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빼!" 부산 금정문화회관, 지역 예술단체 홀대 논란
  • 부산 = 정해린 인턴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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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수익 위해 5년된 상주단체 계약 해지…해당 단체 강력 반발
금정문화회관 대공연장 외관 ⓒ시사저널
금정문화회관 대공연장 외관 ⓒ시사저널

부산 금정구 소재 금정문화회관이 영리를 앞세우며 6년 동안 고락을 함께한 상주단체와 계약을 해지하자 지역 예술인들을 육성하고 발전시켜야할 문화회관이 수익성에 치중한 나머지 '부동산 임대사업자' 로 전락한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금정문화회관은 2013년 9월부터 상주해온 민간오케스트라단체 네오필에게 작년 10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갑작스런 계약 해지에 해당 단체가 강력 반발하며 지역에서 논란이 일자 문화회관 반성삼 관장은 “네오필은 이미 5년 정도 상주했고 네오필이 사용하던 공간에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할수 있어 사용료 등 수익 사업이 가능해진다”고 해명했다.

문화회관 상주단체가 되면 연습실 제공, 대공연장 월 1회 무료대여, 부산문화재단의 상주단체 지원금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네오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 모습 ⓒ네오필하모닉
네오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 모습 ⓒ네오필하모닉

금정문화회관에서 6년 가까이 활동한 네오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50회 이상의 정기연주회를 개최했으며 금정구민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봉사와 함께 금정구민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동아리 한울타리 오케스트라의 멘토 역할도 했다. 2018년에만 금정구 축제 참가 공연을 포함, 총 15회 공연에 관객 5000여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31일자로 계약이 만료된 후 문화재단의 지원금 약 8000만원이 끊기며 현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30여명의 단원을 10명으로 축소시켰으며 기업 및 개인 후원금에 기대고 있다. 

금정구에 공연장 사용료도 내야 한다. 상주단체 자격으로 월 1회 대공연장을 무료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각종 장치 사용료를 포함해 대공연장 1일 대여 비용 약 8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네오필측은 이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지난 1월 30일 상주 단체 재계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뒤 금정구청장에 공개 토론을 요청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상주단체 계약해지 논란이 커지자 금정문화회관은 최근 상주단체 운영 중단에 대한 이유로 올해 진행 예정인 대공연장 공사와 문화회관 1층에 위치한 금정문화재단의 리모델링 공사를 내세웠다.

즉 올해 7월 착공 예정인 대공연장 공사로 공연장 이용이 불가능하고, 문화재단 또한 공사가 예정되어 있어 어차피 네오필이 연습실로 썼던 2층 다목적실은 소음 문제 등으로 원활한 이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금정구, 지역 예술단체와 계약 해지 후 "다른 지자체로 떠나면 된다"

하지만 이강원 네오필 비대위원장은 “대공연장이 아니라도 소공연장, 야외공연장 등은 사용이 가능하므로 '공간 부재'는 변명이 될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상주단체의 활동에 따른 문화재단의 지원금 8000만 원은 구민에게 문화적 혜택으로 돌아가는 측면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금정구의 '악수'라고 지적했다.    

지역 예술 단체가 다른 곳으로 떠나도 무방하다는 금정구의 문화∙예술에 대한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네오필 문제와 관련, 금정문화회관 공연팀장은 “상주단체 신청은 부산시의 다른 문화회관에도 가능하기 때문에 네오필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부산의 민간예술단체 중 유일하게 4대 보험 혜택을 주며 상근체제로 운영해 온 지역 예술 단체에게 이제는 타 지자체로 옮겨가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는 셈이다.

현재 금정문화회관은 기획공연보다 외부 단체의 대관 공연 비율이 높으며 회관 내 공연장과 전시실 뿐만 아니라 교양강좌실, 음악실 등 대부분의 공간도 유료 대관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네오필이 연습공간으로 사용했던 2층 다목적실도 추후 대관 등을 통해 영리 목적으로도 사용할 예정이다.

도대체 대관, 임대를 통해 얼마만큼 금정구의 살림살이가 나아질까? 금정문화회관은 대관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묻자  “내부 자료라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한편, 4000여억 원에 달하는 금정구 전체 예산 중 문화관광과 예산은 126억 원이며 이 가운데 관광분야를 제외한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약 20억 원이다.

이 20억 원 중에서 약 17억 원은 출자기관인 금정문화재단의 예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정구에서 실제 지역 문화∙예술 지원 및 활성화를 위해 지출되는 금액은 전체 예산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3억여 원에 불과하다.

금정구는 이 돈으로 여성합창단 운영, 예술공연지원센터 관리, 금샘문학상 공모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구청장의 공약에도 지역 예술에 대한 부분은 전무하다. 공약 4대 분야의 하나인 '지역문화 창달'에는 여가 공간 조성, 원활한 교통 확보, 주차시설 구축 등 세 가지 사업이 있다.

이 세 가지 사업의 세부 공약에서 관광명소 조성과 황산도 옛길 특화 콘텐츠 개발 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교통 분야에 해당하며, 지역 예술 진흥에 대한 공약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정구 관계자는 “예술 관련 공약은 없지만 관광 콘텐츠 개발을 넓게 보면 문화∙예술 분야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며 지역 예술인들의 갈증과 다소 거리가 있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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