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운명, 그리고 YG엔터테인먼트의 미래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5 16:00
  • 호수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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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태 일파만파…‘승츠비’와 YG의 예고된 몰락

버닝썬 의혹 때만 해도 승리의 처지가 최악은 아니었다. 이때까지는 승리가 직접적으로 범죄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성매매 알선 의혹이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이 공개된 후 상황은 급변했다. 승리가 직접 지시한 듯한 대화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승리는 3월11일 연예계 은퇴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은퇴 이후 여론이 더 안 좋아졌다. 선언문에서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라고는 했지만 무엇이 죄송한지, 즉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말뿐인 사과를 하며, 사실은 억울함을 항변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자신이 ‘국민 역적으로까지 몰리는 상황’이라는 대목이 마치 대중에 의해 억울하게 죄인으로 내몰렸다는 인상을 줬다. 은퇴도 자기 잘못 때문이 아니라 소속사와 빅뱅 등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결단이라는 느낌으로 이야기했다. 이러다 보니 대중 정서가 더 안 좋아진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억울하다면 무엇이 억울한지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한다. 침묵으로 일관하다 은퇴 선언문만 내놓은 것은 석연치 않았다. 만약 죄가 없다면 은퇴할 필요가 없고, 죄가 있으면 자동퇴출이기 때문에 역시 은퇴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은퇴 선언은 무의미한데, 그런 선언으로 비난의 예봉을 피해 보려는 듯한 느낌이어서 문제였다. 바로 그 즈음에 카톡 대화방에서 불법촬영 영상이 공유됐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승리 사건은 희대의 스캔들이 되고 여론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과연 승리에게 희망이 있을까?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 사옥 ⓒ 시사저널 고성준·임준선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 사옥 ⓒ 시사저널 고성준·임준선

무혐의 나와도 밝지 않은 승리의 미래

승리의 미래는 크게,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느냐 그러지 않느냐에 따라 갈린다. 승리는 버닝썬 운영 개입 의혹, 버닝썬에서 벌어진 마약·성폭력·탈세·경찰유착 등 범죄에 연루됐다는 의혹, 성매매(성접대) 알선 의혹, 불법촬영 영상 유포 가담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어느 정도까지 사실로 드러나느냐가 중요하다.

승리 입장에선 일단 버닝썬 운영에 개입하지 않고 홍보만 했다고 할 것이고, 설사 개입했어도 범죄 쪽은 전혀 몰랐다고 할 것이다. 성매매 알선에 대해선 대화방에서 승리가 한 말이 ‘여자는? 잘 주는 애들로’인데, ‘잘 주는’이라는 대목이 여성이 원하지 않으면 성관계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성매매하고는 결이 다르다. 이 점을 두고 승리 측에선 ‘잘 노는 여자들로 부킹시켜 달라는 의미였다’고 주장할 수 있다. 불법촬영 영상 문제의 경우 승리가 한 말이 ‘누구야? 00형이구나 ㅋㅋㅋㅋ’이다. 적극적으로 영상을 요구하거나 즐기는 듯한 말을 하지는 않았다. 승리 측에선 ‘사업 때문에 대화방을 만들었는데 참여한 지인들이 그런 일들을 벌였고 사회관계상 그들과 선을 긋지 못한 것일 뿐 내가 동영상을 즐기거나 관여하진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이 어떤 근거로 유죄를 끌어낼지 지켜봐야 한다.

이미 대화방 메시지가 조작됐다고 했다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서 승리의 신뢰도가 저하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다른 해명도 의심받을 것이다. 또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대화방 메시지 중 극히 일부로 더 방대한 양이 있다고 하니 그 메시지를 통해, 아니면 매체들의 추적 기사를 통해 승리의 유죄 근거가 드러날 수 있다. 승리 주변인들 중 누군가가 승리의 잘못을 진술할 수도 있다. 그렇게 유죄가 확정된다면 승리의 컴백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무혐의일 경우 애초에 은퇴 사유가 자신 때문에 주변인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이었는데 무혐의면 더 이상 피해 끼칠 일이 없어서 은퇴 사유가 소멸되는 것이기에 컴백도 가능하다. 하지만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화방 메시지가 조작됐다는 거짓말이 드러났고, 버닝썬 실제 사장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거짓 방송을 한 것이기 때문에 대중 정서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범죄에 관여하지 않았어도, 버닝썬 운영에 개입했다면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마약 관련자, 불법촬영 상습범 등과 절친으로 어울리고, 범죄 의혹이 매우 큰 위험 업종에 관여한 것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감수해야 한다. 승리를 ‘승츠비’ 캐릭터로 띄워준 예능 제작진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기 때문에 향후 다른 방송사들이 승리 캐스팅을 기피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설사 무혐의가 나와도 승리의 앞길이 순탄해 보이진 않는다.


YG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 성공할까

빅뱅에게도 날 선 비판이 쏟아지며 해체 요구까지 나온다. 하지만 승리 사건에 다른 빅뱅 멤버가 관여한 정황이 없기 때문에 그런 요구는 과도하다. 그래도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어서, 전역 후 4인조로 재편해 활동하더라도 따가운 시선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가 입을 타격은 더 엄청나다. 당장 승리의 해외 콘서트들이 취소돼 매출 감소와 위약금 지출 등 금전적 피해가 있을 텐데, 이 정도는 오히려 작은 부분이다. 버닝썬, 승리와 관련해 나오는 마약, 유착 등 부정적 키워드들이 YG와 이미지 차원에서 연결되는 것이 가장 뼈아플 것이다. 이젠 YG가 마약과 연관됐다는 의미의 ‘약국’이라는 말도 공공연히 쓰이고, 심지어 해외 매체도 ‘약국’이란 단어를 알 정도로 이미지 실추가 심각하다. 향후 다른 신인들을 키워내도 계속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

3대 기획사라는 아성도 위협받는다. 한때 JYP를 제치고 SM, YG가 양대 기획사 체제를 굳힌다는 말까지 있었지만 이젠 YG가 추락해 SM, JYP 양강 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상황이다. 3월11일 기준으로 JYP는 시가총액 1조1043억원, SM은 9347억원인 데 반해 YG는 6756억원이다. 이미 시가총액 8000억원 선이 무너질 때부터 3대 기획사 자리가 위태롭다고 했었는데, 6000억원대까지 떨어졌으니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화방 메시지가 조작됐다고 발표한 점, 양현석 대표가 실소유했다는 홍대 클럽의 탈세 의혹이 불거진 점 등으로 신뢰도까지 추락했다. 사건들이 많이 터지는 YG에 비해 JYP는 인성을 강조한 결과 사고가 터지지 않는다며 JYP와 박진영의 이미지가 제고됐다. 그래서 YG의 추락이 더 도드라진다.

YG는 3월13일 승리와 결별한다며, 지금까지 아티스트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고 했다. 하지만 몇 년에 걸쳐 차츰 강화된 ‘약국’ 등의 오명에서 하루아침에 벗어나긴 힘들다. 오랜 시간의 노력과 진정성으로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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