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조선대, ‘보직 서열 1∼3위’ 모두 공석
  • 광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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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대학 혁신 방안 놓고 내부 이견 ‘내홍’
총장 직위해제에 이어 부총장·기조실장도 사직
구조 개혁 시급한데 구성원 간 밥그릇 싸움

‘총장·부총장·기조실장은 공석(空席) 중.’

국내 유일의 민립대학 조선대학교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조선대법인 이사회의 총장 직위해제에 이어 총장 직무를 대리하던 부총장과 기획조정실장까지 서열 1~3위 핵심 보직교수들이 줄줄이 사직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다. 주요 보직이 대거 직무대리로 메워지면서 적잖은 부작용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학 구성원들이 혼란에 빠지고, 코앞에 둔 교육부 대학역량진단 2차 평가에서 등급 상향에도 적신호가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난파선 같은 호남 최대 사학 조선대 위기를 극복할만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 혁신 ‘격랑 속으로’…사상 첫 교무처장 체제 

조선대학교 본관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조선대학교 본관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14일 조선대에 따르면 김재형 부총장, 이철갑 기획조정실장이 최근 동반 사임했다. 조선대는 직위 해제된 총장에 이어 직제상 서열 두세 번째인 부총장과 기획조정실장마저 공석인 상황을 맞았다. 부총장이 맡았던 총장 직무대리로는 기획조정실장을 건너뛰어 홍성금 교무처장이 전날 임명됐다. 기획조정실장 직무대리는 이동기 교수가 맡는다. 

정관상 서열 1∼3위인 총장, 부총장, 기획실장이 모두 공석이 되면서 총장직은 다음 서열인 교무처장이 떠맡게 된 것이다. 1946년 개교 이래 교무처장이 총장 직무를 대신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남 최대 사학 ‘혼란’ 왜 이러나···“조직 간 갈등·반목 일삼아”

조선대가 이런 처지에 놓인 것은 1차적으로 교육부 대학역량 진단에서 역량 강화 대학으로 추락한 것이 결정적이다. 조선대는 지난해 실시된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 진단 발표에서 낙제점이나 다름없는 ‘역량강화대학’ 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학생정원 감축, 학과 축소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해 대학 생존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에 조선대는 혁신위를 출범시키고 분위기 쇄신에 나서려는 전략을 짜왔다. 혁신위에는 법인 관계자 2명, 교원 5명, 직원 2명, 학생 2명, 동창회 관계자 2명, 외부 전문가 등 15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대학본부, 교수평의회, 혁신위원회가 각자 목소리를 높이면서 조직간 갈등과 반목으로 주인없는 대학의 최악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위와 교수평의회가 대학 본관 앞에 볼썽사납게 각자 농성장을 설치하고 극한 대립을 해온 것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최근 김 부총장과 기획조정실장이 동반 사퇴한 것 또한 대학 혁신방안과 학사개편 등을 둘러싼 내부 이견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학문 계열별 모집, 전공선택권 강화, 교수간 경쟁 체제, 취업경쟁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신(新) 학부제’ 도입을 놓고도 내부 찬반 의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대학교 정문 표지석 ⓒ시사저널 정성환
조선대학교 정문 표지석 ⓒ시사저널 정성환

대학본부 측은 단위별 설명회와 공청회, 학장협의회 등을 거쳐 제출된 최종안에 본부안을 버무려 빠르면 최종안을 혁신위원회에 보고하고 지난달 7일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칠 예정이었으나, 개혁안 세부 내용을 놓고 혁신위와 의견 충돌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당초 2월 중으로 예상됐던 학사개편안과 구체적인 대학 혁신방안 발표도 기약없이 미뤄져왔다.  

조선대 파행에는 ‘총장 거취’ 문제도 한몫하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 진단에서 낙제점을 받자 강동완 총장은 자진사퇴를 천명했다. 그러나 강 총장이 사퇴시기를 미루며 8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그의 진퇴를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었다. 이에 법인 이사회가 강 총장을 직위해제한 뒤 혁신위 본격 가동이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조선대법인 이사회는 지난 2월 26일 전체 회의를 열고, 강 총장에 대해 3월 1일부터 4월 말까지 2개월 간 직위를 해제했다. 강 총장은 정부의 대학역량평가에서 탈락해 대학구성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오다 지난해 11월말 3개월간의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데 이어 또 다시 총장직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강 총장만 밀어내면 혁신이 궤도에 오를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강 전 총장이 법원에 직위해제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 소청심사를 청구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교육부는 강 전 총장 직위해제와 관련, 소청 심사에서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며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사회는 “총장직 수행이 불가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지난 2월 26일 다시 직위해제해 두 번째 소청심사가 청구된 상황이다. 

 

교육부 2차 평가 앞두고 등급 승격 ‘적신호’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게 조선대의 현실이다. 당장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의 추락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번 핵심 보직교수 공석 사태는 교육부에 세부 혁신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시한을 불과 2주일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치명적이다. 혁신 로드맵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조선대가 이번 갈등을 조속히 봉합하지 못하면 교육부 세부 혁신계획안 제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8월로 예정된 2단계 평가에서 또다시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분류되면 학교 명예의 급속한 추락 등 겉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 

교수평의회는 임시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로 하고 대학본부의 남은 처장들도 흔들림 없이 혁신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얽히고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각 진영에 속한 관계자들조차 “앞이 안 보인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조선대 관계자는 “구성원들과 해법을 찾아야겠지만 굵직한 현안이 쌓여 있는 가운데 지휘봉을 쥔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없어 어려움이 많은데다 교수들의 보직 사퇴까지 겹쳐 난감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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