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 730억 공사 ‘턴키 발주’ 논란 격화
  • 전남 목포 = 정성환·이경재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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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 “턴키발주 강행” vs 업계 “법적 투쟁” 강력 반발
전기·통신공사협회 “명백한 실정법 위반…분리발주해야”
목포시 “전국체전 일정 촉박, 설계·시공 일괄 입찰 불가피”

전남 목포시가 추진 중인 종합경기장 신축공사의 ‘일괄입찰방식(턴키방식)’ 발주를 두고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턴키방식을 강행하려는 목포시와 저지하려는 전기 등 전문건설업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시는 ‘일정이 촉박하다’며 턴키방식의 입찰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업계는 ‘분리발주’를 규정한 현행법을 무시한 입찰방식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며 맞서고 있다. 시가 업계의 분리발주 요구를 끝내 외면할 경우 자칫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3월 7일 오후 전남 목포시청 앞에서 한국전기공사협회와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소방시설협회 소속 회원 등 500여 명이 목포종합경기장 건립공사의 턴키방식 발주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3월7일 오후 전남 목포시청 앞에서 한국전기공사협회와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소방시설협회 소속 회원 등 500여명이 목포종합경기장 건립공사의 턴키방식 발주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경재

목포시는 오는 2022년 전국체육대회를 대비해 대양동 산 124번지 일원에 공인 1종 종합경기장을 건립할 방침이다. 종합경기장 건립은 중소도시에서는 드문 734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다. 전기·정보통신공사 규모는 70~100여억원 가량이다. 턴키방식은 설계와 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것으로 대형 건설사 외에 전문건설업체는 하도급 형식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전기나 통신, 소방 등의 지역전문건설업계에서 반발이 나오는 배경이다.

 

목포시-업계,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

목포시는 턴키방식으로 발주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와 전남도의 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입찰제안서를 만들고 있으며, 다음 달 중에 턴키방식으로 조달청 의뢰 또는 직접 발주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전문건설업계는 이 같은 턴키방식 발주 강행 계획에 반발하며 투쟁에 돌입했다. 한국전기공사협회와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소방시설협회 등 전문건설업체 관계자 500여명은 7일 목포시청 앞에서 입찰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목포시가 행정편의주의를 앞세워 이번 경기장 공사가 분리발주를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현행법을 무시하고 ‘턴키발주’를 고집하는 것은 전문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기·소방·통신 등 관련 전문건설업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신축 건축물에 들어가는 전기나 인터넷 회선이나 통신·방송 시스템은 발주 업체가 직접 시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관련 전문건설업계에 하도급을 주게 되는데 이 같은 경우 실제 공사 예산의 40~50% 수준밖에 받지 못해 부실한 공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첨예한 논쟁은 한때 시청 내로 옮겨 붙었다. 이날 전연수 전기공사협회 전남도회 회장 등 전문건설업체 회장단은 집회 도중 전격적으로 시청을 방문해 정순주 부시장을 비롯 간부들과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양 측은 언성을 높이며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을 뿐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전기공사업계 관계자는 “통신, 소방업계와 함께 탄원서 제출과 항의 집회, 목포부시장 면담 등을 통해 분리발주를 강력히 촉구했다”며 “그래도 입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향후 입찰중지 가처분 신청과 지방심의위 심의에 대한 행정심판 등을 통해 그 당부를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턴키발주’ 적법성 논란…시 “문제없다” 

전연수 전기공사협회 전남도회 회장 등 전문건설업체 회장단이 집회 도중 목포시청을 방문해 정순주 부시장을 비롯 간부들과 면담을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경재
전연수 전기공사협회 전남도회 회장 등 전문건설업체 회장단이 집회 도중 목포시청을 방문해 정순주 부시장을 비롯 간부들과 면담을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경재

목포종합경기장 신축공사의 ‘턴키방식’ 발주의 적법성을 놓고도 양 측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목포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국토교통부 중앙건설심의위의 자문과 전남도 지방건설심의위에서 턴키발주 입찰방식을 의결 받았다. 시 관계자는 “신속한 사업추진이 필요해 턴키방식으로 결정했으며, 국토부와 전남도의 승인을 거친 만큼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건설업계는 시가 분리발주를 하지 않아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맞받아쳤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법제처가 건설기술임의위 심의 시 정보통신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것에 대해서만 입찰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며 “목포시는 지방건설심의위 심의대상이 아닌데도 전기·정보통신공사를 포함해 심의하도록 해 법제처 법령 해석까지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전기공사업법 제11조는 ‘전기공사는 건설 등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발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시행령 제8조는 △공사의 성질상 분리 발주할 수 없는 경우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국방 및 국가안보 등과 관련한 경우 등 3가지만을 분리발주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목포시의 종합경기장 신축공사는 분리발주의 예외조항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기 등 전문건설업계의 입장이다.

업계는 유사한 사례의 판례도 제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월 7일 아파트공사를 턴키 발주한 서울투자운용 측에 벌금형을 선고하며 “입찰단계에서 턴키를 선택한 것은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공사의 성질상 분리 발주할 수 없는 예외 사유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이 그동안 무분별하게 이뤄지던 전기공사업법을 무시한 통합발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전기공사업계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본공사 턴키방식+전기·통신 분리발주 여부

ⓒ시사저널 이경재
ⓒ시사저널 이경재

목포시와 전문건설업계 간 불화(不和)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그 이면에선 다른 기류도 흐른다. 업계 일부에서는 전기공사업법 등에 따라 건축토목공사에 해당하는 본 공사는 일괄방식으로 발주하고, 전기·통신공사 등은 별도의 설계시공 동시 시행, 즉 ‘제2의 턴키방식’으로 분리 발주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기공사협회 전남도회 관계자의 말이다. 

“지금까지 전기공사업법 등에 분리발주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례상 혹은 예외조항에 따라 턴키방식 사업에서는 전기·통신공사를 포함해 전체공사를 일괄 발주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지방심의위에서 결정 난 일괄입찰 등의 기술형 입찰도 전기·통신공사의 분리발주를 추진한 사례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각종 하도급 관행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리발주를 고려할 시점입니다.”

그러나 목포시는 전기·통신공사를 별도로 분리발주를 수행하기 위해선 위험 요인이 너무 많다며 난색을 표했다. 시 관계자의 말이다. 

“우선공사의 시공과 본공사의 설계가 동시에 병행되는 패스트트랙 공사의 특성상 공사 진행에 따른 전체 공정에 대한 고도의 관리능력과 이에 따른 명확한 책임소재가 요구됩니다. 그러나 분리 발주할 경우 책임 분산으로 인한 통합 관리의 위험이 따릅니다. 또 전기·통신 공사 등의 분리발주의 적절성을 재판단해야 하고, 입찰안내서 재작성 등 행정행위로 인한 공기지연의 우려가 높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 같은 턴키공사의 유찰시 재입찰 등의 행정 절차 반복 등으로 인한 물리적 시간 부족 탓으로 자칫 목포 전국체전 개최일 준수가 불확실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입니다.”

 

‘촉박한 일정’을 둘러싼 진실게임

또 다른 논란거리가 ‘공사기간이 촉박하느냐’ 여부다. 이를 두고 목포시와 업체 간 일종의 진실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전국체전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설계와 시공을 한 업체가 맡는 턴키방식 입찰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시는 경기장 예정지가 40m 높이의 구릉지로 발파가 필요한 암반층이 70% 이상을 차지해 토목공사만 9개월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 만큼 공사기간을 상쇄할 특단의 카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시는 턴키방식을 도입할 경우 패스트 트랙방식의 적용을 통해 올해 10월부터 토공사 및 본공사의 실시설계 부분을 병행해 전기·통신·소방분야의 분리발주 방식에 비해 9개월 정도 공기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 토목공사 등에 대한 실시설계가 첨부돼 토목공사를 우선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분리 발주할 경우 설계공모 작성 및 실시설계 용역 등이 완료된 후에 공사 발주가 가능한 점을 감안할 때 2023년 2월에야 준공이 가능해 2022년 10월의 전국체전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목포시의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건설업계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목포시가 턴키 발주의 이유로 ‘촉박한 일정’을 내세우고 있으나 전기·통신·소방공사를 설계·시공부터 본 공사와 분리하면 일정지연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논리다. 

 

“턴키발주, 감사원 인정 주장은 아전인수”

감사원의 ‘대형공사의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 국민감사청구’ 감사보고서
감사원의 ‘대형공사의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 국민감사청구’ 감사보고서

업계는 일부에서 행정자치부 등 정부기관이 턴키방식으로 추진한 대형공사 4건에 대한 2017년 7월 발표한 감사원의 특정감사 결과가 마치 그 정당성을 인정한 것처럼 아전인수식으로 곡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대형공사의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 국민감사청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당시 국토부가 정보통신공사 등에 대한 분리도급 가능여부에 대한 심의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바람에 중앙심의위가 이를 심의하지 않았고, 중앙심의위로 하여금 다시 심의하게 할 법령상 근거가 없어 시정조치나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는 감사원이 분리도급 심의 기준 미비로 분리도급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종결 처리한 것으로 대형공사의 턴키발주를 정당화 한 것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감사원은 또 국토부로 하여금 ‘대형공사 등의 입찰방법 심의기준’(국토부 고시)을 마련, 추정가격 300억 이상 대형공사 등에 대해 중앙심의위가 분리도급 가능 여부를 심의토록 했다. 정보통신공사 분리도급의무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이를 턴키발주의 근거로 삼는 것은 견강부회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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