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의 정우성이 말하는 ‘좋은 사람’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9 09:00
  • 호수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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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증인》의 주인공 정우성 “좋은 사람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정우성은 단순히 ‘톱배우’가 아니다. 30~40대 그 누구라면, 정우성이라는 이름은 청춘이고 로망이고 아름다움이다. 그런 이유에서 정우성은 톱배우들 사이에서도 ‘넘사벽’이다. 2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건재한 정우성은 어느덧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셀러브리티가 됐다. 유엔난민기구의 홍보대사이며,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소신만큼이나 용기가 없으면 힘든 일이다. “주어진 명성만큼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책임감의 무게에 짓눌려선 안 된다.” 정우성의 생각은 단단하다. 

정우성이 2019년에 처음 선보인 영화 《증인》은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살인 용의자의 변호를 맡게 된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 분)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을 만든 이한 감독의 신작이자 제5회 롯데 시나리오 공모대전 대상작이다. 정우성은 유력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만 하는 변호사 역을 맡아 강인한 카리스마를 벗고 소탈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변호사 ‘순호’는 그냥 ‘정우성’이다.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연기가 좋았다.  

“‘순호’는 내가 맛보고자 하는 일상을 대리만족시키는 캐릭터였어요. 연기를 하면서 좋은 숲속에서 숨을 쉬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광화문에서 촬영할 땐 사람들과 일상에 섞일 수 있다는 생각에 어떤 세트장보다도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일상에 대한 특별함, 그리고 아쉬움이 늘 있거든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 한복판에서 그들과 섞여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웠어요.”  

김향기와 호흡을 맞춘다. 나이 차가 꽤 많은 후배와의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  

“향기씨의 경우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에요. 그런 향기씨의 성향에 맞게 소통하는 게 중요하죠.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친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조심스럽게, 옆에서 바라봐주면서 다가갔던 것 같아요. 김향기라는 배우와 함께 연기한 건 처음이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향기씨가 큰 배우라는 걸 알았어요. 그동안 화면을 통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빛이 깊다는 생각을 했는데, 현장에서 보니 성숙한 사고를 하는 친구더군요. 극 중 캐릭터와 같은 처지에 놓인 실제 인물과 가족들이 작품을 보고 상처를 받을까봐 고민하고 있었어요. 자신의 역할이 사회에 노출됐을 때 생길 부수적인 작용까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극 중에서 지우가 순호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물어봐요. 순수한 대상이 내게 그런 질문을 한다면, ‘우리는, 나는 정당한가?’ 하고 자문하게 되죠. 이 때문에 더 무겁고 크게 와 닿았어요. 제가 어떤 사람으로 남을진 모르겠지만 그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향성인 것 같아요.” 

정우성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주저 없이 말했다) “노력하는 사람요.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내 직업 안에서 나는 본분을 다 하고 있는 걸까?’ ‘사람들 사이에선 어떤 사람이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남을까’를 생각하며 주어진 본분 안에서 의미를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지 않을까요.”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배우 중 한 명이다.   

“활동하면서 배우의 역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생각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지금까지 왔죠. 때로는 의견 충돌이 있기도 하죠. 하나 그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의 간극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누군가의 행동 또한 필요하다고 봐요. 세상에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기에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 의견이 정당하다고 여겨도 시대가 바뀌어 그 뜻을 바라지 않는다면 시비를 가리기보다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요. 세상 모든 대상이 저를 긍정적으로 이끌어줬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어떤 사람으로 남아야 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이유는.  

“자랑이 될 수는 없지만, 아쉬운 것이 학교를 일찍 나왔어요. 학벌도 좋지 않고, 성장하면서 인맥도 없었죠. 그렇다 보니까 밖에서 혼자 나를 지켜야 했어요. 당당한 나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컸을 거예요. 다른 말로 제게 인생은, 스스로 세상에 나를 증명해야 하는 과정이었죠. 이런 성장 배경 때문에 제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질문하는 습관이 든 것 같아요.”

이 영화로 인해 정우성의 착한 이미지가 더 부각될 것 같다(업계에서 정우성은 ‘선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어느 순간 ‘착하면 손해’라는 이야기가 형성됐지요. 꽤 무서운 이야기예요. 착하면 매력이 없다고도 하고, 작품 안에서도 나쁜 캐릭터의 매력이 더 돋보일 때가 있죠. 물론 착하기가 더 힘들어요. 착하면 심심하고 외로울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걸 조용히 뚝심 있게 지킬 수 있다면, 그렇게 보여지는 은은한 빛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온화하지 않을까 싶어요.” 

‘청춘스타’라는 수식어를 지나 ‘정우성’이라는 이름 세 글자로 많은 의미를 전하는 사람이 됐다.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어떤가. 

“‘청춘스타’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싫진 않았지만 벗어던지려고 했어요. 스타라는 말이 주는 좋은 것들에 매몰됐다면 저는 어느 순간 사라졌을 거예요. 스타는 현상일 뿐이고 타인이 제게 주는 것이지 제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도 저의 내면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게 결국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런 노력이 켜켜이 쌓이면 어느 순간 저의 모습이 완성되겠죠.”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되돌아온 답이 정우성이라는 사람을 온전히 말해 준다. “잘 모르겠지만, 작은 것에 행복해하고 감사하며 살아왔느냐고 묻는다면, 소중한 것에 고마워하고 그것들을 지키면서 살려 했다고 자부한다.” 정우성은 그런 사람이다. 아마도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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