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PSG 격파, 한국팬들 유독 열광하는 이유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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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前 동료 솔샤르 임시감독 부임 후 부활한 ‘원팀’
구심점 안 보이는 대한민국 대표팀, 흔들렸던 맨유와 흡사?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3월7일 파리생제르맹(PSG)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승리 후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임시감독이 3월7일 파리 생제르맹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승리 후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한물간 팀'에서 벗어나 예전 명성을 찾아가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드디어 완벽한 부활을 증명하는 경기를 3월7일 선보였다. 맨유는 이날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홈팀 파리 생제르맹(PSG)을 3대1로 격파했다. 

전세계가 맨유 승리에 열광했다. 특히 한국 축구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의 스포츠뉴스는 물론 실시간검색어 부문에서도 '맨유 대(對) PSG'는 단연 최고의 이슈다. '박지성'과 '올레 군나르 솔샤르(맨유 임시감독)',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등이 이런 맨유 광풍(狂風)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다.         

양 팀은 1, 2차전 합계 3대3으로 비겼으나,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맨유가 8강에 진출했다. 2월13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맨유 홈구장)에서 열린 1차전은 맨유의 0대2 패배로 끝났다. 초호화 라인업을 자랑하는 PSG가 여세를 몰아 2차전도 승리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렸는데, 반대였다. 게다가 맨유는 최악의 상황을 극복했다. 1차전 퇴장, 부상 등으로 빠진 1군 선수만 9명에 이르렀다. 2군 선수들을 대거 투입해야 했다. 

실제로 경기 시간 중 대부분은 PSG가 더 잘했다. 맨유는 PSG 대비 절반 이하의 슈팅 숫자, 30%도 채 되지 않는 볼 점유율에도 승리를 챙겼다. 조직력, 집중력, 정신력이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경기 종료 직전 비디오 판독(VAR)으로 페널티킥까지 얻어내 골로 연결시키는 행운이 따라붙었다.

페널티킥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지만, 한국팬들만큼은 무조건 맨유 편이다. PSG 토마스 투헬 감독, 공격수 네이마르 등의 판정 불만에 네티즌들은 대부분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었다. 아울러 맨유 솔샤르 임시감독의 지도력과 팀워크 부활에 찬사를 보냈다. 맨유의 이번 PSG전 승리와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은 한국 팬심까지 완전히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1986년부터 2013년까지 세계 축구계를 호령한 명문 클럽이었다. 박지성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이곳에서 뛰어 한국 축구팬들은 저절로 맨유를 열정적으로 응원하게 됐다. 팬심은 박지성이 맨유를 떠난 뒤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 은퇴 후 맨유의 모습은 신통찮았다. 루이스 판 할, 조세 무리뉴 등 '핫'한 감독을 앉혀놔도 소용없었다. 국내 리그(영국 프리미어리그) 선두 경쟁에서조차 밀리는 신세가 됐다.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맨유팬들의 실망감은 커져만 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무리뉴 감독 경질 때문에 임시로 자리를 채운 솔샤르 감독이 일을 내기 시작했다. 솔샤르 임시감독은 부임 후 11경기 무패(10승1무)를 달렸다. PSG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 처음 패배한 경기였다. 과거 솔샤르 임시감독은 1996년부터 2008년까지 맨유 선수였다. 박지성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에 나서던 때가 있었다. 박지성이 솔샤르 임시감독으로부터 "골대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머리 속에 골대 위치를 기억해라"는 조언을 듣고 골 결정력을 향상시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또 박지성·솔샤르 두 선수는 묵묵히 제역할을 수행하며 퍼거슨 감독의 총애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솔샤르 임시감독은 맨유 선수 시절 주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도중 퍼거슨 감독의 전술 지시를 받고 출전해선 결정적인 골을 곧잘 터뜨려 '슈퍼서브(Super sub)'라 불렸다. 박지성 역시 선발 출전이든 아니든 퍼거슨 감독의 전략을 200% 이해·수행하는 플레이로 늘 '언성히어로(Unsung hero·숨은 영웅)'로 꼽힌 바 있다. 박지성의 팀 동료이자 멘토였던 솔샤르 임시감독이 맨유를 살리는 모습에 한국팬들은 기뻐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25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8강전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패한 이청용과 손흥민 등 한국 축구대표팀이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1월25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8강전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솔샤르 임시감독은 맨유를 맡은 후 '퍼거슨 스타일'을 지향하며 팀워크를 끌어올려 왔다. 인성 논란이 따라다녔던 슈퍼스타 폴 포그바마저 팀의 일원으로 돌려놨다. 앞서 맨유는 월드클래스, 유망주를 대거 보유하고도 팀워크를 보여주지 못했다. 감독과 선수 사이 신경전, 불신 등이 깊어지며 자멸을 초래했다.

바뀐 감독과 다시 하나된 선수단은 한국 축구대표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베테랑들의 은퇴 움직임과 개성 강한 신예들의 등장 속 대표팀의 구심점은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이미 2011년 박지성 은퇴와 함께 원팀(One team) 대한민국이 사라졌다'고 보는 이도 많다.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은 아직 선수단 장악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팬들은 맨유의 변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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