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의 운명, ‘Sun’에서 ‘Moon’으로
  •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7 10:00
  • 호수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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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전 감독의 실패로 시험대 오른 국가대표 ‘전임감독’
새 감독 김경문에게 주어진 과제는?

2018 프로야구는 ‘외화내빈’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던 한 해였다. 2017년에 비해 5%가량 감소하긴 했지만,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현재는 물론 향후 프로야구의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 선수들의 승부 조작 사건과 도박 및 음주 연루 사건 등이다. 이뿐 아니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며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이 청문회에 나가 답변을 해야 했고, 결국 KBO 수장인 총재까지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까지 이어진 배경은 야구계에서 최초로 국가대표 전임감독 제도를 받아들인 것이 출발점이다. 과거에는 리그 성적이 좋거나 경험이 풍부한 현역 프로 감독 위주로 대표팀 감독이 선임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속팀 성적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현역 감독들이 대표팀 감독을 맡을 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상대 팀들을 분석하기 쉽지 않고, 대표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두되며 전임감독 제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한 김경문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카리스마 있는 덕장으로 평가된다. ⓒ 뉴시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한 김경문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카리스마 있는 덕장으로 평가된다. ⓒ 뉴시스

도쿄올림픽 티켓 획득 여부가 운명 결정 

사실 일본의 경우 일찍부터 대표팀 전임감독 제도를 쓰고 있으며, 2009년부터는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야구대표팀 명칭까지 정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대표팀 전담 초대 감독으로 선동열 전 KIA 감독이 선임됐지만, 선수 선발 논란과 이에 대한 어설픈 대응으로 작년 11월14일 사퇴하고 말았다. 사전 교감이 없었던 KBO 측은 부랴부랴 만류했지만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대표팀 전임감독의 첫 단추가 제대로 꿰어지지 않으면서 이 제도는 위기를 맞게 됐고, 부담감이 배가된 상황에서 누가 과연 이 자리를 이어 맡을지 관심이 증폭됐다. 결국 선 감독이 사임하고 두 달여가 지난 후 새로운 대표팀 감독 자리는 김경문 전 NC 감독으로 결정됐다. 

김경문 감독은 코치 8년, 두산베어스 감독 7년, NC 다이노스 감독 6년 등 지도자로 21년 경력을 쌓은 베테랑 사령탑이다.  KBO리그에서 12년 감독을 하면서 우승은 못 했지만 4번의 준우승을 했고 8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독으로서 그의 정점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때였다. 그는 9전 전승으로 한국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기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팬들에게는 덕장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와 함께한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카리스마가 대단하고 강단이 있는 리더로 김 감독을 바라본다. 

실질적으로 그가 극복해야 할 난관은 만만치가 않다. 김 감독의 당면 과제는 올 11월에 열리는 프리미어12 대회에서의 반등이다. WBC 대회와 함께 진정한 ‘야구 월드컵’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프리미어12 대회는 지난 2015년에 1회 대회가 열려 대한민국이 결승에서 일본에 짜릿한 역전우승을 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2013년 WBC 대회에 이어 2017년 대회에서도 연속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국내 인기에만 안주한 채 국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선 실력에 비해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2018년 10월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2018년 10월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외유내강형 ‘달감독’, 위기 돌파 적임자 평가

특히 이번 프리미어12 대회가 중요한 이유는 내년 도쿄올림픽에 다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야구의 예선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의 경우 본선 참가국이 단 6개국으로 한정돼 있고, 이미 개최국 일본의 자동 출전이 결정돼 한국은 남은 5장의 티켓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일단 한국은 아시아·오세아니아권 출전국 중 일본을 제외하고 대만과 호주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상황에서 프리미어12 참가국 중 6위 내에 들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내년 3월이나 4월에 벌어질 최종예선에 나가 다른 대륙의 탈락 6개국과 다시 대회를 치러 우승해야 본선 진출권을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사실상 프리미어12 대회에서 티켓 확보를 위한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것이다. 

김경문 전임감독의 첫 과제는 국가대표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최고의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작년 청문회에 출석했던 선 전 감독의 악몽이 자연스레 떠올려진다. 병역면제 혜택을 주기 위한 특혜성 선수 선발 의혹이 구설에 오르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사실 모든 야구팬들이 다 수긍할 수 있는 국가대표 선발은 거의 불가능하다. 어떤 감독이든 자신만이 선호하는 선수의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전술을 가장 잘 펼쳐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한데, 이는 자칫 객관성이 결여된 선발로 느껴질 수도 있다. 김 감독의 선수 선발에 엄청난 참견과 평가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김 감독이 과연 이를 뚝심 있게 잘 버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근 수년간 국내 리그의 심각한 투타 불균형도 선수 선발의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수 중 작년 평균 자책점 10위권 내에 국내파는 이용찬·양현종·박종훈 단 3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들 중 3점대 평균 자책점은 이용찬의 3.63이 유일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한국 야구는 에이스가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수년간 국내 프로야구 공인구의 반발력이 커서 타자들이 유리했지만, 막상 국제대회에서는 고전한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경험이 풍부하고 큰물에서 뛰는 추신수·류현진·오승환 같은 메이저리거들을 선발하기도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공식적으로 이들의 선발을 막지는 않지만 KBO에서 각 선수들의 소속팀과 접촉해 양해를 구하고 허가가 떨어졌을 때만 선발이 가능한 탓이다. 문제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소속팀 선수들의 부상과 혹사 후유증에 대한 염려 때문에 대회 출전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김경문 감독의 어깨는 무겁다. 만약 한국이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다면 미래를 바라보고 시작한 전임감독 제도는 제대로 뿌리내리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다. 이렇듯 쉽지 않은 상황을 잘 알면서도 김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야구계에서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달감독’(김 감독의 별명)이 이런 상황을 돌파할 최적임자로 보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도 있는 한국 야구의 운명이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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