격’에 주민들 환호와 박수로 불만표시
김영록 지사, 쏟아진 혁신도시 ‘열병합발전소 정주여건’ 질의에 진땀

“시장님 얼굴보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전남도의 ‘도민과의 대화’가 3월 5일 오전 나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인규 나주시장, 김선용 나주시의회 의장, 이민준 도의회부의장, 최명수 도의원 등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객석에는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젊은 주부에서부터 촌로까지 시민 300여명이 앉아 있었다. 행사는 도·시정 보고에 이어 시민들의 애로·건의사항 청취, 도지사의 문제해결 방안 제시 순으로 진행됐다. 여기까지는 앞서 타 시·군에서 열린 전형적인 ‘도민과의 대화’ 모습이다. 

3월 5일 오전 나주시청에서 열린 나주시민과의 대화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강인규 나주시장, 김선용 나주시의회 의장, 이민준 도의회부의장, 최명수 도의원,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해 도·시정보고, 시민들의 애로·건의사항 청취, 도지사의 문제해결 방안 제시 순으로 진행했다. ⓒ전남도
3월 5일 오전 나주시청에서 열린 나주시민과의 대화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강인규 나주시장, 김선용 나주시의회 의장, 이민준 도의회부의장, 최명수 도의원,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해 도·시정 보고, 시민들의 애로·건의사항 청취, 도지사의 문제해결 방안 제시 순으로 진행했다. ⓒ전남도

그러나 ‘그 이후’는 달랐다. 김영록 전남지사의 모두발언에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나주시 성토장이 됐다. ‘도민과의 대화’는 전남 22개 시·군을 돌며 도민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청취한다는 게 그 취지다. 전남도는 도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시·군의 현안과 도민의 의견을 도정에 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따라서 전남도는 주민들이 도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구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이날 참석자들은 전남도가 아닌 나주시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마스크를 쓰고 참석한 관내 빛가람혁신도시 주민들은 초반부터 질의와 민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나주시정에 대해 얼마나 큰 불신을 갖고 있는지 참석자들의 발언 곳곳에서 물씬 묻어났다. 

특히 ‘고형폐기물 연료(SRF)열병발전소 이슈’에 관한 질문만 4~5개가 터져 나왔다. 빛가람혁신도시 정주여건과 관련 “혁신도시 주민은 사람이 아니다“는 한 주민의 거친 불만도 나와 한때 장내를 술렁이게 했다. 

간간히 개인사와 지역 민원성 문제가 곁들여지긴 했으나 김 지사는 나주 혁신도시 일부 주민들로부터 SRF 열병합 발전소 해결방안과 정주 여건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집중 질의를 받으며 곤욕을 치렀다.

ⓒ전남도
ⓒ전남도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혁신도시의 한 주부는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민관거버넌스가 잘 운용되도록 (도지사께서) 도와 달라“고 간청하면서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광주권 SRF연료 반입 승인권자가 누구냐’는 민감한 질문이 나온 대목에서는 김 지사는 민관거버넌스가 잘 운영되도록 협조하겠다며 예봉을 피해가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 질의는 SRF열병합발전소 갈등의 불씨가 된 전남도와 나주시의 허술한 공문처리를 염두에 둔 것이다. 전남도는 1일 440톤에 달하는 광주권 SRF 반입 여부를 묻는 중차대한 의사 결정을 공문이 수신된 지난 2013년 8월1일 당일 ‘사실상 동의 한다’는 내용으로 한국지역난방공사에 즉각 회신했다. 특히 회신공문은 상급 결재라인(국장·전남부지사·전남지사)도 거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환경정책담당 전결’로 처리·발송돼 의혹을 사고 있다. 

나주시도 같은 해 8월29일 동일 내용의 공문을 난방공사로부터 수신했지만 전남도 회신 공문내용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작성된 내용의 공문을 다음날(8월30일) 난방공사에 발송, 광주권 SRF연료 반입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지사는 “민관거버넌스가 잘 가동돼 합의점을 찾기를 누구보다 원하고 있다”며 “도지사의 권한으로 일방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도에서 조정 역할을 하겠다”고 주민들을 달랬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형식적인 답변이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김 지사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질의에 나선 나주SRF발전소 범대책위 신상철 공동위원장은 “나주시가 거버넌스 정상 운영에 발목을 잡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거버넌스가 잘 되길 바란다는 (김 지사의) 말이 공허하게만 들린다”고 김 지사와 나주시를 동시에 저격했다.

이어 빛가람혁신도시 시내버스 노선변경을 주도한 나주시 불통행정에 대한 강한 불만도 나왔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버스 운전기사 부족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나주시 담당 국장의 답변이 불만족스러웠는지, 질의자는 다시 발언권을 얻어 “주 52시간 근무제를 나주만 하냐”고 받아쳤다. 

그는 내친김에 ’(버스노선 조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외면했다‘며 강인규 나주시장의 불통도 함께 지적했다. 그러자 회의장 뒤편에 서있던 한 여성 주민이 “시장님 얼굴보기가 하늘에 별따기다”라고 고함지르자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에 김 지사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도지사가 오니까 한꺼번에 다하는 것 같다”며 주민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 분위기 전환 수준의 발언이지만 강 시장의 행정스타일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했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주민들이 전남도의 ‘도민과의 대화’가 끝난 후 김영록 전남지사에게 자신들의 뜻을 전하기 위해 나주우체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주민들이 전남도의 ‘도민과의 대화’가 끝난 후 김영록 전남지사에게 자신들의 뜻을 전하기 위해 나주우체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혁신도시 주민들은 이날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항의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나주시청 공무원들의 설득으로 집회를 철회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행사장 안에서의 자신들의 뜻 전달이 못미더웠던지 김영록 지사가 시청을 빠져 나가는 길목인 나주우체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풍경은 혁신도시가 안고 있는 고민의 현주소와 주민들이 나주시정에 대해 얼마나 큰 불신을 갖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는 지난 2007년 3월 19일 혁신도시 개발예정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총 사업비 1조4175억원이 투입돼 나주시 금천면과 산포면 일원에 733만4000㎡ 규모로 조성됐다. 지난 2013년 우정사업정보센터를 시작으로 한국전력과 농어촌공사 등 16개의 굵직굵직한 공공기관들이 이전을 마무리하고 ’빛가람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을 크게 해치는 ’호혜원 축산악취‘와 ’흙탕 수돗물‘ ’과도한 상업용지 배정‘ 등 문제로 그간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도시 활성화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가동문제는 지역의 대표적인 현안 가운데 하나다. 이 발전소는 고형폐기물연료(SRF)를 태워 빛가람 혁신도시에 난방과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로, 1년 넘게 가동 여부를 놓고 주민과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운영 주체인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발전소를 지었기 때문에 더 이상 가동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범시민대책위 등은 주민들의 건강이 담보되지 않는 한 가동은 불가하다며 평행선을 달려 왔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그 사이에 끼여 어정쩡한 행정을 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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